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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리스트

    사법신뢰로 가는 길

    사법신뢰로 가는 길

    판사를 포함한 법조인의 고질적인 직업병이 ‘의심병’이라고 하면 공감하실 분이 상당하리라. 판사는 당사자나 증인의 말에 의심부터 하고 진위 판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명확한 물증이 있는 사건보다는 관련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사건이 많다보니 그 진위 판단이 곧 재판결과이기 때문이다.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일단 의심부터 하여 가족들에게조차 핀잔을 듣기 일쑤다. 반대의 경우는 어떠한가? 불리한 판결을 받은 측은 혹시 판사가 부적절한 이유로 그런 판단을 했다는 의심부터 하곤 한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에서도 그런 경우를 종종 본다. 같은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그런 시선을 감추지 않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이니 일반인들은 오죽하랴

    김종복 부장판사 (목포지원)
    공평과 정의

    공평과 정의

    세상은 참 불공평해. 흔히 듣는 말이다. 소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유력자의 딸 모씨가 친구들에게 “돈도 실력이야”라 말한 것이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일만 보아도 한국인들은 불공평하다 느끼면 가만히 못 있는 것 같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게 한국인이라는데 이런 한국인들이 자본주의를, 황금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공산주의를 하는 것 역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80%가 동의한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 역시 한국인들의 이런 평등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절대군주 루이16세를 하루아침에 단두대에 이슬로 보내버린 프랑스 대혁명도 베르사이유 궁전의 휘황찬란함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삼부회의 제3신분 대표들, 부르주아와 도시노동자들의 마음속에서부터 싹텄다. 당시 마리 앙

    김진욱 선임연구관 (헌법재판소)
    국감의 추억

    국감의 추억

    “동그라미 말고 검정 네모로 해야지, 아니 다이아몬드가 좋은가? 그건 아래 당구장 표시하고 적고. 참모총장은 줄이 바뀌면서 끊어지면 안돼. 자간 줄여서 한 줄로 정리해….” 평소보다 검토가 빡빡하다. 총장님이 국정감사에서 답변할 자료라서 그런가보다. 2001년 가을이었다. 공군법무관으로 일할 때 국정감사 대응 업무를 맡았다. 국회에서 보낸 질의 중 법무와 관련된 답변 초안을 작성하고 국감장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돌발 질의가 나오면 즉석에서 답변자료를 만드는 게 주된 일이었다. 국방위 국감 당일, 국감장 옆 복도에서 노트북을 들고 대기했다. 수많은 별들이 지나가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기하라며 잔뜩 기합을 불어넣었다. 국감이 시작되었다. 얼마되지 않아 육군과 관련된 이슈가

    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프랑스 구속제도의 시사점

    프랑스 구속제도의 시사점

    프랑스에서는 구속에 앞서 피의자에게 사법통제를 가할 수 있음은 지난 달 목요일언에서 소개한 바와 같다. 그 외에도 프랑스의 구속제도는 ‘구속사유, 구속결정에 대한 불복, 구속기간’ 등에서 우리 제도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구속사유로 ‘① 진실을 규명하는데 필요한 물적 증거나 정황 보전 ② 증인,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위해 방지 ③ 피의자와 공범간 부정한 통모 방지 ④ 피의자 보호 ⑤ 형벌집행을 위한 피의자의 신병 확보 ⑥ 범죄의 종료나 재범 방지 ⑦ 피해의 중요성, 범행상황, 범죄의 중대성으로 야기된 공공질서에 대한 예외적이고 지속적인 혼란 종식(다만 중죄의 경우에 한한다)을 규정하고 있다(제144조). 우리 형사소송법이 구속사유로 ‘주거부정과 증거인멸, 도망

    김영기 부장검사 (서울서부지검)
    손해를 보아야 산다

    손해를 보아야 산다

    최근 들어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 그 정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표출하는 성격장애로 정의되거나 충동으로 인한 분노를 없애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이라고도 한다. 병리학적으로 분노가 심해지면 뇌의 교감신경이 잘 조절되지 않아 신체가 과하게 흥분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어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단순히 성격 문제인지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인지를 떠나 최근 법정에서도 "왜 이렇게 후회할 범죄를 저질렀냐"고 물으면 피고인들은 "화를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라거나 "술만 마시면 욱하는 성질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까지는 이르지 않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화를 참지 못해서 관계를 그

    김종복 부장판사 (목포지원)
    권력자와 성

    권력자와 성

    서일본의 최대 도시 오사카 도심에는 오사카성이 있다. 우리나라 사적지 중에 흔한 것이 성이지만 대개 산성이나 토성, 읍성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오사카성처럼 잘 보존되어 성의 형태를 제대로 갖춘 성은 드물다. 중국이 자금성, 독일이 노이슈반슈타인성을 자랑하고 있고 일본만 해도 오사카성 외에 히메지성이나 구마모토성 같은 자랑할 만한 성을 갖고 있지만 우리에겐 이런 성이 없다. 오사카 도심 고층빌딩들 속에 섬처럼 떠 있는 8층의 천수각과 이를 둘러싼 숲과 성벽, 성문과 해자(성 밖을 둘러 파서 만든 못), 해자 위에 걸쳐진 다리들은 고도의 방어체계를 갖춘 대단했던 권력자의 존재를 보여준다. 임진왜란의 원흉 토요토미 히데요시 말이다. 오사카성은 일본을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10만명의 인부를 동원하여 축

    김진욱 선임연구관 (헌법재판소)
    조작의 비용

    조작의 비용

    군에 있을 때 사망사고 조사를 담당했었다. 유족들이 사인을 수긍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재조사했는데 첫 사건이 군의관 사망사건이었다. 그는 가족의 희망이었다. 아들만 믿고 살아온 홀어머니와 똑똑한 동생을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한 누나는 그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기록검토 후 유족들을 면담한 다음 유족들이 의문을 제기한 사항을 다시 조사했다. 하지만 기존 결론을 뒤집기는 힘들었다. 여관에 혼자 들어갔고 다음 날에도 나오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목을 매어 죽어있었다는 여관주인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유족들은 재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들은 국가가 지난 세월 동안 사인을 조작하고 은폐했던 과거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현재가 과거에 발목

    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프랑스식 ‘사법통제제도’의 도입을 기대하며

    프랑스식 ‘사법통제제도’의 도입을 기대하며

    프랑스의 구속제도는 특이하다. 사법통제(controle judiciaire)와 본래 의미의 구속(detention provisoire)으로 나뉘고 구속은 ‘증거보전, 피의자의 신병확보’ 등 수사의 목적달성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면서 사법통제로는 그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가능하다(프랑스 형사소송법 제144조). 수사 단계에서는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고, 범죄자를 특정하며, 범죄로 인해 유발된 피해를 구조하는 등의 행위’가 진행되는데 이는 곧 수사의 목적과 일맥상통하며 사법통제는 구속에 앞서 이러한 수사목적을 이루기위해 피의자에게 일정한 의무(obligations)를 부과하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사법통제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예심수사판사나 석방구금판사가 부과한다. 형

    김영기 부장검사 (서울서부지검)
    사회통념의 함정

    사회통념의 함정

    아이들과의 대화는 늘 초심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얼마 전 어느 중학교 진로교육 강연회에서 판사라는 직업과 법원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늘 빠지지 않는 질문이 ‘판사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정도인데, 그날은 뜻밖에 아무도 이를 묻지 않아서 준비해 둔 대답을 못하고 머쓱해 있었던 순간, 어떤 아이가 손을 들고 “판사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인생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판결을 하는데, 판사들은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그렇게 다 잘 알고 있나요? 공부를 많이 하면 다 알게 되나요?”라고 물었다. 필자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독서에 관한 동기 부여도 해줄 겸 해서 좋은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하곤 했다. 한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

    김종복 부장판사 (목포지원)
    주권으로 인권을 쓴다

    주권으로 인권을 쓴다

    “청나라에 의존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자주독립의 기초를 세운다. 왕실전범을 제정하여 왕위계승, 종친과 외척의 구별을 분명히 한다. 임금은 대신과 의논하여 정사를 행하고 종실과 외척의 정치 관여는 용납하지 않는다.” 1895년 1월 7일 구한말 갑오개혁 당시 고종이 박영효의 권고에 따라 군신들을 거느리고 종묘에 나아가 선포한 홍범 14조의 첫 부분이다. 그러나 “권리의 보장이 확보되어 있지 않고 권력분립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모든 사회는 헌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한 프랑스 인권선언에 비춰보면 근대헌법으로 보는 건 무리겠다. 사실 헌법(憲法)이라는 말은 동아시아에서 예전에 쓰이던 말이었다. 법(法)과 헌(憲)은 모두 법의 의미로 헌법(憲法)을 일반적인 법(法)의 의미로 썼던 것이

    김진욱 선임연구관 (헌법재판소)
    속상함

    속상함

    재판에서 패소한 의뢰인을 상담하는 일이 많다. 의뢰인은 판결문을 보여주며 “정말 엉망이죠?”, “판결만 봐도 얼마나 엉터리인지 바로 알 수 있죠?”라며 보조를 맞춰주기 바란다. 하지만 의뢰인의 기대에 응하기는 어렵다. 판결문만 본 상태에서 엉터리라고 말할 정도의 흠이 있는 판결은 사실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결문에서 뭐라고 딱히 지적할 곳은 없네요”라고 말할 수도 없다. 이런 말을 뱉는 순간 고객의 얼굴은 이별을 직감한 연인의 얼굴처럼 일그러지고 수임가능성은 영(零)으로 수렴한다.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서 어느 때부터인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판결 받고 많이 속상하셨죠?”이 말을 듣는 순간 의뢰인의 얼굴은 갑자기 환해진다. 많이 속상했고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다

    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인권보호, 검찰 그리고 수사지휘

    인권보호, 검찰 그리고 수사지휘

    근대적인 검찰제도는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탄생하였다. 왕정의 혹독함을 경험한 혁명가들은 신체의 자유와 재산 등 시민의 권리보호를 선언하고 검사로 하여금 사법의 영역인 사법경찰활동을 통제하도록 하였다. 수사는 본질적으로 인권침해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이에 1808년 12월 16일자 프랑스 최초의 형사소송법(Code d'instruction criminelle)은 형사절차의 중심에 검사를 두고 수사의 효율성과 국민의 자유권리보장을 조화하였다. 그 정신은 현재도 이어져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직접 또는 사법경찰을 지휘하여 수사를 할 수 있고(제41조 1항),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사법경찰권을 행사한다(제12조)’고 명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을 기능적으로 분리하였고, 사법경찰은

    김영기 부장검사 (서울서부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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