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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리스트

    내면의 보이지 않는 존재

    내면의 보이지 않는 존재

    "相在爾室(상재이실) 尙不愧于屋漏(상불괴우옥루) 無曰不顯莫子云구(무왈불현막자운구) - 방에 홀로 있을 때 살펴야 하니 이 때는 방구석에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 곳이라고 하여 보는 이가 없다고 하지 말라." 시경에 나오는 말씀이다. 보는 사람이 없을 때 더욱 삼가하여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혼자 구부러져 있는 철사 줄을 따라 원형고리를 이동시키면서 고리가 철사에 닿은 횟수를 스스로 세어서 기재하도록 하는 실험이 있었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방에 놓여 있는 의자에 유령이 자주 앉아 있다고 하니 그 의자에 절대 앉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두 그룹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재정신청에 대한 단상

    재정신청에 대한 단상

    매 기일마다 본안사건 30여 건의 재판을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사무실에 돌아오면 재판부를 기다리는 것이 있다. 끊임없이 접수되어 쌓여있는 재정신청사건 기록들이다. 작년 한 해 서울고등법원에만 약 5,840건(사건수 기준)이 접수되었으니, 재정신청 담당 11개 행정부가 본안 재판을 하면서 매주 10여건을 처리해야만 하는 업무량이다. 제정 형사소송법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수단으로 모든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을 도입한 이래, 이 제도는 대상의 대폭 축소(유신시대)와 일부 확대(2007년 법 개정, 모든 고소사건과 일부 고발사건)를 거치며 이어져 왔다. 재정신청사건 중 열에 아홉은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적정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을 수 없어 불기소처분을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법률실무의 크레바스(crevasse)

    법률실무의 크레바스(crevasse)

    크레바스(crevasse)란 빙하 표면에 갈라진 틈을 뜻하는 말이다. 빙하가 이동하면 이동력을 이기지 못하고 갈라지게 되면서 크레바스가 형성된다고 한다. 고산 등반이나 극지 탐험 시 크레바스에 빠져 조난을 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등반 시에는 항상 조심해야 하며 특히 크레바스가 눈에 덮힐 경우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윗부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칫 잘못했다가는 크레바스인줄 모르고 발을 잘못 딛다가 추락해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순간에 세상에서 사라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 법률실무에도 매우 위험한 크레바스들이 여러 분야 도처에 널려 있다. 항소나 항고 등 불변기간이나 사해행위 제척기간 혹은 소멸시효 기간을 도과하는 경우는 물론, 부동산이나 채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

    대한민국임시정부는 3·1운동 이후 일본통치에 항거하기 위해 1919년 4월 11일 수립되었고 같은 날 대한민국임시헌장(10개조)이 제정·시행되었는데, 올해가 100주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천년 동안 한 번도 시행된 적 없는 '민주공화제'를 선포하였는데(임시헌장 제1조), 지금에야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그 때는 얼마나 창의적이고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임시헌장은 '임시정부는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하여 통치된다'고 하고(제2조), '국토회복 후 만일개년 내에 국회를 소집한다'고 하여 의회민주주의를 규정하였으며(제10조), '남녀, 귀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로스쿨에서 많은 교수들과 학생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생각이 달라서 스스로 난감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교수들은 로스쿨이 고시학원으로 전락해 가고 교수들도 학원강사가 되어간다는 주장을 한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법학이론이나 실무를 가르치려 해도 학생들의 호응이 없어서 절망스럽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느 교수는 시험에 나올 만한 것들만 강의한다더라"며 비아냥거린다. 변호사시험에 출제될 수 있는 부분을 잘 가르쳐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것 같다.  학생들은 교수가 강의준비도 별로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고, 법학이론이나 판례, 혹은 실무내용을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여 시간이 아깝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정규 강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시학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눈이 부시게

    눈이 부시게

    푸르른 청춘도 영원하진 않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얼마 전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25살 김혜자가 갑자기 70세 노인이 된 이야기. 청춘은 노인의 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게 청춘과 노인은 갈등하고 거리를 유지하다가 결국 화해한다. 드라마의 설정처럼 청춘과 노인은 한 몸이다. 드라마는 고단한 청년 취준생의 이야기, 힘겨운 자영업자의 삶, 장애를 가진 가난한 가장의 무게 등을 보여주지만 무엇보다 '노인'(특히 치매노인)에 관한 이야기다. 깜빡깜빡할 때마다 "나도 치매야"라고 말하지만 우리에게 치매는 남의 일이다. 삶이 버거운 청년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 치매노인(65세 이상)의 수는 이미 75만 명을 넘어섰다(2018년 기준). 치매환자는 앞으로 17년마다 두 배씩 증

    임성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중형·엄벌만으로는 범죄와의 전쟁 승산 없다

    중형·엄벌만으로는 범죄와의 전쟁 승산 없다

    ‘조두순’, 그 이름은 이제 아동성폭행범의 대명사다. 그의 만행이 우리나라 형사사법과 형사정책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성범죄 법정형 강화,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연장,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법(소위 화학적 거세) 도입, 주취감경 폐지, 아동 상대 성범죄 양형기준 강화 등등. 가히 성범죄와 일전을 벌일 온갖 무기는 구비된 셈이다. 그래도 2020년 그의 출소를 맞아야 할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여러 번 두드렸다. 재범의 위험성에 겁이 난 수십만의 국민들이 출소반대 청원을 넣었지만 확정된 12년의 유기징역은 바뀔 수 없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일명 ‘조두순 법’이 시행되어 일대일 보호관찰관의 밀착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지만 미성년자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Judgement at Nurnberg

    Judgement at Nurnberg

    국제형사재판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나치 전범의 처벌을 두고 영국의 처칠 등은 즉결 처형을 주장한 반면, 미국의 잭슨 대법관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기반을 둔 공정한 재판을 주장하였다. 그는 "재판에 회부한다는 것은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처벌만을 위해 고안된 법원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라고 하였다. 마침내 뉘른베르크 법정의 수석 검사직까지 직접 맡게 된 잭슨 대법관은 모두 진술(opening address)에서, "우리의 임무는 정의에 대한 요구와 복수를 원하는 외침을 구별하여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역사는 후일 우리를 다시 재판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 재판의 실제 원고(complaining party)는 문명(civilization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하나뿐인 내편

    하나뿐인 내편

    모 방송사의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이 높은 시청률을 보인 가운데 종영되었다. 일각에서는 막장 드라마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재미있게 본 드라마이다. 흔히 막장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말도 안 돼” 라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어쩌면 또 하나의 재미인지도 모른다. ‘하나뿐인 내편’ 역시 수많은 우연들로 인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질의 막말이나 욕설, 불륜과 같은 소재는 없으니 ‘막장’이라기 보다는 비현실적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보다 맞을 것 같다. 아무튼 ‘하나뿐인 내편’ 드라마에서는 살인 누명을 쓰고 28년간 복역한 '강 기사', 즉 주인공 '도란'의 아버지가 과거 살인을 한 사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문은 셀프

    문은 셀프

    나이를 먹다 보니 젊은 사람들로부터 대접을 받게 되면 마음이 뿌듯해질 때가 있다. 간혹 문을 열어주거나 식사 때 수저를 놓아주면 처음에는 황송하다가도 이내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법원 구내에서는 종종 배석판사나 재판연구원들이 행여 동선이 끊길까 부장님 앞으로 나는 듯이 달려나가 문을 열어드리는 광경을 보게 된다. 얼마 전 법원 게시판에 합의부를 위한 제안으로 ‘엘리베이터, 문열고 닫기 등은 가급적 돌아가면서 하자’는 의견이 게시된 것을 보면, 이를 행하는 입장에서는 고충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참고로 법원장까지 지낸 우리 부 재판장께서는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하신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나친 공경은 법관의 현실감각을 없애고 그 마음을 너무 높게 만들 것 같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인공지능(AI) 세상의 증거법

    인공지능(AI) 세상의 증거법

    최근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소설 ‘반지의 제왕’ 수준까지 작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였고, 이 AI는 모든 종류의 작문을 할 수 있는데, 사용자가 어떤 문장을 입력하면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어질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소설 ‘반지의 제왕’ 속 장면을 담은 문장, 즉 ‘레골라스와 김리가 무기를 높이 들고 함성을 지르며 오크족을 향해 진격한다’는 문장을 입력하면, AI는 그 다음 전개되는 내용으로 “오크족의 대응은 괴상한 발톱으로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맹습을 날리는 것이었다. 오크족을 공격하기 위해 선두에 선 김리는 ‘난쟁이여 안심하라’라고 말했다”는 후속문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법률분야에 적용한다면 AI가 계약서, 경고장, 소장, 고소장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가사사건 가압류 재판실무에 대하여

    가사사건 가압류 재판실무에 대하여

    가사소송은 특별 민사소송절차로서 기본적으로는 민사소송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사소송법과 가사소송규칙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보통의 민사소송법을 따르고 민사소송규칙을 준용한다. 그러나 가사소송은 재판의 적정·신속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는 여러가지 다른 특수성이 있어서, 이를 고려하여 일부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민사사건과는 다른 특별한 취급을 하고 있다. 법원 역시 가사사건만 전담하는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이 오래전부터 설치돼 운영하고 있다.  한편 가사소송법에서는 가사소송사건 또는 마류 가사비송사건을 본안(本案) 사건으로 하여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민사집행법의 보전처분 관련 조항을 전부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가사사건 관련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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