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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리스트

    Lost in Translation

    Lost in Translation

    국제재판관 근무를 앞두고 과연 영어로 재판을 하고 판결을 작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20여년간 오로지 국내에서 판사로 일하였을 뿐이므로 여행이나 국제회의 등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였던 외국어로 매일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동료들과 토론하여야 한다는 현실은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왔다. 실제 근무를 시작하고 보니 문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이 곳 재판소의 공식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캄보디아어다. 3개 언어로 소송서류가 제출되고 판결이 작성되며, 재판 진행상황 또한 3개 언어로 동시통역된다. 처음 재판부 내 합의(Deliberation)에 참석해 보니 캄보디아 재판관과 프랑스 재판관은 각자의 모국어로 자유자재로 발언을 하고 필자만 영어로 토론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변호사의 저녁있는 삶’, 가능할까?

    ‘변호사의 저녁있는 삶’, 가능할까?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형사처벌이 6개월 간 유예되기는 하였지만 위반 시 사업주는 형사처벌이 될 수 있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대형로펌들의 경우 대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모 로펌에서 경영진과 어쏘변호사 대표간에 재량근로제 도입에 합의하여 앞으로 다른 로펌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8조 3항에 근거한 재량근로제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과 관련하여 대형로펌이 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런데 재량근로제 도입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을 많이 한 변호사든 적게 한 변호사든 동일한 시간(간주근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육아라는 스펙

    육아라는 스펙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일하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라는 어느 음료 광고 카피가 심금을 울린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자녀의 순서나 수에 관계없이 육아휴직기간 전부를 경력으로 인정한다는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종래 공무원임용령은 첫째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기간은 1년만을, 둘째 자녀 이후부터는 전기간을 승진소요기간에 산입하였고, 법원공무원규칙도 같은 내용을 두고 있었다. 반면 교육공무원법은 2012년부터 자녀 수와 관계없이 육아휴직기간을 모두 근속기간에 포함시켜 왔다. 그러나 법관인사규칙은 법관의 경우 첫째, 둘째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기간은 그 중 각 1년만을, 셋째 자녀부터는 전기간을 법조경력에 산입하고 있다(13조 2항 4호).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해답은 성 평등에 있다

    해답은 성 평등에 있다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전년 대비 10% 가까이 떨어졌다. 인구절벽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올해 1.0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2015년 기준 1.68명이니 우리는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저 출산·고령화 추세가 상당 기간 진행된 지금 이를 바꾸기에는 수백 가지 출산장려 정책도 역부족이다. 왜 이처럼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일까.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기를 주거 걱정에 임신을 주저하는 것일까. 교육비 부담 때문일까.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물론 아이를 낳아 기르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사교육도 시켜야 하니 경제적 부담이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정부도 신혼부부·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위대한 법률가 김병로의 삶을 통해 답을 찾다

    위대한 법률가 김병로의 삶을 통해 답을 찾다

    우연한 기회에 ‘김병로’ 대법원장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그 내용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1952년 ‘국군의 거창양민학살사건’ 국회조사단장으로 활동하던 의원이 군인 간부를 권총으로 사살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당시 1심 재판부는 그 군인이 서 의원을 먼저 살해하려고 하였다는 항변을 받아들여 정당방위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이 “현역장교를 권총으로 쏴죽였는데 무죄라니 될 말인가”라며 판결을 비난하자, 당시 대법원장이었던 김병로는 “판사가 내린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절차를 밟아 상소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답했다. 이 당시 한국전쟁 중이었고 군인이 생사여탈권을 쥘 정도로 강력한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검·경 수사권 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검·경 수사권 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 21일 법무부장관과 행안부장관이 국무총리와 민정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합의안에 서명하고 앞으로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 합의안을 읽어보았다. 먼저 최근 남북정상이나 북미정상 사이의 회담에서 합의안을 보았지만 우리나라 장관 사이의 합의안은 생소하다. 법무부장관 등은 국무위원으로서의 지위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정책을 보좌하는 참모들이고 실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른 검경 수사권 조정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장관들 사이의 합의안 형식이 적절한 것인지는 좀 의문이다. 차라리 당사자에 해당되는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사이의 합의안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데 검찰은 국회 입법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고, 경찰은 명분만 얻고 더 힘이 들게 되었다는 반응이라는 언론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공익변호사 1% 양성계획

    공익변호사 1% 양성계획

    전업으로 공익활동을 하는 ‘공익변호사’가 이제 70명을 넘어섰다. 공감이나 희망법, 어필 같은 공익법률단체에서, 다양한 NGO와 인권단체·공익법인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공변이 다루는 영역도 소수자 인권뿐 아니라 교육, 환경, 노동, 소비자, 시민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 등으로 넓어졌다. 70여명이면 꽤 많은 것 같지만 2만5천명 가까이 늘어난 전체 변호사 숫자에 비하면 미미하다. 공변을 희망하는 사람은 많지만 공익적 일자리는 부족하고 공익법률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적은 급여에 일은 넘쳐난다. 손을 내미는 소수자와 피해자는 많고 사회문제는 넘쳐난다. 반면 기부문화는 정착되어 있지 않고 공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족하며,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거의 없다. 우리가 더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변화와 재탄생의 기회로

    변화와 재탄생의 기회로

    하루 하루 세상이 정말 무섭게 변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할 것 없이 모든 면에서 근본적이고 총체적으로,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인류는 오랜 역사의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살아오고 있고, 특히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100여년여 동안의 세상 변화는 그 이전의 변화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산업혁명 당시 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그야말로 광속에 가깝게 급변하고 있다. 우리는 한 때 인감증명이나 부동산 등기부등본 하나 발급받는 것도 관공서에 가야만 했고 시간도 많이 걸려 심지어 급행료라는 것이 문제되던 때도 있었다. 컴퓨터도 없이 2벌식 또는 4벌식 타자기를 사용해야 하고 그 타자 실력도 자격증이 존재하였으며, 컴퓨터도 처음에는 도스식이었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유엔 재판소에서 근무하면서 맡게 된 사건 중 한국에서 자주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판결서 및 소송기록의 공개에 관한 재판이다. 이곳에서 판결서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예외적인 경우 이를 비밀(Confidential)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적절한 편집(Redaction)을 거친 공개 (Public) 버전을 함께 만든다. 당사자들도 자신이 제출하는 소송서류의 공개 범위를 지정해야 하고 그에 대한 재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엔의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4조에 정한 바와 같이 판결의 원칙적 공개는 모든 종류의 재판에 적용되어야 하는 국제 기준이고, 우리 헌법 제109조 또한 이를 명시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재판부는 최근 판결서 핵심 이유의 일부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수사준칙 매뉴얼화 작업’에 외부참여 필요!

    ‘수사준칙 매뉴얼화 작업’에 외부참여 필요!

    검찰이 '검찰 수사준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수사에서부터 기소, 공판에 이르기까지 검찰업무 전 과정을 시스템화해 매뉴얼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검찰은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더욱 구체화하는 한편 각종 지침 등에 산재해 있는 수사절차 관련 규정들을 한 군데로 모으고, 수사정보 수집에서부터 체포·구속, 피의자신문 등 수사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들을 구체화해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의 수사준칙 매뉴얼화 작업은 검사들이 수사업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매뉴얼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하며, 국민의 인권을 보다 보장하는 인권친화적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한편 검찰의 도제식 검사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사준칙 매뉴얼을 통해 수사역량을 고르게 향상시키고자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투를 보며 기본권을 생각한다

    #미투를 보며 기본권을 생각한다

    2018년 대한민국에는 #미투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여기에는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촉발되어 불법촬영 수사 관련 집회에 이르기까지 자발적, 주도적으로 참여한 20~30대 여성들의 목소리가 실려 있다. 언제, 어디에서 추행, 폭행, 강간 심지어 살인까지 당할지 모르는 사회에서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는 허울만 남게 된다. 학업·업무든 사적 교제든 이미 사회는 여성들이 심야에 집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나이 오십을 넘긴 필자도 야근이나 회식 후 늦은 귀가 시에는 두려움과 긴장 속에 종종 걸음을 치게 되니, 젊은 여성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미투운동의 주된 고발 대상인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형사처벌에는 난점이 보인다. 현행법상 성폭력범죄의 수단은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법비(法匪)에게 넘겨버린 법치(法治)

    법비(法匪)에게 넘겨버린 법치(法治)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 박근혜는 1심 재판에서 법정출석을 거부하고 선고공판도 불출석했다. 일반 피고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배짱이다. 전직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사법부 무시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자신이 임명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서 사법부를 우습게 본 것이다.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숨어 있었다.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고개를 숙였으니 그 휘하의 판사는 눈에 뵈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 사법부 길들이기와 무시하기인데 알아서 기고 있으니 만만하게 보였을 것이다. 군사정권 하에서는 권력으로 굴복시켰는데, 압력을 가하지 않아도 자해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으니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해도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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