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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서초포럼 리스트

    With Corona로의 전환을 앞두고

    With Corona로의 전환을 앞두고

    언제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마스크 패션이 너무 익숙해서인지 가까운 사람도 마스크를 벗으면 왠지 그 얼굴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우리 앞에 '일상을 멈추는 날'을 연출한 순간, 우리의 삶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버렸다. B.C와 A.D보다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가 더욱 실감나게 와 닿는 구별이라고 할까?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11월이 되면 'With Corona'로 전환을 한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의 회복', 우리 모두가 얼마나 기다려 왔던 것인가! 물론 일상의 회복이라고 하여 코로나 이전으로의 완벽한 복귀를 기대할 수는 없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법학위기론에 관한 한 斷想

    법학위기론에 관한 한 斷想

    대학원에 막 진학한 90년대 중반, 더듬더듬 배운 일본어로 일본 법률문헌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한글로 된 법률문헌은 지금보다 훨씬 빈약했기 때문에, 다양하고 풍성한 논의를 담고 있는 일본의 주석서와 단행본을 보면 부러운 마음과 약간의 열등감마저 들었다. 나와 나의 동료들도 실력을 갈고닦아 언젠가는 한글로도 저렇게 풍성한 문헌들을 가져보리라는 각오랄까 객기를 품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읽던 교과서와 논문들이 일본문헌을 그대로 참고한 경우가 많음을 알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구성과 흐름이 비슷해서 일종의 번안물 같은 경우도 있었다. 한국문헌과 일본문헌을 좌우로 펴놓고 대조해가며 읽다 보면 편하면서도 자괴감이 들었다. 양상에는 차이가

    천경훈 교수 (서울대 로스쿨)
    적정 법관 수

    적정 법관 수

    우리나라 법원에 몰려드는 사건 수에 비하여 법관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별 이견이 없다. 물론 최근 10년간 사건 수가 비슷함에도 법원의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음을 들어 법관의 워라밸 운운하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판사가 불성실한 재판을 한다면 사법주권을 가진 국민들로서는 엄히 꾸짖어야 마마땅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면 사생활을 버리고 일만 하라고 마냥 질책할 수만은 없다. 그러한 환경이 지속된다면 좋은 재판을 계속하기도, 좋은 판사를 뽑기도 어렵다. 법관 증원에 찬성하더라도 재판에 필요한 적정 법관 수를 정확히 도출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 사건에 투입됨이 마땅한 시간의 총합을 법관 1인의 근무시간으로 나누어야 산출될 수 있을 터이다. 그런데, 도대체 알맞고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The Half-Blood Princess

    The Half-Blood Princess

    올해 US 오픈 테니스 단식 결승전은 여성 경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압도적 실력을 가진 선수 없이 매번 우승자가 바뀌어 오던 여성 단식에서 두 명의 뛰어난 10대 선수가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2002년생 동갑인 엠마 라두카누와 레일라 페르난데스가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까지 올라오는 모습에 많은 팬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두 선수의 또다른 공통점은 캐나다로 이민 온 아시아 출신 어머니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엠마는 루마니아와 중국인 부모 사이에 캐나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고, 레일라는 에쿠아도르와 필리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이다. 특히 우승자인 엠마가 어릴 때 중국의 친척 집을 방문해서 사촌들이 하루에 10시간 넘게 공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열심히 테니스를 치게 되었다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영업비밀과 나비효과

    영업비밀과 나비효과

    2015년 개정 전까지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고 규정하였다. 영업비밀 침해사건에서 법원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영업비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 또는 청구기각을 선고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판례에 대해 영업비밀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비판을 반영하여 2015년 개정법은 '상당한 노력'에서 '합리적인 노력'으로 요건을 완화하여 합리적인 영업비밀보호를 도모하였다. 그런데 이것도 부족하다고 여겼는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기소 후의 참고인조사와 증언

    기소 후의 참고인조사와 증언

    수사란 범죄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활동이라고 판례는 보고 있다. 그래서 공소제기 후에도 수사가 가능하므로 공소제기 후에 수사기관이 참고인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된다. 판례는 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판례는 위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럽다. 먼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마친 증인을 수사기관이 다시 참고인으로 조사하여 진술조서를 작성한 경우에 진술조서를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고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증거동의를 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참고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북한 자녀와 상속

    북한 자녀와 상속

    법무부는 최근 2년 동안 북한 주민이 상속권을 가지는 한국 내 재산의 규모가 약 6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남북한 주민 간의 가족관계와 상속·유증 등의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2012년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지만, 아직도 북한의 자녀가 한국의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A씨는 2012년 상당한 재산을 남기고 유언 없이 사망하였다. A씨의 아들인 북한에 거주하는 B씨는 상속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다는 내용으로 동영상을 촬영하였다. 이 동영상과 B씨의 머리카락은 B씨의 대리인(중국 동포)을 통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다시 대한민국으로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 법원에 제출되었다. 법원은 B씨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소송'에서 이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법조의 직업적 소명의식

    법조의 직업적 소명의식

    소명(召命)은 종교적으로 구원과 관련된 하나님의 부르심을 뜻한다. '부르다'는 뜻의 라틴어는 vocare인데 여기에서 영어 vocation이 나왔다. 독일어로 직업 또는 소명을 의미하는 Beruf는 종교개혁 시대에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것인데, 하나님이 수여한 과업이라는 의미로 오직 믿음으로 세속적 의무를 다 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서구에 있어 직업은 하나님이 부르신 천직(天職)으로서의 소명이라는 의미가 그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종교적 의미와 굳이 연결하지 않더라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 역시 소명 의식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명과 무관한 것이라면 직업에는 귀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은 기본적으로 생계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삶의 마지막 순간

    삶의 마지막 순간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것만큼 분명한 진리도 없다. 죽음의 그림자는 낯설지만 그로부터 영원히 도망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의사로부터 시한을 선고받는 소수의 사람과 끝을 알지 못한 채 시한을 사는 다수의 사람으로 나뉠 뿐. 종래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죽음(엄밀하게는 마지막 생)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목숨을 끝까지 붙잡아놓는 기술만 배웠을 뿐, 삶의 끝자락을 고결하게 이끌 지혜와 방법을 배우지 못하였다. 살려고 찾아가는 병원은 많지만, 존귀한 삶의 마무리를 위하여 준비된 장소는 많지 않다.차가운 중환자실에서 온갖 연명장치를 주렁주렁 단 채 임종하는 일은 이제 흔하다. 인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블라인드와 공정 사이

    블라인드와 공정 사이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이 좋을까, 제한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이 좋을까? 편견을 배제한 결정이 좋을까, 편견을 지닌 결정이 좋을까? 답은 어렵지 않다. 충분한 정보에 터잡은 결정은 좋고, 충분한 정보 없이 하는 결정은 나쁘다. 편견 없는 결정은 공정하고, 편견 있는 결정은 불공정하다. 그런데 실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다양한 정보 중에는 편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도 섞여 있다. 그렇다고 편견의 여지가 있는 정보를 죄다 배제하다 보면, 별로 아는 것 없이 결정하게 될 위험도 있다. 공정한 결정에 대한 집착이 충분한 정보에 기한 결정을 방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그동안 어떤 의사결정에서 편견을 우려하여 특정 정보의 활용 자체를 아예 금지하는 예는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 채용과 입시에서 그런 예가 늘어나고

    천경훈 교수 (서울대)
    The Grey Area

    The Grey Area

    프놈펜의 중심부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 정원에는 녹슨 철제 문이 전시되어 있다. 평범한 모습의 문이지만, 프랑수아 비조(Francois Bizot)의 'The Gate'라는 책을 통하여 유명세를 타게 되어 철거 후 전시품으로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인류학자로서 크메르 루즈 감옥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비조는 크메르어와 프랑스어에 모두 능통하였기에 1975년 4월 크메르 루즈가 프랑스 대사관을 포위한 채 대사관 안에 있는 캄보디아 국적자들의 인도를 요구할 당시 중간 역할을 맡았다. 영화 킬링필드 초반부에서 미국인 기자 셴버그와 동행취재를 하던 캄보디아 기자 프란이 프랑스 대사관으로 함께 도피한 후 여권을 급히 위조하여 영국 국적자로 행세하려 하지만 결국 조악한 사진 탓에 발각되어 크메르 루즈에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최근 미국 과학자가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가 '식품 용기 및 개선된 주의를 끌기 위한 장치'를 스스로 발명하였다고 하면서 DABUS를 발명자로 하여 각국에 특허출원을 하였는데,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 특허청은 "사람(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은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특허출원을 거절한 반면, 호주 법원은 "발명자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인공지능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호주 특허청의 특허출원 거절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하였다. 호주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이에 관한 논란이 다소 있기는 했지만 별다른 논의의 필요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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