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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목요일언 리스트

    판례의 홍수 속에서

    판례의 홍수 속에서

    90년대 초 고시잡지에서 사법시험 채점위원의 채점평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는 쟁점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의 태도를 적는 훌륭한 수험생도 있었다면서 칭찬했다. 약 10년 후 고시잡지에 게재된 다른 채점평을 읽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일관된 대법원의 판례가 있음에도 이를 알지도 못하는 수험생이 있었다고 질타했다. 90년 초에 출판된 법학 교과서와 비교할 때 최근 교과서들은 그 페이지수가 급격이 증가했다. 거기에는 그동안 내려진 중요한 판례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판례의 규범력에 관한 논쟁을 떠나, 판례가 적어도 사실상 재판의 기준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법률가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 관련 판례의 법리를 검색하고 숙지하는 것은 필수적인 덕목이 되었다

    박광서 고법판사 (수원고법)
    달 착륙과 패권경쟁

    달 착륙과 패권경쟁

    "이는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무려 반세기 전,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디디면서 한 이 말은 냉전 체제 속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의 치열한 우주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처럼 수십억 년간 지구를 돌던 달이 국제사회의 패권경쟁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달이 다시 한 번 패권경쟁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인들은 달과 화성 등의 자원을 상업적으로 탐험, 발견,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2024년으로 예정된 미국의 달 복귀계획에 앞서 우주 개발에 민간 기업의 개입을 용인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사

    김동현 수석 미국변호사(DLA Piper)
    코로나19와 AI

    코로나19와 AI

    삼국지를 읽은 독자라면 아마 기억할 것이다. 독화살을 맞은 관우를 전설의 명의 화타가 치료하고, 그러는 동안 관우는 거짓말처럼 웃음기 머문 얼굴로 바둑을 두는 장면을. 그런데, 혹시 관우가 뒀다는 당시 바둑의 기보가 어떠할지 궁금해 한 적은 없는지? 물론 관우를 비롯한 그 당시 사람들의 기보는 남아 있지 않다. 사실 현대 바둑에서 바둑의 진보를 이끈 것은 일본 바둑계였고, 그 이유는 기보를 거의 남기지 않은 중국·한국과 달리 개별 대국의 기보들을 비교적 철저히 남긴 일본인 특유의 기록 문화에 기인한다고 한다. 그리고 바둑의 기록인 기보 빅 데이터(Big Data) 축적의 결정판이 몇 년 전 '알파고'라는 이름으로 나타나 우리에게 AI의 본격 등장을 알렸다. AI를 마치 어느 다른 별에서 온 생명체인 양

    임진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린)
    '멍부'를 아시나요

    '멍부'를 아시나요

    직장인들의 우스갯소리 중, ‘똑부, 똑게, 멍부, 멍게’의 상사분류법이 있다. ‘똑’은 똑똑함, ‘멍’은 멍청함, ‘부’는 부지런함, ‘게’는 게으름을 줄인 말이다. 이 중에서 누가 최악의 상사일까? 얼핏 생각하기엔 ‘멍청함’과 ‘게으름’의 악성을 고루 갖춘 ‘멍게’가 최악일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똑게’를 최고, ‘멍부’를 최악의 상사로 친다. ‘똑게’ 상사는 일단 상황을 파악하고 부하들에게 맞는 역할을 정해 방향만 일러 준다. 그러면 굳이 직접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부하들이 성과를 만들어 낸다. 반면, ‘멍부’ 상사는 아무한테나 엉뚱한 일을 맡기고 온갖 쓸데없는 일을 벌이면서 쉬지 않고 부하들을 들들 볶는다. 그 결과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하면서 부하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고갈시

    정유미 부장검사(대전지검)
    어려운 법률이론의 부작용

    어려운 법률이론의 부작용

    법원 주변에는 오래전부터 법원 직원들 사이에 'VIP 민원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법원에 계속 반복적으로 이런 저런 신청서를 내거나 민원을 제기해 법원 직원들을 긴장하게 한다. 한 번은 그들 중 유명했던 어떤 분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관해 엿들은 적이 있다. 그도 처음에는 평범한 민사소송의 당사자였는데 '가등기담보'와 관련된 소송에서 패소하여 큰 재산을 잃었고, 그 이후로 법원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가등기담보와 관련된 어려운 법리들이 떠올라, 그가 받아든 판결문만으로는 패소한 이유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겠다 싶었다.    한 번은 명의신탁 법리에 관해서 토론할 일이 있었다. 양자간 명의신탁인지, 계약 명의신탁인지, 제3자간 명의

    박광서 고법판사 (수원고법)
    코로나19와 비상사태

    코로나19와 비상사태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자 트럼프 미대통령은 지난 13일(미국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트럼프는 국가비상사태의 선포에 있어 ‘Robert T. Stafford 재난 구호 및 긴급 지원법(스테포드법)’ 및 ‘국가비상법’에 근거를 두었는데, 스테포드법은 비상사태 선포 시 연방재난관리처(FEMA)가 보유한 500억 달러의 재난기금을 주 정부에게 지원할 수 있어 각 주마다 코로나19에 대응할 긴급의료센터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FEMA 재난기금의 사용을 허락하는 스테포드법 만으로는 한국처럼 하루에 1만5천명을 검사할 수 있고,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며, 비상 알림으로 국민들에게 실시간 경고를 하고, 선별진료소를 통해 차 안에서 검사를 하는 것까지는 불가능해

    김동현 수석 미국변호사 (DLA Piper)
    4차산업혁명, 코로나 그리고 법무법인

    4차산업혁명, 코로나 그리고 법무법인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자문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던 과거에는 사무실과 도서실에서 책상 가득한 서류와 법률 서적을 찾아가면서 일했었고, 시니어가 되고 나서는 하루 종일 내부회의와 고객 대면미팅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모바일과 사이버공간을 기초로 하는 4차산업혁명은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요즘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 그 정도가 심각 수준에 이르러 모임, 대면 미팅을 중단해야 할 지경이 되자, 당장 법인의 업무가 마비될 것이 덜컥 걱정이 돼 법인 파트너 SNS방에 긴급 파트너 회의 소집을 언급하였더니, 파트너들 왈 "코로나 시대에 파트너 회의를 소집할 필요가 뭐 있느냐. 매일 하듯이 SNS를 통해 소통하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 필자는 이미 매일 SNS의 파트

    임진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린)
    둔갑쥐 이야기

    둔갑쥐 이야기

    옛날이야기 중에 사람의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둔갑한 쥐 이야기가 있다.   손톱을 깎으면 아무데나 버리는 남자가 있었다. 결혼을 하여 혼인식 후 재행(再行)길에 신부 집에 방문하는데, 똑같이 생긴 신랑 두 명이 서로 자신이 진짜라며 등장했다. 부모와 신부는 판단을 그르쳐 그만 진짜 신랑을 쫓아버리고 말았다. 남자는 낙심하여 떠돌다 어느 마을에 정착하였고, 어찌어찌 서당 훈장노릇을 하며 살았다(쫓겨나서 출세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을 지나던 어느 스님이 남자의 고민을 알게 되어, 절에서 기르던 수십년 묵은 고양이를 빌려주며 집에 가보라 일러주었고, 집에 도착하자 데리고 온 고양이가 가짜신랑 목덜미를 물고 흔드니 그놈이 쥐로 변했더라는 이야기이다.   옛날이야기는 뭔

    정유미 부장검사 (대전지검)
    법률가가 싸우는 법, '부인'과 '항변'

    법률가가 싸우는 법, '부인'과 '항변'

    로스쿨에서 부인과 항변의 차이를 가르치면서 소개했던 드라마 '도깨비'의 두 장면이다. 여주인공은 원래 태어나기 전 엄마의 뱃속에서 교통사고로 죽을 운명이었으나, 도깨비의 도움으로 저승사자를 피해 살아간다. 저승사자는 10년쯤 후 여주인공을 만나게 되자 그녀를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여주인공은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다면서 자비를 베풀 것을 간청했으나, 저승사자는 매정하게 거절한다. 그때 삼신할머니가 나타나 저승사자에게 저승명부에 여주인공의 이름이 있냐고 묻는다. 원래 태중에 죽을 운명이었던 여주인공은 명부에 ‘무명씨’라고 적혀 있을 뿐이어서 저승사자는 그냥 물러가고 만다.    10여년 후 저승사자는 이제 명부에 이름이 등재되었다면서 여주인공을 데려가려고 한다. 여주인공은

    박광서 고법판사 (수원고법)
    사과법 (Apology Act)의 미학

    사과법 (Apology Act)의 미학

    모처럼 함박눈이 내리던 2월의 출근길, 눈길에 미끄러져 접촉사고가 난 현장을 목격했다. 운전자들은 갑자기 얼어붙은 도로를 원망하며 서로 언성을 높였지만 그 누구도 사과는 하지 않았다. 아마 사고의 책임이 자기에게 전가될까 선뜻 먼저 사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것이 기록되고 공유되는 사회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될 수 있는 사과 한마디에 더욱 궁색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법과 그에 따른 책임이 결부됐을 때 사과에 인색한 현상은 특히 미국에서 도드라진다. 미국에서는 상대방의 사과가 과실 책임의 인정(Admission)으로 간주되어 사건의 결과를 다르게 하는 ‘스모킹 건’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변호사들은 통상적으로

    김동현 수석 미국변호사 (DLA Piper)
    신생로펌 경영의 소회

    신생로펌 경영의 소회

    역사가 일천한 로펌의 대표가 되어 2년 정도 일해보니 신생로펌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게 되었다.    신생로펌의 어려움 중 하나는 우선 어쏘변호사의 문제다. 신생로펌은 아직 브랜드가 없다보니 어쏘의 이동이 잦다. 어쏘가 이동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형로펌처럼 보수도 많이 주지 못하고 거기에 자부심을 채워줄 브랜드도 없다면 이직의 욕구가 안 생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어쏘변호사는 로펌의 추춧돌이자 미래의 동량이므로 어쏘의 관리는 신생로펌이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는 파트너들간의 유대감 문제이다. 신생로펌은 각각 여러 곳에서 다른 경험을 가지고 다른 훈련을 받고 자라온 다양한 개성의 파트너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파트너들

    임진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린)
    미움에 대하여

    미움에 대하여

    10여 년 전 어느 시골에서 65세의 이씨가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고 도주했다. 차에 치인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는데, 하필 바로 담벼락을 맞대고 있는 이웃인 동갑내기 김씨의 아내였다.    판사는 이씨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이 뻔뻔한 이씨는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500만원을 공탁한 것으로 입을 싹 닦고 말았다. 그리고 재판부는, 유족과 합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초범이고 노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이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이후 이씨는 김씨를 슬슬 피해다녔지만, 한 날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대문 앞에서 딱 마주치고 말았다. 김씨는 이씨를 보자 “이 살인자!”라고 외치며 따귀를 갈

    정유미 부장검사 (대전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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