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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서초포럼 리스트

    Resident Evil

    Resident Evil

    지난 8월 4일, ECCC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누온 치아(Nuon Chea, 93세)가 사망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누온 치아는 크메르루즈의 2인자로서, 2016년 1차 재판에서 인도에 반하는 죄(Crimes against humanity)로 이미 종신형이 확정되었고, 집단학살(Genocide)이 포함된 2차 재판의 항소심을 앞두고 있던 중 지병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다.   시장경제와 종교 등 계급 불평등을 초래한 기존 제도를 모두 폐기하고, 캄보디아 농민으로만 이루어진 순수 사회를 꿈꾸었던 크메르루즈의 이론적 기반과 실행 계획을 정립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모든 공소사실이 외세에 의해 정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하여 왔다.   크메르루즈 치하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합법이 곧 정의는 아니다

    합법이 곧 정의는 아니다

    성경을 보면 “비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고 하는 구절이 있다. 나 역시 같은 잘못을 범할 수 있기 때문에 남에 대한 비판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는 익숙하나, 자신의 잘못을 보거나 깨닫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타인에게는 끝없이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것, 요즘 말로 ‘내로남불’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경계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것은 성인 반열에 올라야 비로소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율곡 이이 선생은 평생을 잠 잘 때 외에는 눕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중력은 서 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는 것을, 앉아 있는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디지털시대의 영장주의

    디지털시대의 영장주의

    자신의 며칠 전 행적을 일정관리 앱, 통화기록, 카톡, 네비게이션을 통해 확인할 때가 있다, 이메일, CCTV·블랙박스 영상, 휴대전화 기지국정보, 교통카드·신용카드·인터넷·TV 사용기록 등을 더하면, 과거는 입체적으로 복구된다. 이렇듯 우리 일상은 무수한 디지털족적을 남기며 범죄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디지털증거의 수집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 지 오래다.   공간을 차지하며 육안으로 식별되어 시간이 지나면 폐기될 운명을 맞는 유형물에 반해, 디지털정보는 별도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며 눈에 띄지도 않는다. 서버 용량 증가와 가격 하락으로 정보의 영구 보관이 오래된 정보의 선별 및 삭제보다 더 쉬워졌다. 저장매체 내에는 온갖 시기와 장르의 정보가 혼재된 채 남아있다.   정보에 대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경계선에서의 삶

    경계선에서의 삶

    인접해 있는 토지 상호간에 경계선을 가지고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에 측량감정을 신청해 그 결과를 보면, 실제 현황과 경계선이 같은 경우도 있고 다른 경우도 있다. 실제현황이 경계선과 다르게 되어 인접토지의 침범사실이 인정된다면 토지 소유자는 상대방에게 그 침범 토지 위의 지상물 등 철거 및 토지인도, 차임상당의 부당이득 청구를, 상대방 측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점유취득 시효 등을 검토하게 된다. 이 경우 침범부위가 작은 경우 패소하게 되는 상대방 당사자는 간혹 그 경계측량 자체의 정확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사실 지금의 지적제도는 매우 오래 전 일제강점기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평판과 대자(대나무자)로 측량해 수작업으로 제작된 후 현재까지 대장상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무한광복

    무한광복

    110년 전인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일본 초대 조선 총독이었고 우리나라의 일제 식민지화에 큰 역할을 한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쓰러진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둘째 아들 안준생이 1939년 10월경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을 만나 아버지의 일을 사죄하였고 이 신문기사가 일본의 선전도구로 이용되었다는 점(백범 김구 선생이 안준생을 민족 반역자로 규정하고 처단할 것을 명령했다는 이야기, 일본의 미나미 지로 총독의 양아들이 되어 일제 강점기에 편히 살았다는 이야기 등이 있는데, 역사적 증명이 가능한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적어도 아버지 안중근과 상반된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중근 의사 사후, 일제는 그 가족들에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새 검찰총장과 첫 검찰 인사

    새 검찰총장과 첫 검찰 인사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아직 없는 상태에서 윤석열씨를 서울중앙지검장에 그야말로 파격적으로 임명하였고 현 정부 입장에서 적폐수사의 성과까지 고려하면 그가 검찰총장에 임명되리라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세무서장 사건에 대한 위증논란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는 양정철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전에 정치참여를 제의받고 단칼에 거절하였다고 하면서 그 인연으로 다시 만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 바람에 나눈 대화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을 하였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정치인을 계속 만나 술판을 벌였다는데도 별 문제가 없는 듯이 검찰총장이 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그렇게 하였기에 가능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가해자 가족

    가해자 가족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가해자 가족 문제를 다룬 책의 제목이다. 어느 날 가족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평범하던 가족의 일상과 삶은 어떻게 될까. 수감자 남편을 둔 한 여성은 인터뷰에서 “이웃들 시선을 피해 자정에 짐을 싣고 동네를 벗어났다. 누군가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고 우리 애한테 복수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지하철을 타고도 아는 사람과 마주칠까, 누가 우리 애기 쳐다볼까 마음 놓고 다닐 수 없었다”고 인터뷰를 하였다. 이렇게 가족은 아무 죄도 없지만 함께 죄를 짊어지고 비난받는다. 그런데 막상 가해자의 형사사법절차에서 가족은 철저히 소외된다.    변호사인 나는 ‘피해자’를 대리하는 경우보다 죄를 지은 ‘가해자’를 대리하는 경우가 많다. 구속사건을

    임성택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도로교통법 제44조의 법문언(法文言)이다.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음주운전 금지가 아니라 술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금지로 읽힌다. 물론 제4항에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인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보통 술을 조금 마신 사람은 ‘나 안 취했어, 운전 못할 정도는 아냐’라고 말한다. 법적 금지기준인 객관적 수치 0.03% 이하인지 그 이상인지 모르지만 주관적으로 ‘취하지 않았어’라거나 감으로 ‘멀쩡해’라고 판단하는 거다. 그래서 술 마시고도 운전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로교통법은 1962년 시행 당시부터 ‘주취(酒醉)’ 중 운전금지(제39조)였다. 2006년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A Walk in the Clouds

    A Walk in the Clouds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명하지만, 앙코르와트 외에 많은 크메르 제국의 사원 유적이 동남아시아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중에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부근에 위치한 프레아 비히어 사원이다.   해발 525미터의 절벽 위에 자리잡은 이 11세기 힌두교 사원은, 장방형 피라미드 형태인 다른 사원들과 달리, 800미터의 직선 오르막 진입로에 산문(山門)과 성소(聖所)가 결합된 형태의 건축물(Gopura) 5개가 차례로 서 있는 독특한 구조다. 방문객은 다음에 마주칠 신전에 대한 기대와 경외감을 품고 계속 능선을 오르다가 마침내 마지막 성소에 이른 뒤 그 절벽 아래 펼쳐지는 광활한 대평원의 모습에 압도된다. &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학폭시장

    학폭시장

    ‘학폭시장’이 법조계의 블루 오션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전국의 초·중·고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소집 건수가 연간 3만 건이 넘었다고 하니 블루오션이라고 할 만도 하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학교폭력 전담변호사’, ‘학교폭력 전담팀’, ‘학폭위 전문’ 등의 타이틀을 내걸고 많은 로펌들이 소위 영업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각 학교마다 ‘학폭위’를 설치하도록 하고,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수립을 위한 체제 구축,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학폭위 구성은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교감, 생활지도교사,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가정폭력, 그 반인륜적 범죄의 근절을 기원하며

    가정폭력, 그 반인륜적 범죄의 근절을 기원하며

    펜은 칼보다 강하고 영상은 펜보다 더 강하다. 베트남 아내 폭행영상은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고, 경찰청장과 총리가 베트남 고위관계자에게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가 성차별과 외국인차별이 중첩된 약자였기에 인권침해가 더 부각되었고, 두살배기 앞에서 엄마를 무차별 구타하는 장면은 가정폭력을 사랑싸움이 아닌 반인륜적 범죄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정폭력은 비단 이주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한 해 약 25만건의 가정폭력이 신고되었다. 피해자가 가정과 자녀를 지키고자 신고를 꺼리는 점을 감안하면 가정폭력은 더 많을 것으로 추단된다. 그 실상 또한 영상보다 심한 경우가 많아 칼 등 흉기나 둔기를 사용하여 자상, 골절상을 입히고 살해하기도 한다. 한국여성의전화의 분석에 따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본연의 역할과 한계

    본연의 역할과 한계

    국가의 일반행정 업무는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직접·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행정권의 확대·다양화 및 재량권의 증가에 따른 행정 구제 제도의 결함을 보완하고 국민의 권리보호의 기회를 확대하려는 제도 등이 존재한다. 행정 각 부처에는 민원실이 존재하고, 1994년 5월에는 국무총리 산하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설치해 행정부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옴부즈맨 기능을 전담하도록 하였다가 2008년 2월 후에는 별도의 독립적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어디까지나 행정관서가 행정처분의 당사자 본인으로서 발생시킨 피해 등을 최소화하고 구제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며, 제3자인 사인들 사이의 분쟁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인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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