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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法臺에서 리스트

    선택과 집중

    선택과 집중

    2015년 6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10세 이상 국민 10명 중 8명꼴로 '일상생활이 피곤하다'고 느끼고, 6명꼴로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간 부족'에 허덕이면서 '자신을 위한 시간'이 없음을 아쉬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미루었는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가버렸음을 한탄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은 '제대로 시간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일종의 죄책감까지 느끼면서, 자신의 삶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궁리하곤 한다. 현대 경영학을 창시하고 체계적으로 수립한

    심활섭 판사(서울고법)
    순간에서 영원으로

    순간에서 영원으로

    부모가 되고서야 뒤늦게 삶과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오롯이 내 책임인 듯한 생명을 두고, 문득 내일도 살아서 아이들을 볼 수 있음이 당연한 일이 아님을, 우리네 삶은 이다지도 유한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서글프기도 하였다. 자유의지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닌데,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는 것도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주어진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느 노(老) 천문학자는 말한다. 빅뱅으로 우주가 처음 생겨났고, 그때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만 있었다. 그 원소들이 무작위로 부딪혀 덩어리를 만들고, 덩어리가 뭉쳐 별이 탄생하고, 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하는 핵융합 반응을 거듭하여 탄소도, 질소도, 산소도 생겨났고, 이 원소들이 뭉쳐서 지구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을

    정용신 판사 (서울가정법원)
    고령화와 법조인

    고령화와 법조인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는 앞으로 10년 뒤 우리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10대 이슈'를 발표했다. 불평등 문제, 미래세대 삶의 불안정, 고용불안, 국가 간 환경영향 증대, 사이버 범죄, 에너지·자원 고갈, 북한과 안보·통일문제, 기후변화·자연재해, 저성장과 성장전략 전환이 2∼10위에 포함되었는데, '저출산·초고령화'가 1위로 꼽혔다. 1984년 이후 2014년까지 30년 동안의 합계출산율이 인구를 현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대체출산율(2.1)에 미치지 못하였던 '저출산현상'과 과학·의료 기술이나 보건의료 서비스의 발달로 '평균 기대수명이 연장'된 영향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 우리 사회의 위기원인으로 꼽히는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관련하여서는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담해야 할

    심활섭 판사(서울고법)
    슬픔이여 안녕

    슬픔이여 안녕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듯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법원에 오는 분들이 있다. "자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입니다. 정말 괜찮으신건가요?" 조심스레 물어보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몇 년 지났으니 괜찮다고 간단하게 대답한다. 마음이 무거워 심리검사를 명하고 한참 후 보고서를 받았다. 중증의 우울감, 그러나 법원의 심리상담만으로는 도울 수 없고, 전문가의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 앞에 그저 무력하고 안타까웠다. 그는 아마 늘 그래왔을 것이다. 괜찮다고, 살다보면 그런 일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니, 혼자 극복할 수 있다고. 처음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슬픔이여 안녕'을 대했을 때, 그저 슬픔을 극복한 이야기로 기대하였다. 아마도 무의식 속에서, 슬픔은 빨리

    정용신 판사 (서울가정법원)
    희망의 메시지

    희망의 메시지

    형사법정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사연'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 피고인들은 '자신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불우한 성장환경'이나 '원만하지 못하였던 가족관계' 또는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던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피해자들 역시 각각의 사정으로 몹시 어려운 처지였는데 범죄 피해까지 입어 몹시 억울하다는 사정을 호소하곤 한다. 그런 사연들을 접하다보면 피고인이나 피해자가 겪었거나 겪고 있을 '좌절'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보게 되는데, 사실 누구나 종종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나 '좌절'에 맞닥뜨리게 마련이어서 피고인이나 피해자가 호소하는 좌절이 안쓰럽게 느껴질 경우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의 유태인 강제수용소에 수용돼 가스실 문턱까지 떠밀려갔던 정신

    심활섭 판사 ( 서울고법)
    부부에서 연인으로

    부부에서 연인으로

    "우리의 연애는 이렇게 끝이 났다." 우연히 본 광고영상에서 신혼부부의 결혼식 장면 직후 이어진 문구이다. 가사재판연수에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자녀가 태어난 이후 부부사이의 만족도는 최하가 된다"고 강의하셨던 내용과, (개인적으로 집중육아기를 거치면서 삐딱해져) 주인공들이 애절하게 연애하다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도 자동적으로 그 이후의 남루한 일상을 연상했던 기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가사법정에는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나올 법한 특이한 분들도 계시지만,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더 많다. 그 중 안타까운 경우가, 영유아를 키우느라 힘든 젊은 엄마들이 남편에게 어려움을 다소 높은 수위로 표현하고, 남편은 남편대로 연애시절의 부인과 아이 엄마인 부인이 동일인물이 맞는건지, 채

    정용신 판사(서울가정법원)
    인생 결산 보고서

    인생 결산 보고서

    '내 인생의 결산 보고서'. 평범한 사람들의 추모기사를 베를린 '타게스 슈피겔(Der Tagesspiegel)'의 추모기사란에 10여 년 동안 써왔다는 독일 철학자 그레고어 아이젠하우어(Gregor Eisenhauer)의 책 이름이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인이 아니라, 우리와 많이 비슷하면서도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인,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던 보통사람들에 관한 '추모기사'를 A4지 2~3장 분량으로 작성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람들의 진짜 삶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추출한 것이라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0가지 질문'-'스스로 생각할 것인가, 남에게 시킬 것인가', '왜 사는가', '나는 행복한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 등-을

    심활섭 판사 (서울고법)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사랑의 종말을 셀 수 없이 지켜보다 보니, 그 사랑의 시작에 대해서도 많은 사연을 듣게 된다. 최근 데이트폭력에 관한 기사를 자주 접하면서, 분명 신호가 있었지만 사랑을 더 믿고 싶어했던 분들의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같은 길을 가시는 몇몇 분들에게 느꼈던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오랜 기간 정신분석을 체험한 작가 김형경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라는 소설에서, 우리 대부분이 세 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맺기 방식을 토대로 살아가며, 정신분석가들에 의할 때 인간 정신이 생후 3년까지 60%, 여섯 살까지 95% 형성된다고 썼다. 또한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은, 적지 않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준다고 한다. "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정용신 판사 (서울가정법원)
    '제대로' 사과하기

    '제대로' 사과하기

    우리는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어서, 때때로 사과를 하여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은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습성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기에, 사과를 하여야 할 상황임에도 "실수나 잘못을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까지 큰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잖아",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었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으니깐" 등의 이유를 들며 '제대로' 사과하는 것을 회피하려 하곤 한다. 그러다가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기도 하는데, 말과 글로 무수히 많은 '사과의 말'이 오고 가는 형사재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왜 어떤 사과의 말은 사람들을 움직이고, 어떤 사과의 말은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을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인정받지도 못하는 '사과의 말'에는 몇 가지 특징이

    심활섭 판사 (서울고등법원)
    비밀과 거짓말

    비밀과 거짓말

    가정법원에 오시는 분들은 슬프게도, 비밀이 많다. 특히 자신의 아이들에게. 협의이혼이나 재판상 이혼사건에 반드시 제출되는 가족관계증명서에서 아이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보면서 '이 아이는 우리 첫째랑 같은 학년이구나', '이 아이는 우리 둘째처럼 유치원에 다니겠구나', '이 아이는 어려서 엄마 아빠를 많이 찾겠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저려온다. 부모님의 이혼에 관해 아이들과 서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많은 분들이 아이가 크면 천천히 알리겠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업무로 인해 이 아이들의 부모님에게 이혼을 선언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아이의 심리검사결과지를 요청한 사건들이 있다. 아이가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괜찮은 상태이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설혹

    정용신 판사(서울가정법원)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요즘엔 '빅데이터(Big Data)'란 단어가 낯설지 않다. 인터넷 서점은 고객들이 어떤 책을 샀는지, 또는 보기만 하고 사지 않았는지를 담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의 취미나 독서 경향에 맞는 책을 메일이나 홈페이지에서 자동적으로 제시하고, 포털사이트는 이용자의 검색 조건에 따른 맞춤형 광고를 노출시키는데 빅데이터를 사용한다. 스마트폰과 PC가 일상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미국의 저장 장치 업체 EMC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생성된 데이터양은 2.8제타바이트(ZB)인데, 이는 이전까지 생성된 데이터양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사회비평가 닐 포스트먼은 '죽도록 즐기기'라는 책에서 조지 오웰(1984)과 올더스 헉슬리(멋진

    심활섭판사 (서울고법)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한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이 마음으로 이해되지 않아 괴로웠던 적이 있다. 그러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훈육을 위해서는 아이의 행동과 존재를 분리하여야 한다는 구절을 보는 순간 많은 의문이 해소되었다. 부모는 사랑하는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위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려 노력한다. 꾸짖는 것은 아이의 행동일 뿐,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을 것이다. 여러 종교의 성인들께서 우리네 인간을 사랑해주신다면 그런 방식이 아닐지, 법관이 구도자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은 그런 마음으로 재판에 임하라는 의미가 아닐지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는 아이는 부모의 꾸지람을 미움으로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꾸지람이 잘못된

    정용신 판사(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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