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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리스트

    개혁이 더디더라도 포기 말아야

    개혁이 더디더라도 포기 말아야

    정치개혁, 재벌개혁, 언론개혁, 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검찰개혁과 법원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적폐수사도 초기에는 잰걸음으로 보였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촛불시민의 열망 앞에는 아무리 빠르게 진척되는 개혁도 답답하게 느껴졌겠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 개혁 성적표는 떨어진 지지율만큼이나 초라하다. 적폐청산과 개혁이라는 역사적 사명의 상징성이 무색하다. 뜨거웠던 촛불광장의 동력과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으로 곧 손에 잡힐 줄 알았지만 기득권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십 수 년의 적폐와 구태가 어느 날 일거에 사라질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개혁이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우리 앞에 오지는 않았다. 재벌과 보수 언론의 카르텔은 촛불광장의 열기를 식혀 개혁의 추진력을 약화시켰다. 결국 경제와 민생이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Bohemian Rhapsody

    Bohemian Rhapsody

    과거 재판관 취임선서를 하면서 낭독하였던 선서문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어느 정부로부터도 지시를 받지 않겠다(Shall not accept or seek instructions from any Government)”는 문구였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었지만, 앞으로 내가 한국의 판사라는 사실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국내에서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할 일이 있었는데, 전체 행사의 제목에 ‘사법 한류’가 포함되어 있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나 영향력을 높이는 일은 국제재판관의 업무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언급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필자가 속한 재판부가 고문(torture)에 의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선별적,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취지의 판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공소장 일본주의와 재판의 공정을 생각한다

    공소장 일본주의와 재판의 공정을 생각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공소장 일본주의 문제가 다시 제기되었다.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에서 하겠지만 형사사건에서 불필요하게 공소장이 길어지고 법원에 대해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는 내용들이 기재되고 있다는 지적이 자주 제기되고 있는 것은 예사로이 넘길 문제는 아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법원이 예단을 갖게 할 서류나 기타 물건 등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서는 안 되며,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피고인의 행위를 기재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공소사실이 범죄유형별로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었고, 통상 주어(主語)인 ‘피고인은’ 으로부터 시작하여 결구(結句)인 ‘것이다’에 이르기까지 하나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무죄추정의 원칙을 다시 생각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다시 생각하며

    역사상 인류를 살린 위대한 발명은 무엇일까. 페니실린, 종두법…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무죄추정의 원칙이야말로 무고한 희생을 막은 최고의 사회제도적 발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런데 실무 곳곳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퇴색된 장면이 보인다. 최근 공개소환되어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재발하면서 이를 돌아보게 된다. 이제 ‘포토라인에 세우다’는 표현은 ‘(지명도 있는) 피의자를 수사기관에 공개소환하여 기자로 하여금 혐의 인정 여부를 공개질의하게 하며 그 과정을 전국에 방영한다’는 의미로 정착되었다. 피의자가 포토라인을 통과하여 수사받으러 가는 장면은, 육체적 고통이나 시련을 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했던 중세의 시련재판(trial by ordeal)을 연상시킨다. 수십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기회의 사다리

    기회의 사다리

    날씨가 부쩍 추워지고 쌀쌀해졌다. 올해 역시 많은 일들을 겪으며 벌써 12월도 중순이 되어 가고 있고, 거리에는 언제부터인가 구세군들의 모습도 보인다. 필자는 오랫동안 법무사시험 학원에 수험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12일엔 법무사시험 최종합격자가 발표된다. 작년 법무사시험 합격자들의 평균연령이 만 45.5세였다고 하는데, 금년은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 법무사시험의 경우 특히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다양한 전공과 사회활동 경험을 가진 분들과 직장이나 공무원 등 정년을 앞두고 있는 분들도 상당히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모습 중 하나는 어느 국립대학에 정교수로 재직 중이신 분이 정년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작년에 법무사 1차 시험에 합격한 후 올해 2차 수험생으로서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한류 of 법률

    한류 of 법률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이래 최근 남자가수그룹(BTS)이 SNS 시대의 비틀즈라고 할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팬들은 국적 불문하고 한글 가사를 따라 부르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자 한다. 이 같은 한류 현상은 우연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음악 콘텐츠와 제작기술, 이를 위한 인프라 등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꾸준히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려왔기 때문이다. 법률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기획재정부의 2018년 11월 1일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세계은행(World Bank)의 2018년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2019)에서 190개국 중 5위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특히 '법적 분쟁해결'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 결과가 궁금하다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 결과가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10일 시작하고 며칠 만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임명되면서 ‘정윤회 문건 사건’의 재조사가 그의 첫 임무로 맡겨진 것으로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이 사건의 재조사가 민정수석의 업무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어쨌든 새 정부에서 곧 밝혀질 것으로 기대를 하였지만 아직까지 재조사의 결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윤회 문건 사건’이란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비선실세로 청와대의 보좌진을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하는 등 국정을 농단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였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크게 일었다. 청와대에서는 문건 내용이 풍설에 불과한 허위이며,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부모의 죗값 치르는 아이들, 수용자 자녀의 인권

    부모의 죗값 치르는 아이들, 수용자 자녀의 인권

    구속된 의뢰인이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보고 싶어요." "접견 올 수 있도록 연락하겠다"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창살을 사이에 두고 수의를 입은 모습으로 아이와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얼마 전부터 아동친화형 가족접견실이 생겼다. 가정집 거실 같은 곳에서 수의를 벗은 아빠나 엄마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전국 53개 교정시설 중 14곳에 불과하고, 이용횟수나 대상도 아주 제한돼 있다.  부모의 죗값을 함께 치르는 아이들. 다름 아닌 수용자 자녀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에 처음으로 수용자 자녀의 인권실태를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1년에 평균 5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의 수감을 마주한다. 수용자 가정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1.9%로 가구 평균보다 5.5배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민주주의의 보루에서 훼손된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보루에서 훼손된 민주주의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사법농단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검토 의견을 내자 일부 야당과 보수언론은 법관회의 때리기에 나섰다. 비판의 주 논거는 ‘삼권분립 훼손’과 ‘사법부 정치화’ 다. 가장 자주 들리는 소리는 판사들이 판결은 안 하고 정치를 한다는 얘기다. 지극히 적확한 지적이다. 모처럼 듣는 시원한 얘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비난의 화살은 겨냥해야 할 과녁을 한참 빗나갔다. 그 화살의 좌표는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어야 한다. 정치권을 끌어들인 것은 누구인가. 법관회의 판사들인가 아니면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인가. 그들은 공정한 재판으로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라는 국민의 명령은 뒤로 한 채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판결을 미끼로 정치권에 기대어 자신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The remains of the day

    The remains of the day

    국제 형사재판에서 재판관의 공정성(impartiality)이 쟁점이 된 사례는 드물지 않다. 실제 불공정한 행위가 아닌 외관상 불공정의 우려가 있다는 취지가 다수이다. 그러나 국제재판관의 자격요건이나 선발과정, 취임선서 내용 등을 고려할 때 공정성이 강하게 추정되므로, 대부분 그 주장 사실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이 기각된다. 법제를 불문하고 구체적 증명 정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막연한 의심만으로 판사를 특정 재판에서 배제하는 나라는 없다. 외관상 불공정의 우려는 정당하거나 객관적, 합리적이어야 하며 그 관찰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 공통 요건이다. 국제형사재판에서 만나게 되는 피고인은 이미 ‘도살자’, ‘살인기계’와 같은 별명을 가진 악명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수어 통역은 외국어 통역이 아니다

    수어 통역은 외국어 통역이 아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이 소송 과정에서 수어통역 지원을 신청한 장애인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결정을 하였다. 청각장애인(법률적으로는 ‘농인(聾人)’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고 온당하다)이 법원에서 가사소송 진행 중 장애인에 대한 사법지원 및 청각장애인 수어통역 지원을 신청하였으나, 가사사건의 경우 '소송비용 자비부담' 원칙 등을 이유로 수어통역 지원을 받지 못하였고, 자비로 비용을 예납한 후에 비로소 수어통역인과 동행해 조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자 "청각장애인이 재판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며 진정을 낸 것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린 결정이다. 법원 등 관공서에서 국어를 사용하는데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용서는 그의 것

    용서는 그의 것

    십여년 전만 해도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해자와 합의하였으므로, 이번에 한하여 한 번 용서하고… ”라는 멘트가 사용되었었다. 당시로서는 드물지 않은 예이나, ‘과연 누가 누구를 용서한다는 것인가, 법관에게 피고인을 용서할 권한이나 자격이 있는가, 국가나 사회는 피고인을 용서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다수 범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를 특별양형인자(행위자/기타인자) 중 주요 감경요소로 삼고 있다.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제출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이 선고되고 집행유예 판결의 비중 또한 높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아마도 침해되었던 개인의 법익이 회복되고 피해자가 행위자를 용서하였다면 법익보호의 최종 수단인 형벌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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