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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리스트

    “모든 걸 거꾸로 생각해 봐”

    “모든 걸 거꾸로 생각해 봐”

    올해 여름 역대 최초로 ‘쌍천만 관객 영화’라는 타이틀을 기록한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보았다. 작년 첫 번째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는 돌이켜 보면 영화 한 편 볼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었을 텐데, 바쁘고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요즘 영화관은 영화를 왜 이리 빨리 내리는지'라는 푸념 섞인 생각을 하면서 당시 많이 회자되던 그 영화가 어떤지 궁금하여 TV로 화면 크기, 음향 등을 아쉬워하며 보았었다. ‘신과 함께’ 영화는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되어서인지 내용이 참신한 면이 있었고, 이제 우리나라도 이 정도 수준으로 CG를 사용해서 화려한 환타지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 제작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 모은 것은 단순히 CG가 화려해서만은 아니고

    박성민 지청장 (속초지청)
    애정남의 애정회복법

    애정남의 애정회복법

    모처럼 오랜만에 법원을 찾아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판사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멀리 경남에서 온 계창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평소에 판사에게 궁금했던 게 무언가요?”라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한 아이가 번쩍 손을 들고 “판사가 하는 역할은 뭐에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음, 그래요. 판사가 하는 일은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재판을 하는 거랍니다." 설명이 쉽게 와 닿지 않은지 여기저기서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는 수 없이 6년 전 의정부지법에서 견학프로그램을 도맡아 진행할 때 즐겨했던 레퍼토리를 써먹기로 했다. "여러분, 혹시 애정남이라고 아세요?" 철 지난 유행어인데도 고맙게 아이들이 기억해주며 "개콘!, 개콘!" 하고 외친다

    김대현 고법판사 (서울고법)
    또 봅시다, BIFF! 

    또 봅시다, BIFF!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다녀왔다. 부산은 내가 말과 걸음을 배운 곳이고, 1992년 이후 야구를 끊겠다는 결심을 백번도 더 하게 한 롯데자이언츠의 홈그라운드이자, ‘암수살인’과 ‘허스토리’의 배경이 아니던가. 매년 영화제 소식에 엉덩이가 들썩거리긴 해도 실제로 찾은 것은 세 번째이다. 12년 전 외무고시 동기들과 문화적 소양에 넘치는 외교관이 되겠다는 핑계로, 내심은 밤새 해운대를 헤매다가 정우성도 이정재도 마주치고 말리라는 배포를 안고 여관방하나 잡지 않고 내려갔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올해는 정상화 원년이라 하였고, 나와 나의 고향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BIFF가 궁금했다. 시대가 다르고 풍경이 다르니 마음의 자리 또한 다르다는 섭리를 굳이 영화제까지 쫓아가서 확인하여야 하는 일인지는

    김정연 교수 (인천대)
    인연, 만남 그리고 책임

    인연, 만남 그리고 책임

    군대에 간 아들은 면회를 가면 볼 수 있지만, 휴가를 나오면 볼 수가 없다. 이번 휴가에서도 집에 온 지 삼일째 되는 날 아침에야 간신히 얼굴을 본 아들에게 “아들, 좀 너무 하는 것 아냐?” 했더니 “아빠, 바빠. 아빠는 면회나 많이 와줘. 흐흐”라는 답변이 돌아 온다.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드는 한편에 어찌 보면 아들 답변에 인생사 만남에 관한 법칙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꼭 이해타산은 아니고 사랑, 존경, 그리움 등 감성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하여도 만남이라는 것은 만나는 사람 상호간의 수요 곡선이 교차하거나 접점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선생님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인연의 소중함을 다음과 같은 대사로 설명한다.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김상곤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형 집행에 있어 효율성과 형평성

    형 집행에 있어 효율성과 형평성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형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검사가 형을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검찰청의 형 집행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징역과 같은 자유형은 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이 구속되거나 선고를 받으면서 법정에서 구속되는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사건 수가 적어서, 실질적으로는 벌금과 같은 재산형을 집행하는 업무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가 발달하고 전문화됨에 따라 피고인의 재산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등의 사정으로, 재산형을 집행하는데 과거보다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해지고 있고, 또한 그 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도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9년 전 프랑스에서 연수하던 시절, 한국에서 해외 사법제도

    박성민 지청장 (속초지청)
    단지의 아픈 기억

    단지의 아픈 기억

    이른 아침 일어나 미리 얼려 둔 다진 마늘을 자르다 새로 산 식칼에 순식간에 손가락을 베였다. 서투른 칼질 탓이지만 딱딱하게 언 마늘을 힘으로 억지로 자르려 한 게 화근이었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언 마늘이 녹은 다음 잘랐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말이다. 잘린 손가락을 부여잡고 펑펑 우는 만삭의 아내를 달래가며 겨우 택시에 올라탔다. 집 근처 대학병원에 도착해서 한숨 돌렸지만 그로써 안심할 게 아니었다. 명색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병원을 찾아갔는데도 정작 수술할 줄 아는 의사는 컨퍼런스에 갔다고 다른 병원을 찾아 가랜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별 수 없이 난생 처음 앰뷸런스에 몸을 싣고 간이침대에 누웠다. 가뜩이나 아픈 것도 견디기 힘든데 '삐뽀삐뽀' 울리는 요란한 소리에 만감이 교차한다. 손

    김대현 고법판사 (서울고법)
    나쁜 피

    나쁜 피

    '나쁜 피'라니 레오 까락스 감독의 영화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데이빗 보위의 ‘모던러브’가 흐르는 중에 어둑한 파리를 춤추며 달리는 드니 라방의 이미지만 생각날 뿐, 누벨이마주의 거친 편집도 에스에프를 넘나드는 구성도 낯설고 불편한 그런 영화였다.  이번 세기의 나쁜 피는 훨씬 선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존 캐리루가 쓴 ‘배드 블러드(bad blood)’ 말이다. 스탠포드를 중퇴한 84년생 엘리자베스 홈즈는 ‘테라노스’의 창업자로서, 간단한 키트 ‘에디슨’을 사용하여 손끝에서 채혈한 몇 방울을 전송하면 200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신기술 개발을 선전했다. 한 컵씩 뽑아내는 정맥 채혈의 공포도, 진단 비용의 걱정도 사라질 예정이라 했다. 기업 가치는 90억 달러로, 홈즈의 지분

    김정연 교수(인천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맑고 투명한 가을 햇살을 보니 문득 국어시간에 배운 안톤쉬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산문 속의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술자리에서 이 산문을 얘기했더니 요즘 교과과정에서는 없어졌다는 후배의 말이 나를 슬프게 했던 기억도 난다. 초추의 양광 속에 잠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빠져본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의 양광이 떨어질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하게 내리고, 친구들과 마신 술로도 모자라 밤 늦게 홀로 찾은 텅 빈 해장국 집, 그 어둑한 한쪽에서 숙제하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김상곤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단상

    고소·고발사건에 대한 단상

    우리나라 국민은 범죄로 피해를 입거나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누구든지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유독 형사 고소·고발을 제기하는 경우가 월등하게 많다.  고소·고발 사건은 고소·고발인이 피해를 입었거나 범죄가 발생하였다고 호소하는 사건이므로 당연히 잘 수사하여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형사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마음 한곳에 남아 있는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 중에 하나는 민사적인 성격이 짙은 사건들의 상당수가 형사 사건화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기로 고소되는 많은 사건들이 금원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경우인데,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편취 의사, 즉 처음부터 ‘돈을 갚을

    박성민 지청장 (속초지청)
    국민참여재판, “Pick me up!”

    국민참여재판, “Pick me up!”

    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꺼지지 않은 법정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곳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역사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과 프로듀서에 대한 명예훼손죄 형사공판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현대사의 한 단면을 되짚는 것이지만 역사관, 가치관에 따라 엇갈린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 이 재판에 대한 심판자는 다름 아닌 국민 배심원이었다. 3시간을 넘긴 열띤 평의 끝에 내려진 선고 결과는 무죄. 판결에 제법 논란이 있을 법도 한데 파장이 그리 크지는 않아 보인다.  흔히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손꼽는다. 9주 연속 콘텐츠 영향력 1위를 차지한 모 오디션프로그램처럼 언젠가 모든 재판을 국민 프로듀서님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날이 다가올지 모른다.

    김대현 고법판사(서울고법)
    세 여자 이야기

    세 여자 이야기

    여주인공이 당혜를 신고도 월담을 하여 뜻을 이루고자 내쳐 뛰어가는 드라마 장면에 빠져들고 있자니 미국행 기내에서 한달음에 읽은 조선희 장편소설 ‘세 여자’가 떠올랐다.    ‘세 여자’는 1925년 여름 단발의식을 치르고 천변에서 탁족을 하는 세 여인의 사진 한 장을 모티브로 시작한다. 허헌의 딸 허정숙은 다섯 번의 결혼으로 성이 다른 세 아이를 두었으며 연안으로 건너가 무장항일운동을 이끌고,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지낸 이다. 고명자는 김단야의 연인이었으며, 공산주의 운동과 친일 행적을 오가다 해방 후에는 여운형의 측근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죽은 음악공부를 하러 건너간 상해에서 박헌영을 동지로 만나 혼인을 하였고, 위 사진을 세상에 알린 비비안나를 낳았다. 그녀는 이

    김정연 교수(인천대)
    고향

    고향

    필자는 강원도 양구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지금의 양구는 서울에서 고속도로와 여러 터널을 통해 두 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고 국토 정중앙이며 조선백자의 고향이라는 곳이지만, 옛날에는 서울까지 8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소양호를 배 타고 건너면 좀 더 빠르다고 하는 그냥 오지였다. 오죽하면 강원도 인제 원통에 군입대 한 병사들이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 죽겠네”하면서도 “그래도 양구보다는 낫잖아”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다 얼마 전 입대를 했는데, 양구 군부대에 자대배치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5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다는 생각을 하니 뭐라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북받친다. 그 소식을 병

    김상곤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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