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法臺에서

    法臺에서 리스트

    고통에 직면한다는 것

    고통에 직면한다는 것

    4월을 맞이하며 얼마 전 읽었던 글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1998년 독일 에쉐대(Eschede)역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최악의 참사라는 열차사고로 101명이 사망하였다. 바퀴 손상과 부실한 열차 점검이 원인이었다. 유가족들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철도청을 상대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기차역에 가지 못하고 기차를 타지도 못하는 회피 반응을 보였다. 생존자와 유가족이 회피 반응을 이기고 트라우마의 장소에 머무는 것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참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내적인 치유력 없이 사건장소를 찾아가는 것은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정신과 의사들과 심리학자들은 사고 직후부터 생존자와 유족들의 심리치료를 장기간 진행하였고, 시

    정용신 판사(서울가정법원)
    '상식'의 배반

    '상식'의 배반

    "저는 고정관념에 기초한 인간의 두루뭉술한 사고와 편향성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인간이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합리성'이라는 개념은 모두 비현실적입니다. 저는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싶을 뿐입니다." 200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경제학상 시상식에서 대니얼 카너먼이 한 수상소감이다.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인데, 사람이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영향으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정립하였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상식'만으로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절감하곤 한다. 아마도 우리가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이나

    심활섭 판사(서울고법)
    희생이라는 이름의 구속

    희생이라는 이름의 구속

    그는 미혼모인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에게 자신이 못다한 꿈과 열정을 이식했다. 찢어지게 가난하면서도 아들에게는 스테이크를 해먹이고, 자신은 기름이 남아있는 프라이팬을 핥아먹었다. 여덟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을 앞세우고 그녀는 이웃들에게 외쳤다. "더러운 속물들아! 감히 너희가 누구와 얘기하고 있는건지 아는 게야? 내 아들은 프랑스 대사가 될거야.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을 것이고, 위대한 극작가가 될 거란 말이야! 여자들이 전부 내 아들 앞에서 무릎을 꿇을거야." 그때 쏟아지던 사람들의 비웃음을 기억하던 그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안쓰러움으로 어머니의 예언대로 되기를 결심한다. 결국 그는 전쟁영웅이 되었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유명한 소설가, 프랑스 대사가 되었다. 여기까

    정용신 판사(서울가정법원)
    페이스메이커(pacemaker)

    페이스메이커(pacemaker)

    몇 년 전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 도전했을 때다. 평소에는 트레드밀 위에서 7㎞ 가량 달려보았을 뿐이었지만, 단풍이 물든 의암호 주위를 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 도전했다. 출발 전에는 연습량 부족을 걱정했는데, 2만명 가까운 사람들 틈에서 뛰니 5~7㎞까지는 인파에 묻혀서, 14~15㎞까지는 다른 사람들을 추월하기도 하는 재미로 힘든 줄을 못 느꼈다. 그런데 중간지점에 다다르자 '과도한 운동은 건강을 해친다'는 말을 애써 떠올리면서, '이만하면 됐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회수차량을 찾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회수차량을 이용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목표시간을 표시한 풍선을 매달고 뛰어가는 '페이스메이커'를 발견하였다. 페이스메이커와 그를 뒤따르는 사람들을 뒤따라가니 흔히 '마라톤은 고독한 운

    심활섭 판사(서울고법)
    행복 요소

    행복 요소

    가사사건을 맡다 보면, 누군가의 삶의 맨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외견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풍요 가운데서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경험을 반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행복연구자들이 내린 행복한 사람의 정의는,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면서 행복감,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보다 많이 경험하고, 불안, 분노 등의 부정적인 정서를 보다 적게 경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매우 과학적이면서도 쉽게 와 닿지 않는 정의인 듯하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정서를 보다 많이 경험하기 위한 요건은 어떻게 될까? 행복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탐구하기 위한 하버드 대학교의 최장기 종단연구인 그랜트 스터

    정용신 판사(서울가정법원)
    법대에서·법조프리즘 필진이 바뀝니다

    법대에서·법조프리즘 필진이 바뀝니다

    법률신문의 칼럼인 '법대에서' '법조프리즘' 필진이 바뀝니다. 왼쪽부터 심활섭 판사, 정용신 판사, 권순철 변호사. '법대에서' 새 필진은 심활섭 판사(사법연수원 27기·서울고등법원), 정용신 판사(32기·서울가정법원)이며, 법조프리즘 새 필진은 권순철 변호사(33기·법무법인 지평·법률신문 객원기자)입니다. 그동안 수고해 주신 법대에서 예지희 부장판사, 이인석 판사와 우리말칼럼 이홍철 변호사께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용기'가 필요해

    '용기'가 필요해

    최근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었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의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심리학계에서 프로이트, 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는 아들러는 "우리는 우리가 겪은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아들러는 세계, 인생, 자기 자신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성격이나 기질(생활양식·life style) 또한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목적론을 주장하면서, 우리가 살면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과제'로부터 '인생의 거짓말'(구실을 들어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심활섭 서울고법 판사
    사법의 정치화

    사법의 정치화

    최근 들어 법원에서 판결을 선고하면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다. 그만큼 국가의 중대사를 법원이 판단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사들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해결을 하지 못하고 극한적인 대립에 이르러 법원으로 오게 된 사건은, 사건을 바라보는 눈도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의 정치적 입장에 우호적인 결론이 나면 '명판결', '소신판사'라고 극찬하며 추켜세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담당판사는 온갖 인신공격과 출신지, 친인척, 사생활 등과 관련한 신상 털기에 시달리게 된다. 법원에 대해서도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법원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흔들기에 나서며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하기도 한다. 법관은 늘 그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할

    이인석 판사(서울고법)
    일응의 기준

    일응의 기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교통, 산재사고 손해배상실무연구회에서는 지난 몇 년간 교통, 산재사고에 관한 피해자의 손해배상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위자료 책정의 기준이 되어 왔던 8000만 원을 물가변동률 등을 감안해 1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하였다. 다만, 이는 교통, 산재사고에 관하여 보험회사들이 책정하는 보험금 계산과 연동하는 것으로서 그 시초는 지난 1990년도 초반 경 2000만 원을 기준으로 하였던 것이고 차츰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손해보험 계산방식과 같은 선상에서 간헐적으로 상향조정 되어 왔다. 따라서 통상 일반 민사사건에서나 가사사건에서 언급하고 있는 위자료의 산정기준 금액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게다가 이 같은 기준은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계류되고 있는 손해배상사건에서 담당 재판부들이 일

    예지희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정직한 증인의 가짜 기억

    정직한 증인의 가짜 기억

    영화 '인셉션'에서처럼 누군가 우리에게 기억을 입력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만약 내가 범죄피해자가 된 기억이라면? 오판으로 인한 사형선고와 형 집행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시작된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워싱턴대 교수의 연구 결과는 재판을 할 때마다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로프터스 교수는 원래 지원자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기억을 입력할 계획이었지만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신 그 유명한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라는 실험을 한다. 연구팀은 피실험자에게 단순한 한 문단 정도의 가짜 기억을 제시한 뒤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라고 한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제가 잠시 형제들과 함께 있다가 장난감 가게를 구경하러 들어간 것 같아요. 그리고 길을 잃었어요. 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

    이인석 판사(서울고법)
    기억과 망각

    기억과 망각

    최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베를린에서 열린 아우슈비츠 유대인 해방 70주년 기념회에서 사과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국내외 여론은 같은 2차 세계 대전의 전범 국가인 일본의 아베 수상이 보이는 모습과 대비하고 있다. 메르켈이나 그 이전 독일의 대표들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인 유대인 학살행위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해온 반면, 일본 정부의 대표들은 전쟁당시 침범국가에 대한 '사과' 등에 인색하면서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에 대하여 일본의 작가 몇 사람은 '기억과 망각'이라는 책에서 양국의 전쟁 당시의 행태가 다름은 물론 전후 주변국의 이해와 용서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였던 독일과 미국과만 이해관계가 있었던 일본의 사정이 다른 점 등을 거론하면서 나름의 이

    예지희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여론과 재판

    여론과 재판

    퓰리처상을 2번이나 수상한 저명한 언론인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은 1922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여론(public opinion)'에서 진리와 뉴스는 같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리프먼은 그 핵심적 차이를 이렇게 지적한다. "뉴스의 기능은 어떤 사건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고, 진리의 기능은 숨겨진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국민들은 모든 사회 현상을 직접 보거나 직접 경험할 수 없다. 결국 미디어의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안을 접하기 때문에, 각종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로 여론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국민들이 접하는 내용의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에 근거해 최고의 주권자이자 의사결정권자인 국민들의 여론은 형성된다. 상반된 이해관계의 치열한

    이인석 판사(서울고법)
    1. 11
    2. 12
    3. 13
    4. 14
    5. 15
    6. 16
    7. 17
    8. 18
    9. 19
    10. 20
  •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