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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서초포럼 리스트

    예외는 예외로 그쳐야

    예외는 예외로 그쳐야

    singularia non sunt extendenda. 로마법에서 발전한 법 해석 원칙인 예외 법규 엄격 해석의 원칙이다. 원칙에 대한 예외는 엄격하고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외를 폭넓게 해석하면 원칙이 무너진다. 예외가 원칙을 밀어내고 원칙처럼 행세할 위험도 생긴다. 그래서 예외는 예외다워야 하고 예외로 그쳐야 한다. 법 해석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입법에도 적용되어야 할 명제다. 예외를 넓게 허용해 놓으면 아무리 해석으로 제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원칙을 지키자니 구체적 타당성이 염려되면 예외로 풀어줄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예외여야 한다. 예외 없는 원칙 없다지만, 원칙과 예외가 뒤바뀔 정도라면 법적 안정성과 법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 지금 뜨겁게 논란이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Break the Silence

    Break the Silence

    필자는 캄보디아에서 일하기로 결정되었을 무렵, 조지 오웰이 20대 초반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한 경험에 대하여 쓴 에세이들을 떠 올렸다. '교수형'에서 오웰은 사형집행을 참관하면서 40야드 앞에 있는 교수대로 향하던 현지인 죄수가 물웅덩이를 피해 옆으로 비켜 걷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멀쩡한 생명의 숨줄을 끊어 버리는 일이 말할 수 없이 부당하다고 느끼게 된다. 한편 '코끼리를 쏘다'에서는 코끼리가 시장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서 호신 목적으로 사냥용 소총을 들고 나섰는데 수많은 현지인 군중이 기대감을 갖고 뒤따르자 위엄을 보이기 위해 이미 얌전한 상태로 돌아 온 코끼리를 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그는 현지의 백인 지배자들 역시 부조리한 식민 체제 아래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고소장의 반려

    고소장의 반려

    고소인 중에는 법률지식이 부족하여 법률요건에 맞지 않거나 기재된 사실만으로는 기소가 어려운 고소장을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실무에서는 고소장이 수리되지 않고 반려되기도 하는데, 이를 '고소장의 반려'라고 한다. 이는 접수단계에서 거절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소인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반려에 대해 친절한 설명이 없는 경우 고소인은 보완을 통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할 기회를 잃을 뿐만 아니라, 고소장이 왜 접수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경찰청은 2021년 1월 8일 범죄수사규칙을 개정하기 전까지 '1. 고소·고발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을 경우, 2.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 3.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이미 법원의 판결이나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로스쿨 평가보고서

    로스쿨 평가보고서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2020년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졸업한 로스쿨에 대한 여러 의견을 정리하여 평가보고서를 발간하였다. 그런데 전국 로스쿨에 평가보고서가 전달되자 일부 로스쿨에서는 수취를 거부하거나 반송하는 일이 벌어지고,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평가가 로스쿨제도에 혼란을 가져오므로 앞으로 유사한 평가를 실시하지 말 것을 변협에 요청하면서 평가보고서를 더 이상 배포하지 말고 이미 배포된 것도 가능한 한 수거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평가보고서에 엄청난 내용이 들어있구나 하는 큰 기대를 하며 변협 임원께 부탁하여 읽어보았다. 평가는 교육과정과 강의, 교원, 시설, 등록금과 장학제도, 학생지원제도와 학생복지, 진학추천 여부 등 6개의 항목으로 설정하고, 각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입양에 관한 통합 입법을 기대하며

    입양에 관한 통합 입법을 기대하며

    최근 양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사건인 정인이 사례에서 보듯이 입양아 문제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그 대책에 대하여 입법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동 입양의 바탕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장애요소가 당장 제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양자제도는 자녀의 복리를 위한 복지형 제도라기보다는 가계계통이나 제사계승을 위한 양자에 집중하여 왔으며 심지어 사후입양 및 유언입양까지 시행되었다. 입양아동은 마치 고아원에서 데려온 것처럼 부정적 시각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다수의 고아가 발생하여 해외입양까지 이루어지는 시대적 특수상황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1990년 민법 개정으로 입양에 대한 국가관여의 증대, 부

    서정우 법무사 (대한법무사협회 전문위원)
    계약서의 세밀화

    계약서의 세밀화

    변호사로 근무할 때 이따금씩 동일한 주제의 계약서라도 우리나라 계약서는 동양화와 비슷하고 영미의 계약서는 세밀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준화된 아파트임대차계약서는 9개의 조항 정도를 담고 있고, 약간의 특약사항을 더하더라도 대부분 1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공인중개사나 임대인, 임차인 모두 "기타 명기하지 않은 사항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일반부동산 거래관례에 따르기로 한다"라는 문구를 특약에 넣고 나면 더 이상 협상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말하기 껄끄러운 다양한 경우의 수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하나하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변수들을 얘기하는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春來不似春

    春來不似春

    봄비가 촉촉이 내리더니 수줍은 미소를 머금던 목련이 끝내 꽃망울을 터뜨린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순리라 하는데, 코로나 속에 잠시 잊어 버렸던 자연의 순리를 꽃망울을 보면서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가 자연의 순리와 이치를 잊어 버린 것은 아닌가? 그로 인해 우리 속에 지니고 있던 상식이 무너지고 양식이 무디어진 것은 아닌가?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이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하여 재소자의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하여 고검장들과 대검 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소여부에 대한 투표가 이루어졌다. 투표 결과를 떠나 그 사건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기에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대검에서 투표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잘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사법개혁의 길

    사법개혁의 길

    개혁(改革)에서 혁(革)은 가죽을 펴고 가공하는 모습에서 유래한 상형문자이다. 동물의 가죽(皮)은 그대로 쓸 수 없는 것이어서, 옷이나 신발과 같은 용도에 맞게 다듬어지는 가죽(革)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글자 그대로, 변화하는 시대에 사법이 지향하는 목표에 맞추어 사법제도와 사법체계를 새롭게 다듬는 것, 그것이 사법개혁이다.   가죽을 벗겨내는 일이야 순식간에 할 수 있지만, 가죽을 두드리고 다듬고 말리며 모양을 잡는 일은 정성과 시간이 소요되는 힘든 과정이다. 사법개혁도 이와 다를 수는 없다.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사법제도를 허물어뜨리는 일은 한순간이지만, 그것만으로 더 나은 사법이 보장되리라는 법은 없다. 기존 사법을 벗겨내는 일이 1이라면 더 나은 사법을 구축하고 정착시키는 일에는

    홍기태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기갑(機甲)의 돌파력으로도

    기갑(機甲)의 돌파력으로도

    '기갑의 돌파력으로 군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버리겠다.' 대한민국 육군 전차조종수 고 변희수 하사의 다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성전환 수술 후 여군으로서 복무하려던 희망은 사라졌다. 수술이 고의적인 성기 훼손에 해당하고 이는 심신장애 3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 조처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소송 진행이 부진해지자 지난 3월 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기갑의 돌파력도 혐오와 차별의 장벽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서 여군으로서 나라를 지키겠다는 충정은 짓밟히고 말았다.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로 판단한 결정도 자의적이지만, 성전환 군인의 불허 이유로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I Can Speak

    I Can Speak

    전문가의 증언은 ECCC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는 증거방법이지만 그 개별 증거가치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단이 내려진다. 크메르루즈에 관하여 역사학, 인류학 등의 관점에서 접근한 일부 학자의 연구는 객관성 부족, 편향성 등의 문제가 지적된 반면, 해당 연구의 기초 자료가 특정되고 접근 가능하며 신뢰할 만한 것일 때에는 증거가치가 인정되었다.   예를 들어 크메르루즈 치하의 강제결혼에 관하여 천여 명을 인터뷰한 젠더학자는 당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강제결혼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상세하게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그러한 강제결혼이 크메르루즈 최고 지도자들의 정책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는 자신의 연구분야가 아니어서 확신할 수 없다고 답변함으로써 오히려 그 중립성과 전문성에 대해 재판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억울한 진실을 호소할 수 있는 자유

    억울한 진실을 호소할 수 있는 자유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가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사실을 적시하려고 할 때 변호사로서 처음 해줄 조언은 "사실대로 언급해도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따라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런 예외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점과 '오로지'라는 문언 때문에 공공의 이익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라도 사실을 적시한 결과 가해자의 명예가 훼손되면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만 예외적으로 무죄 판단을 받는다. 피해자는 이러한 고소가능성을 두려워해 자신의 억울함조차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3월의 불안과 프레임

    3월의 불안과 프레임

    학교에서 3월은 특별한 시간이다. 신입생이 입학하고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된다. 요즘 입학식이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보면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 입학식 축사에 있었던 의례적인 희망과 웅비의 찬가 대신 최근에는 신입생들에게 불안과 불안의 극복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건네곤 한다. 사실 3월에 입학과 새로운 학년의 시작을 모두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마음 한쪽에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낯선 학교, 낯선 친구들. 3월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자리를 새롭게 잡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문제는 학생들이 느끼는 학습과 시험(특히 3학년에게는 변호사시험)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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