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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리스트

    나는 누구에게 봉사하는가

    나는 누구에게 봉사하는가

    공판기일이 계속되었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새로운 주장을 추가해야 했다. 괜찮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던 그날, 기록을 싸들고 집에 왔다. 노트북을 켜 놓은 채 고민을 하다 잠시 누웠는데 문득 적용 법령의 문언이 떠올라 새벽에 다시 깼다. 그리고 입법 경위에 관한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대학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같은 조 선배가 고시 공부를 시작하기 전 저학년 때 인문학 서적을 읽을 것을 권했다. 나중에 법조인이 되어 법을 해석할 때 그때까지 쌓은 법학 외의 지식과 그에 따른 고민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 2학년 교양 수업 시간에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케이스 젠킨스 저)’라는 책을 접했다. 그 책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메시지(message) & 메신저(messenger)

    메시지(message) & 메신저(messenger)

    ‘보좌관’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국회에 근무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채용되면서 메시지 작성이 주요 담당 업무 중 하나가 된 후, 페이스북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필자의 글이 조금이라도 의원에게 누가 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싶었다. ‘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이 보좌진이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인 도리라고 생각했다.   대신 의원을 위해 삶의 모든 경험과 지혜를 한 방울까지 다 짜내서 메시지를 썼다. 다행히 의원은 필자의 글을 좋아해 주었다. 학부 때 읽었던 책들, 스님·신부님에게 들었던 지혜의 말씀들, 몇 날 며칠을 고민했던 철학적 문제들, 수유리 살 때 찾아뵈었던 가인 김병로 선생 묘소의 비문까지. 국정감사장에서 법사위원장 모두발언·마무리 발언의 형식으로, 대법원 주최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법리상 어쩔 수 없다는 변명

    법리상 어쩔 수 없다는 변명

    얼마 전 주말 대학 동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동기는 요즘 맡고 있는 사건들이 주로 억울한 사람들을 대리하는 것이라 그 점에서는 마음이 편한데, 법리상 구제 가능성이 낮아 보여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답답하다는 말을 했다. 사건을 해결해서 가해자들이 편취한 돈을 받아오고 싶지만 막막하다고 했다. 그 말끝에 가해자들을 향한 욕설도 덧붙였다.   며칠 뒤 술자리에서 그 친구는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제재의 정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현행의 법적 제재가 약할 뿐만 아니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눈에는 눈+α, 이에는 이+β’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눈을 해쳤다면 그 가해자에게는 눈에 더하여 다른 무엇도 빼앗아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의 말은 ‘법학을 공부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존경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

    필자의 이름을 걸고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지 3년이다. 비록 작은 조직이기는 하나 대표가 된다는 것은 두렵고 외로운 과정임을 실감하고 있다. 힘든 날은 밤늦게라도 서재에 들어가서 고전을 뒤적이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찾아 읽은 후 거칠어진 마음을 씻어내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느 순간 너무나 외로워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 중에 조직을 잘 키우고 운영해온 존경할 만한 인물을 찾아보게 되었다.    주위의 친지나 동기들에게 “당신이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의외로 쉽게 답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존경하는 사람’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면접’, ‘자소서’가 뜬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은 면접과 자기소개서를 제외하고는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변호사, 상인, 속물 그리고 가려진 욕망

    변호사, 상인, 속물 그리고 가려진 욕망

    한 달 전이었다. 상담이 끝난 후 의뢰인들로부터 상담료를 받았다. 그동안 지인들의 소개로 의뢰인들이 찾아왔기에 상담료를 받지 않곤 했는데, 그날 처음으로 상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었다. 현금이었다. 제공한 법률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현금을 받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 손으로 현금을 받아드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전 연수원 동기 몇 명과 만났다. 맥주를 마시며 그 중 두 명과 '수임료와 사건에 쏟아붓는 노력의 비례 관계'에 대해 얘기했다. 어쏘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본인은 어쏘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이 지불한 수임료만큼 일하게 된다고 하면서, 자신이 속물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했다. 개업 변인 나와 다른 동기는 그의 말에 동감하며 그를 위로했다. 아마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망자의 대리인

    망자의 대리인

    어쏘 변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배당 받았다. 피고의 자리에서 적극 방어하여야 할 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여 망자가 되어 버렸고, 황망하게 남편을 잃고 상속인으로서 피고의 자리에 선 유족은 원고들과 망자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밤늦게 사무실에 혼자 남아 항소이유서를 준비하면서 망자의 행적을 재구성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서늘한 기분이 들면서 망자가 옆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로서 남아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걱정이 될까. ‘내가 당신 대신 열심히 도울 테니 걱정말라고, 그리고 당신도 열심히 도우라’고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고등법원 첫 변론기일에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신청하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나와 그들이 사는 세상

    나와 그들이 사는 세상

    작년 12월 대학 동기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떨었고, 개업에 관한 얘기도 나누었다.    그런데 그녀는 본인이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변호사가 아닌 사업가로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얼마 전 읽은 책을 통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가나 투자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할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학교에서는 직원이 되는 방법을 가르칠 뿐 자본가나 투자가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란다.   친구가 말한 그 책은 나도 전에 읽은 적이 있다. 몇 해 전 군에서 전역하고 미래에 대해 막막해 할 때였다. 고시 공부를 하고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북경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증인’이라는 영화를 뒤늦게 보았다. 별 기대 없이 틀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중간 중간 기장과 스튜어디스의 안내방송으로 끊겨서 다 보지 못하고 결국 집에 와서 뒷부분을 마저 보았다.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린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증인’은 한 변호사가 살인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이 되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건 당일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성향 중학생 소녀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중학생 소녀가 변호사에게 던진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은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초심을 일깨우는 화두처럼 필자에게 다가왔다.    작년에 3건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건은 국과수 감정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선택의 기준

    선택의 기준

    2014년 사법시험 2차 시험을 2개월 정도 앞둔 어느 봄날, 노장 3명은 신림동 원룸 건물의 옥상에서 고시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사람들이 퇴근할 시간이었다. 그들은 퇴근 후 가족들과 둘러앉아 따뜻한 저녁을 먹을 것이다. 그들이 부러웠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누군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시작한 말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다른 두 사람도 바로 맞장구를 쳤다. 전장에서 여러 번 패배한 노장들은 시험 합격 그 자체가 목표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앞으로의 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고 하셨다. 우리들은 공책에 각자의 꿈을 적었고, 잠시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하룻밤

    하룻밤

    변호사로 개업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대기업, 국회, 은행, 대학, 시민단체, 연구소, 로타리, 카네기, 무슨 무슨 CEO 과정들, 동창모임, 지역 모임까지, 그동안 거쳐 왔고 또 지금 몸담고 있는 분야의 사람들과 저녁마다 약속이 있었다. 적극적으로 여러 모임에 가입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만큼 사건도 많아졌다. 일정표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빼곡히 채워지고, 저녁약속은 두세개가 겹치기 일쑤였으며, 심지어 주말에도 경조사, 골프에 워크샵까지 일정이 빽빽했다.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고,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하루는 유독 힘든 의뢰인의 ‘말바꾸기’에 대응하다가 스트레스를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지금 당장 어디로든 탈출하고 싶었다. 서울 근교의 사찰의 템플스테이를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소중하고 중요한 것

    소중하고 중요한 것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어느 날이었다. 그날 저녁 난 운동장에 서서 떨어지는 해를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간 과거처럼 앞으로의 삶도 금방 흘러갈 텐데, 난 과연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애쓰며 공부를 하나’란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러나 모범생이던 나는 대학 입학 이후 그 고민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한 고민은 공부에 방해만 될 것이 분명했고, ‘이유는 모르지만’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해 법대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될 즈음 동기 1명, 선배 2명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강릉에서 출발해 부산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셋째 날이었던가, 그날 밤에도 우리들은 교회에 신세를 졌다. 잠자리를 대충 준비하고 대화를 나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크로스체크(cross-check)

    크로스체크(cross-check)

    국회 법사위원장 비서관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법사위 전체회의에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가능하게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원안에는 1차 안전진단을 한 업체가 2차 안전진단까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원안대로 하면 건물안전에 대한 크로스체크가 되지 않아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다행히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어 시행령에 ‘2차 안전진단은 다른 기관으로 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넣는 것을 부대조건으로 달아서 통과시켰다. 만약에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어서, 만에 하나라도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  우리 법률사무소는 고소대리 사건을 수임하면 고소장을 검찰청에 제출한다. 절대 다수의 경찰들은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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