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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리스트

    중형·엄벌만으로는 범죄와의 전쟁 승산 없다

    중형·엄벌만으로는 범죄와의 전쟁 승산 없다

    ‘조두순’, 그 이름은 이제 아동성폭행범의 대명사다. 그의 만행이 우리나라 형사사법과 형사정책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성범죄 법정형 강화,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연장,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법(소위 화학적 거세) 도입, 주취감경 폐지, 아동 상대 성범죄 양형기준 강화 등등. 가히 성범죄와 일전을 벌일 온갖 무기는 구비된 셈이다. 그래도 2020년 그의 출소를 맞아야 할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여러 번 두드렸다. 재범의 위험성에 겁이 난 수십만의 국민들이 출소반대 청원을 넣었지만 확정된 12년의 유기징역은 바뀔 수 없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일명 ‘조두순 법’이 시행되어 일대일 보호관찰관의 밀착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지만 미성년자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Judgement at Nurnberg

    Judgement at Nurnberg

    국제형사재판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나치 전범의 처벌을 두고 영국의 처칠 등은 즉결 처형을 주장한 반면, 미국의 잭슨 대법관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기반을 둔 공정한 재판을 주장하였다. 그는 "재판에 회부한다는 것은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처벌만을 위해 고안된 법원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라고 하였다. 마침내 뉘른베르크 법정의 수석 검사직까지 직접 맡게 된 잭슨 대법관은 모두 진술(opening address)에서, "우리의 임무는 정의에 대한 요구와 복수를 원하는 외침을 구별하여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역사는 후일 우리를 다시 재판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 재판의 실제 원고(complaining party)는 문명(civilization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하나뿐인 내편

    하나뿐인 내편

    모 방송사의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이 높은 시청률을 보인 가운데 종영되었다. 일각에서는 막장 드라마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재미있게 본 드라마이다. 흔히 막장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말도 안 돼” 라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어쩌면 또 하나의 재미인지도 모른다. ‘하나뿐인 내편’ 역시 수많은 우연들로 인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질의 막말이나 욕설, 불륜과 같은 소재는 없으니 ‘막장’이라기 보다는 비현실적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보다 맞을 것 같다. 아무튼 ‘하나뿐인 내편’ 드라마에서는 살인 누명을 쓰고 28년간 복역한 '강 기사', 즉 주인공 '도란'의 아버지가 과거 살인을 한 사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문은 셀프

    문은 셀프

    나이를 먹다 보니 젊은 사람들로부터 대접을 받게 되면 마음이 뿌듯해질 때가 있다. 간혹 문을 열어주거나 식사 때 수저를 놓아주면 처음에는 황송하다가도 이내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법원 구내에서는 종종 배석판사나 재판연구원들이 행여 동선이 끊길까 부장님 앞으로 나는 듯이 달려나가 문을 열어드리는 광경을 보게 된다. 얼마 전 법원 게시판에 합의부를 위한 제안으로 ‘엘리베이터, 문열고 닫기 등은 가급적 돌아가면서 하자’는 의견이 게시된 것을 보면, 이를 행하는 입장에서는 고충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참고로 법원장까지 지낸 우리 부 재판장께서는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하신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나친 공경은 법관의 현실감각을 없애고 그 마음을 너무 높게 만들 것 같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인공지능(AI) 세상의 증거법

    인공지능(AI) 세상의 증거법

    최근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소설 ‘반지의 제왕’ 수준까지 작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였고, 이 AI는 모든 종류의 작문을 할 수 있는데, 사용자가 어떤 문장을 입력하면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어질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소설 ‘반지의 제왕’ 속 장면을 담은 문장, 즉 ‘레골라스와 김리가 무기를 높이 들고 함성을 지르며 오크족을 향해 진격한다’는 문장을 입력하면, AI는 그 다음 전개되는 내용으로 “오크족의 대응은 괴상한 발톱으로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맹습을 날리는 것이었다. 오크족을 공격하기 위해 선두에 선 김리는 ‘난쟁이여 안심하라’라고 말했다”는 후속문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법률분야에 적용한다면 AI가 계약서, 경고장, 소장, 고소장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가사사건 가압류 재판실무에 대하여

    가사사건 가압류 재판실무에 대하여

    가사소송은 특별 민사소송절차로서 기본적으로는 민사소송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사소송법과 가사소송규칙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보통의 민사소송법을 따르고 민사소송규칙을 준용한다. 그러나 가사소송은 재판의 적정·신속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는 여러가지 다른 특수성이 있어서, 이를 고려하여 일부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민사사건과는 다른 특별한 취급을 하고 있다. 법원 역시 가사사건만 전담하는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이 오래전부터 설치돼 운영하고 있다.  한편 가사소송법에서는 가사소송사건 또는 마류 가사비송사건을 본안(本案) 사건으로 하여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민사집행법의 보전처분 관련 조항을 전부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가사사건 관련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차라리 피고인의 보석청구권을 없애버려라

    차라리 피고인의 보석청구권을 없애버려라

    형사소송법은 보석청구가 있는 때에는 일정한 제외사유가 없는 한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필요적 보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피고인으로서 대립하는 당사자인 검사와 실질적 평등이 확보되어 방어권행사에 지장이 없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속요건에 해당되어 수사과정에서 구속이 되었더라도 기소로 피고인이 되었으니 웬만하면 보석을 통해 석방될 자격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지금까지 형사소송법을 위반하고 피고인의 보석청구권을 무시하다보니 보석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특혜라는 인식이 심어지고 결국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조차도 보석허가를 하지 못하고 국민여론에 쩔쩔매고 있는 것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헬렌 켈러 변호사

    헬렌 켈러 변호사

    헬렌 켈러는 시청각장애인(deafblind)이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중복장애다. 하늘과 꽃을 보지 못하고, 바람 소리나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삶은 어떤 것일까? 그런 헬렌 켈러가 5개 언어를 구사한 것은 기적이다. 그 때는 장애인을 위한 교육시스템도, 의사소통을 돕는 보조기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떻게 언어를 익히고 말(구화)을 할 수 있었을까? 헬렌 켈러는 손바닥에 글을 쓰거나 수화를 전하는 방법으로(촉수화) 언어를 익히고 소통했다. 상대방의 목젖이나 입술을 만지며 소리를 구분하고 발성하는 법도 배웠다.  얼마 전 하벤 길마(Haben Girma)의 강연을 인터넷으로 접했다. 하버드 법대 최초의 시청각장애인졸업생. 아프리카 난민의 딸. 그녀는 지금 장애인 인권변호사다. 그녀는

    임성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재판부, 심급마다 판결이 다를 수 있다

    재판부, 심급마다 판결이 다를 수 있다

    판결이 나면 승복 여부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원고와 피고, 검사와 피고인·변호인 등 대립당사자가 있는 싸움에서 판결로 승자와 패자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판결과를 이념적으로 재단해 찬반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최근 정치인의 댓글사건과 미투 사건 판결을 놓고 벌이는 비난전은 도를 넘고 있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와 유불리에 따라 재판부의 판결을 비난과 칭찬 사이에서 흔들어 놓는다. 맘에 들면 사법정의가 살아있다고 칭송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사법부의 조종이 울렸다고 폄하하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커져간다. 언론도 이에 동조하면서 그 불신은 가속화된다. SNS에 올린 당사자들의 불만이나 제3자의 인상비평식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Coyote Ugly

    Coyote Ugly

    작년 여름 휴가 때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과거 ECCC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에게 연락하여 그가 일하고 있는 파리지방법원을 방문하고 그 날 진행되던 재판도 방청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당시는 휴가철이어서 본안 사건은 없었고 인신 구속 관련 사건들이 심리되고 있었다. 그 전날 체포되어 판사와의 대면이 필요한 사람, 국외 여행허가 등 부과된 조건의 변경을 원하는 사람 등이 주로 출석하였고, 5인의 여성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개개 사건마다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여 진술을 청취하고 질문하였다. 현행 프랑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판사는 구속에 앞서 ‘사법감독조건(Controle Judiciaire)’을 부과할 수 있다. 사법감독조건으로는 장소이동의 제한, 인적 또는 물적 담보 제공, 접근금지 등뿐만 아니라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변시 낭인과 오탈자

    변시 낭인과 오탈자

    대학시절 노교수님께서는 법률강의를 듣던 우리들을 향해 ‘이 잡놈들’이라고 종종 칭하셨다. 명색이 법학도인데 왜 우리가 ‘잡놈’이라는 것인가? 아마 과거 양반이 아닌 중인층에서 주로 법률을 다루었던 것을 빗대어 하셨던 것이 아닐까. 그 노교수님의 말씀이 맞다면 법률가의 길에 들어서는 것은 곧 잡놈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런데도 과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법시험에 매달리고, 사법시험 합격은 곧 가문의 영광이요 학교의 영광이 되었을까?  사법시험의 폐해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같던 사법시험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사시합격자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담벼락에 자랑스러이 내 걸리던 플래카드도 희미한 흑백사진 속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단상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단상

    이제 ‘성인지 감수성’은 성희롱, 성폭력 관련 소송의 심리에서 법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이 되었다. 치밀한 법적 논증을 업으로 하는 법관이 감수성까지 갖춰야 한다니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인(잡)지’를 통해 키울 수 있다는 철지난 아재개그마저 등장한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논자마다, 국면마다 조금씩 달리 정의되는데, 대체로 성별 불균형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으로 풀이된다. 이는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감성'이나 '감수성'과 다르며, 특수한 상황에 처한 타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인지능력'에 가깝다. 법관에게 있어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가 성폭력 등 피해 당시 및 그 전후 상황에서 보이는 언동을 그가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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