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法臺에서

    法臺에서 리스트

    청춘파산

    청춘파산

    “면책을 받은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내 행동에 큰 변화가 있었다. 나는 등을 곧게 펴고 걸었고 안경 밑으로 주변을 둘러보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모자를 눌러쓰지 않아도 되었다. 미행하는 자가 없는지 살피기 위해 외출 시 주머니에 늘 소지하던 작은 손거울을 빠뜨렸을 때, 다시 집으로 뛰어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다. 10년 만에 출옥한 죄수처럼 낯선 편안함을 만끽했다.”   소설가 김의경은 한 젊은 여성의 파산과 그 극복과정을 그린 소설 '청춘파산'에서 면책에 대한 감회를 이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자서전적 소설에서 작가는 빚으로 인해 사회생활이나 심지어 연애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일상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하루살이 아르바이트다. 그녀에게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피해자다움

    피해자다움

    두 사건 모두 택시기사인 피고인이 택시 뒷자리에 탄 여성 승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한 사건의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아무런 거부 의사나 표현을 하지 않은 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경찰에 피고인을 신고하였고, 다른 사건의 피해자는 택시 안에 부착된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사진으로 찍어 지인에게 보내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두 사건 모두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여 피해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였다.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변호인은 이렇게 물었다. “제가 피해자라면 피고인에게 항의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 같은데 왜 가만히 있었나요? 정말 피해를 당한 게 맞나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변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44일

    44일

    기업이 회생신청을 망설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가 회생절차를 시작하여 언제 끝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지금은 기존 경영자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서는 진행 과정에 대한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안함을 해소해야 법원의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다.   수원지법 파산부장 시절 회생신청부터 종결까지 44일 만에 끝낸 사건이 있었다. 회생신청 전에 대리인(변호사)으로부터 면담신청이 있었다. 대리인은 회사의 사정과 신속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하여 줄 수 있는지 문의 하였다. 이른바 신청 전에 사전상담을 한 것이다.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리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일산 풍경

    일산 풍경

    9월의 사법연수원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학교와 비슷하다. 15년차 이상의 법관을 대상으로 하는 경력별 연수를 시작으로 인문학 교양 연수, 특정 주제에 관한 법률적 쟁점을 다루는 어드밴스 과정 등이 예정되어 있다. 10월부터 4개월간 연수를 받을 신임 법관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전국 법원의 법관들과 사법연수원 교수들로 구성된 신임법관 교수단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기록 검토, 판결문 작성 등의 실무 교육 외에도 인문학과 윤리 등 다양한 분야의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찾는 이들은 법관에 한정되지 않는다. 재판연구원, 사법보좌관, 군법무관, 조정위원, 가사상담위원 등 법조 각 직역별 전문가 연수도 연중 진행된다.   법조 전문가들에 대한 교육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바보야! 문제는 스피드야

    바보야! 문제는 스피드야

    회생·파산 업무를 담당한 지도 7년째다. 언젠가 어느 기자가 회생·파산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스피드라고 했다. 회생·파산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채무자가 놓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효율적인 회생, 공정하고 공평한 배당(변제)과 절차보장도 그 중 하나로 드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스피드라고 생각한다.   2014년 창원지법에서 파산부장을 맡고 있던 시절이다. 당시 창원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파산사건이었다. 3000건이 넘는 개인파산사건이 쌓여 있었고 매달 접수되는 사건도 만만치 않았다. 신건의 심문기일을 지정하려고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전하지 못한 마음

    전하지 못한 마음

    재판을 하다보면, 당사자들이 가슴 속에 있는 말을 다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할 때가 있다. 가능하면 진술할 기회를 충분히 주려고 하지만 진행상 여의치 못할 때가 있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는 것이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어 제지하는 때가 있기도 하다.   법정을 나오면서 가끔 생각한다. 판사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쉽게 입을 떼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을 당사자들도 알고 있을까.   임관한 첫 해에 형사 합의부 배석판사로서 법대에 앉았을 때에는 표정 관리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끝나지 않은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증언을 들으며 눈물이 나는 것을 참기도 했고, 죄는 지었으나 나름의 사정이 있었던 피고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드러날까 두려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개구리를 먹어라(Eat That Frog)

    개구리를 먹어라(Eat That Frog)

    도시에 살다보니 개구리를 보기 어렵다. 갑자기 웬 개구리냐고! 개구리를 먹으라고!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뒤로 미룰 것이 확실한 일, 그러나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을 개구리라 정의하고 이를 당장 먹으라고 강조한다. 어렵지만 중요한 일을 즉시 실행하라는 것이다.   파산·회생은 이제 일상적인 법률현상이다. 이로 인해 법률전문가로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을 모르면 법률상담은 물론 적절한 사건처리를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법원 외부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법원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것도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회생법원이 맡고 있는 업무 중 하나가

    전대규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2026년의 법정

    2026년의 법정

    옛날에 어른들이 “받아 놓은 시간은 참 빨리도 온다”라고 하셨다. 그 땐 뜻을 잘 몰랐지만 요새는 그 말씀이 절로 느껴진다.    2026년이면 우리 법정에 제법 작지 않은 변화가 오도록 날이 받아져 있다. 지금은 경과규정이 시행중이지만 2026년부터는 법조경력이 10년을 채운 법조인만 법관으로 임용되어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원조직법이 완전히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 전에 2023년부터는 법관의 재판을 보조할 수 있는 재판연구원의 정원에 대한 법률상 제한이 없어진다. 지금의 추세라면 그 즈음 전자소송은 모든 재판의 영역에서 국민 속에서 완전히 뿌리내릴 것이다.    이렇게 원숙한 경험을 가진 법관이 최신의 전자소송과 재판연구원의 조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김영기 판사 (서울중앙지법)
    초심으로

    초심으로

    생업을 얻기 위하여 굳이 법조인을 꿈꾸지는 않지만, 막상 법조인이 된 후에는 오히려 생활인의 모습이나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가끔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1999년 세기말의 겨울, 동료 연수생들과 진로에 대해 한참 고민할 때였다. 한 선배가 반 우스개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잠시 만나던 분에게 판·검사, 변호사 중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너무나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자신이 상담해 주겠다고 하였단다. “그 중에 어디 일이 제일 어려워?” “여기는 이래서 어렵고, 저기는 저래서 어렵고… 비슷하게 다 어렵다고 봐야지.” “그럼 퇴근은 어디가 제일 늦어?” “검사는 처음부터 일이 많다 하고, 판사는 계속 일이 많다 하고, 변호사는 소나기처럼 일이 많다 하니,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다른 곳에서 바라보기

    다른 곳에서 바라보기

    얼마 전 아이들과 축구를 하다 과도한 몸놀림 끝에 그만 정형외과 신세를 지게 되었다. 혈기 왕성하던 젊은 판사가 이젠 어느새 중년을 향해 달려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탓이다. 그래서 결국 잠시나마 휠체어도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한참 달랐다. 무엇보다 휠체어에 의지해 나선 도로는 너무도 무서웠고, 목발을 짚고 나선 길은 정말로 멀게 느껴졌다.    최근에는 재판부간 자유로운 조언을 위해 법정방청을 할 기회가 생겨 법대가 아닌 방청석에서 법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매번 찾는 법대이고 또 법정방청이 처음은 아니건만, 역시나 법대 아래에서 바라보는 재판부의 모습은 그 자체로 멀고 어렵게 느껴졌다. 이렇게 다른 곳에서 일상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김영기 판사 (서울중앙지법)
    공정함에 관하여

    공정함에 관하여

    보통 공정하다고 하면, 누구에게나 노력과 기여에 비례하여 상응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이 원칙을 비례 원칙이라 부른다. 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평등한 권리와 대우를 보장받는 것이 진정한 공정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구조적 불평등이나 차별에 노출된 집단이 있다면 혜택을 주어 이를 보정하는 것이 옳고, 그러지 못할 때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직관이다. 이를 보편 원칙이라고 한다.        두 원칙은 공정성을 이루는 두 축으로 모두 옳지만, 서로 충돌한다. 법정에서도 그렇다. 판사라면 누구나 자신의 법정이 그 어느 곳보다 공정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개개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공정함을 지키는 것은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사람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사람

    판사가 재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학술회의에 참가해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고, 외부 위원회에 참석해 중요한 의사결정에 함께하기도 한다. 올곧은 재판에 헌신하라는 소명을 받은 법관으로서 오롯이 재판에만 집중하고 싶다가도 가끔은 그러한 외출이 상쾌한 기분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법원을 방문한 어린 학생들과 대화하는 일이었다. 이 사회에서 법이 왜 있어야 하고, 법원은 어떠한 역할을 하며, 그 과정에서 판사는 실제 어떠한 일을 하는지 맑은 눈망울의 어린 아이들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모의법정에서 원·피고석과 법대를 오가며 잠시 심취하여 일인삼역을 하면서, “이 법정에선 대통령도, 누구도 오로지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된다

    김영기 판사 (서울중앙지법)
    1. 1
    2. 2
    3. 3
    4. 4
    5. 5
    6. 6
    7. 7
    8. 8
    9. 9
    10. 10
  •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