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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약자들에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법’

    사회적 약자들에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법’

      A는 예술계에 종사하는 20대 청년으로서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기간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였으나 약속한 지급기일이 한참 지나도록 약정금을 받지 못하였다. A가 어렵사리 약정금 지급을 요청하였지만 제작사는 이런저런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었다. A의 고민을 알게 된 친구(같은 업종의 예술인) B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에게 A의 사정을 상담하였다. 변호사는 ‘해당 건은 약정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인 만큼 무료 상담을 해줄 수 있고, 나아가 착수금 없이 소송대리도 해줄 수 있다’고 하였다. B는 A에게 변호사의 상담 내용을 전달하였으나, A는 ‘약정금지급소송을 하게 되면 제작사는 “A가 금전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하거나 “약정금 지급을 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마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책임이라는 말

    책임이라는 말

      이누이트어에는 얼음을 뜻하는 단어가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다도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비슷해 보이는 찻잔을 모양, 빛깔, 질감에 따라 수십 개로 구별해서 부른다. 영어에는 짠맛을 표현하는 단어가 따로 없이 소금의 형용사형으로 'salty'라고만 하지만, 우리말에는 짜다, 짭짤하다, 짭조름하다, 찝찔하다, 건건하다 등 미묘한 단어가 풍부하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다양한 단어가 발달했다는 것은 그것을 구별할 수 있고 구별할 필요를 느낄 정도로 언중(言衆)의 인식이 섬세하다는 의미일 것이다.법률가들이 법률용어에 대해 가지는 예민한 태도도 대부분 그런 섬세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비법률가들에게는 쓸데없는 집착이나 잘난 체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용어를 섬세하게 정의하고 구별해서 씀으로써

    천경훈 교수(서울대 로스쿨)
    수사와 재판의 협조자 만들기

    수사와 재판의 협조자 만들기

      수사와 재판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오래전에 수사를 한 경험으로는 피의자의 신병확보가 어려웠고, 범행을 부인은 해도 아예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부인 진술이라도 해주면 모순점을 찾아내고 논리적 설득을 계속하여 결국 자백을 받아내는 경우도 많았고, 피의자도 구속까지 되면 번복하여 자백을 하는 수도 있었다. 그리고 당시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적용되지 않았기에 확실한 물증만 어떻게 해서라도 확보되면 수사를 쉽게 끝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사기관이 늘고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수사개시범위부터 따져야 할 뿐만 아니라 진술거부는 흔한 상황이 되고 증거확보는 더 어려운 반면에 증거능력은 엄격하게 판단되고 있다. 이제 검찰에서 자백했던 피의자까지 법정에서 부인하고 억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당사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

    당사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 객관적인 판단력을 상실한다. 자신이나 가족의 사건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몇 번이고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내 사건은 통상적인 경우와 다르고, 상대방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핵심은 일반적인 사건·사고와 큰 차이가 없는데 지엽적이거나 엉뚱한 쟁점을 나열하는 때가 많고, 상대방도 평균인의 범주 안에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을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온갖 사연이 얽혀 있는 사건을 단순화하는 것이 억울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들이 눈을 가리면서 사건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 당사자 입장이 되면 결론을 먼저 내리고 유리한 법조문이나 판례를 찾은 다음 논리를 비

    유영근 지원장(남양주지원)
    피해자의 죽음과 국가의 책임

    피해자의 죽음과 국가의 책임

    죽음은 대부분 안타깝지만 정말 안타까운 죽음이 잇달아 발생하고, 도대체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서 피해자의 죽음은 많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피해자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가해자로부터 3년 가까이 300회가 넘게 전화와 메시지로 만나자는 요구를 받았고 영상을 유출하겠다는 협박까지 당한 끝에 결국 가해자를 고소하게 되었다. 이후 경찰이 검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기각하였다.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2021.10.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2022.8.까지 스토킹으로 입건된 7152명 중에서 254명만 구속된 통계가 보여주듯이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고, 불구속 수사 원칙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좋은 강의, 나쁜 강의

    좋은 강의, 나쁜 강의

          좋은 강의란 어떤 것일까? 적은 노력으로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다지 남는 것은 없는 강의와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하고 좋은 학점을 받기 쉽지 않지만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강의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은 강의일까? 뉴욕대(NYU)에서 최근 일어난 일이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사건의 주인공인 원로 교수는 유기화학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한 명망 있는 학자인데, 프린스턴대에서 은퇴한 후 뉴욕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는 정보 전달형이 아닌 문제해결형 강의를 시도하여 여러 차례 우수강의상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금년 1학기에 수강생들의 불만이 담긴 탄원서를 받은 대학 측은 그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즉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왜 지키지 못할 법을 유지하는가?

    왜 지키지 못할 법을 유지하는가?

          2005년 무렵 어느 검사로부터 1990년대 중반에 사형 집행을 지휘한 경험을 들었다. 두 사형수의 마지막 모습 때문에 정의 실현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고, 한동안 인위적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는 집행 장면을 거듭 상상하면서 모골이 송연해졌고, 인간적이고 철학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김영삼 정부 막바지인 1997년 12월 30일에 20여 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것을 마지막으로 25년째 사형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1986년 이후 정치범이나 사상범에 대하여는 사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현재 판결이 확정된 사형수 중 생존해 있는 사람은 60명 정도인데, 모두 살인범이고, 그들이 살해한 사람의 수는 200명이

    유영근 지원장(남양주지원)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한 대화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한 대화

      법원은 헌법 제10조와 제17조를 근거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권리('음성권')를 가지고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통화나 대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피녹음자의 승낙이 추정되거나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제10,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또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이전 정부에서와 같이 법무부 장관이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필자까지 법무부 장관의 취임 100일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들의 연락을 여러 차례 받을 정도였다. 그에 비해 검찰총장은 ‘검수완박법’의 시행을 앞두고 펼쳐놓은 검찰수사의 마무리가 더 급하다는 이유 때문인지 임명이 미루어졌고, 계속된 검찰 인사에 검찰총장으로서 관여하지 못해 벌써부터 ‘식물총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장관·총장 왜 굳이 따로 임명할까한때처럼 싸우는 관계도 싫지만너무 친밀해도 긴장관계 안보여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의문 가져 새 정부에서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후보자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과 함께 그래도 기대해 보는 마음이 없을 수 없다. 첫째, 법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그 말을 국민들이 믿겠습니까?

    그 말을 국민들이 믿겠습니까?

      벌써 7~8년 전 얘기다. 당시 로스쿨 입시에 대해 비판이 많았다. 절차 측면에서는 정성평가 비중이 높다는 점, 결과 측면에서는 합격자의 연령이 낮고 명문대 출신이 많다는 점이 지적됐다. 정성평가 비중이 높다 보니 부유층이나 명망가 자제들이 쉽게 입학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럼 정성 요소를 빼고 정량 요소만으로 평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당시 서울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해 봤다. 전년도 지원자 중 정량 점수(리트점수와 학점)만으로 가상의 합격자들을 가려내고, 그 가상합격자들과 전년도 실제 합격자들을 비교해 본 것이다. 그 결과 가상합격자들의 평균연령이 오히려 더 낮았고, 특목고와 8학군 소재 고교 졸업생들의 비중은 가상합격자 군에서 더 높았다. 실제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K-억울함

    K-억울함

      영화 <기생충>이 2020년에 아카데미 작품상 포함 4개 부문을 수상하더니, 올해는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인 ‘에미상’의 드라마 작품상 등 14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다. 이 작품들은 국내보다 서양에서 더 화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과 묘사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 작품 속에 녹아 있는 한국인 특유의 심정적 감수성과 표현력이 더 어필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최상진 교수의 《한국인의 심리학》에 의하면, 한국인의 독특한 심리현상으로 ‘심정(心情)’이 있는데, 심정은 이성과 감성의 중간 정도 또는 인식이나 판단과 감정이 뒤섞인 영역에 존재하고, ‘섭섭함, 안쓰러움, 정듦, 한스러움,

    유영근 지원장(남양주지원)
    재판의 운

    재판의 운

      갑자기 쓰러져 응급수술을 하였다가 이제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의뢰인과 식사를 하였는데, 자신은 정말 운이 좋아 후유증이 적고 생활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다. 반면 ‘자신과 비슷했던 질환의 다른 환자는 환부도 수술하기 어려운데다, 응급차를 타고 간 병원에 그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외국 출장을 가서 다시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다른 병원에서 뒤늦게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회복하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자신의 운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많은 소송사건을 수행하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재판에도 운이 따르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 소송 사건에는 기존 판례로 해결되지 않는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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