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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법조프리즘 리스트

    서면의 길이

    서면의 길이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면, 선생님이 아이들을 모아 놓고 엄석대의 만행을 밝히라는 장면이 나온다. 겁먹은 아이들 중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그만 아이 하나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며 외치는 말. "저 XX 순 나쁜 XX에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엄석대는 끝이다. 몇 년 전 화제가 된 환경소송을 친구네 사무실에서 맡았다고 하여 전화를 해봤다. 곧 기일인데 상대방 서면 때문에 정신 없다면서, 500~600장 정도 반박서면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가 혼자 다 쓰냐 물었더니, 변호사 3명이 쟁점 하나씩 맡아 각자 150~200장 내외로 작성하고 취합한다고 했다(그러면서 친절하게 재판부 보기 편하도록 50장 내외의 '요약'서면도 따로 낼 것이라고 했다). 상대방 서

    권순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내 등의 짐

    내 등의 짐

    스스로 생각하기에 독서량이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읽었던 책은 95% 이상이 전공서적이었다. 가끔 처세술, 돈, 성공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읽은 적이 있다. 문학작품이라면 아주 가끔 재미있는 소설 정도를 읽었을 뿐이다. 시라는 것과는 정말 오랜 시간 동떨어져 지내왔다. 시집이란 것을 사서 천천히 음미하며 시를 읽은 것이 언제이던가. 아마도 대학생 때 읽었던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집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시를 읽게 되었다. 건강검진을 위해 종합병원에 들렸다가 화장실에서 벽에 붙어있는 시를 읽게 되었다. 정호승 시인의 '내 등의 짐'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었다. 가슴 깊은 공명을 느꼈고, 문학소년처럼 그 구절을 단박에 외워두고 싶었다. 그러나 알콜의

    구길모 교수(충남대 로스쿨)
    "변호사님 바쁘시죠?"

    "변호사님 바쁘시죠?"

    기억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고등학교 시절 보았던 문제집 중 'Reader's Bank'라는 것이 있었다. 짧은 단문이 실린 영어책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글은 이런 것이다. '새내기 변호사가 사무실을 연 첫날 아침 누가 찾아왔다. 이 변호사는 찾아온 사람을 세워둔 채 전화기를 들고 한참 중요한 통화를 하는 척 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어떻게 오셨는지 묻자, 찾아온 사람은 전화 연결하러 온 전화국 직원이라고 대답한다.' 통화를 하거나 회의에서 만날 때 고객의 첫마디 인사가 "변호사님 바쁘시죠?"인 경우가 많다. 요즘의 나는 대체로 웃으며 "별로 안 바쁩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또 대체로 "아이고 겸손의 말씀은…" 이런다. 속으로 가끔은, '정말 안 바쁘다니까요!' 정색하고 싶을 때

    권순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진짜 칭찬

    진짜 칭찬

    대놓고 면전에서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잘못하면 그 사람과 원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판하는 사람이 상대방 기분 좋으라고 비판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심으로 비판하고 싶은 생각에서, 또는 상대방을 위하여 그런 말을 할 것이다. 그에 반하여 칭찬은 접대성인 경우가 많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한때 크게 유행 하였다. 이 책 때문인지 필자도 정말 의례적 칭찬을 많이 하게 되고, 때로 그런 칭찬을 듣고 있다. 그런데 이런 칭찬하는 말만 믿다가는 자기 발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히려 비판을 자주 듣고 그에 대하여 귀와 마음을 여는 것이 자기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진짜 칭찬과 예의상 칭찬을 구별할 줄 알아야한다. 의례적인 칭찬을 진짜

    구길모 교수(충남대 로스쿨)
    물어보기

    물어보기

    변호사로 일한 지 10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게으른 천성은 변하지 아니하여 일할 때마다 어렵고 힘들기는 여전하다. 그래도 먹고 살려다 보니 기술 하나는 확실하게 닦았는데, 그것은 '물어보기'이다. 사법연수원을 갓 마친 새내기 변호사 시절 영문계약서를 국문으로 번역하는 일이 있었다. 꽤 양이 많고 글자가 빽빽하여, 받아들고 처음에 "까만 건 영어고 하얀 건 여백이구나"하고 한숨을 쉬었다. 어찌어찌 마치고 선배의 검토를 받는데 'security interest'에서 딱 걸렸다. 문맥상 담보권으로 옮겨야 할 것을 용감하고 무식하게 '증권이자'로 옮겼던 것이다. 망신을 당하고, 자신 없으면 물어보면서 하라는 선배의 충고를 그 뒤로 잘 지켜왔다. 실력은 없으나 자존심(이라 쓰고 고집이

    권순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냉전과 열전 사이

    냉전과 열전 사이

    필자가 느끼기에 예전부터 법조계에서는 실무계와 학계 간에 그리 사이가 좋지는 못했다. 다른 영역, 예를 들어 경영자협회와 경영학계도 그러할지 의문이다. 기존에 법학계와 법조실무계 사이를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필자 생각에는 '무시'의 시기였다. 큰 행사가 아니고서는 서로 자주 만나지 않았고, 인적 교류도 거의 없었다. 따로 존재하고, 따로 공부하고, 따로 놀았다. 그런데 양자를 아우를 수 있는, 아니 반드시 아울러야 하는 로스쿨이 생겼다. 그리고 로스쿨이 생긴 후 실무계에서 많은 인원이 로스쿨 교수로 넘어왔다. 또한 로스쿨에서 상당수의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자연스레 양 영역 사이의 담벼락이 허물어지고, 화합, 상생하는 형국이 자연스레 열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 그 관계는 여전히 좋

    구길모 교수(충남대 로스쿨)
    성공 수칙, 인사 잘하기

    성공 수칙, 인사 잘하기

    대학원까지 21년을 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께 정말 많은 시간동안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분들로부터 들었던 수업내용 중 기억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 분들에게 배운 많은 가르침들이 나의 대부분을 형성했을텐데 딱히 기억남는 수업내용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별로 웃기지도 않았던 농담 등 정말 '왜 그런게 생각이 나지?'하고 의아해할 만한 말씀이 기억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분은 특별히 내가 존경하는 분도 아니었고, 많은 시간 수업을 해주셨던 분도 아니었다. 성함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 분이 해주셨던 말은 이것이었다. "우리가 정말 인사만 제대로 잘 해도 인생 성공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참 인생을 모르는 소리라고

    구길모 교수(충남대 로스쿨)
    별, 그리고 꿈

    별, 그리고 꿈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항상 환하게 살고 있지만 예전과 달리 요즈음 들어 오히려 보기 어려워진 빛도 있다. 별똥별, 반딧불도 요즈음 참 보기 어려운 빛이다. 필자도 마흔 평생에 단 한번 별똥별을 봤고, 딱 한번 반딧불을 보았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모두 강원도 산골에서 군복무하던 시절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돈을 주고 축제장소에 가야 반딧불을 볼 수 있다. 별똥별도 마찬가지이다. 별똥별이 마구 떨어진다는 우주쇼가 벌어지는 날짜가 뉴스를 통해 예고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날 근처 천문대에 간다면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 모두 이런 이야기 한번쯤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소원을 이루기 위해 우주쇼 하는 날

    구길모 교수(충남대 로스쿨)
    노블리스 오블리제

    노블리스 오블리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문구이다. 그에 비하여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문구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디에 더 가까울까? 최근 재벌 3세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국민 모두가 애쓴 덕분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죄명이 탈세나 배임죄가 아니었다. 정확한 사실은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 봐야겠지만 그 발단은 부하직원에 대한 폭언에서 시작되었다. 항로변경죄, 업무방해죄, 증거인멸죄 등이 혐의 죄명으로 거론된다. 이런 죄가 모두 인정된다고 하여도 구속사건이 대폭 감소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에 대한 구속수사는 다소 이례적이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도

    구길모 교수(충남대 로스쿨)
    우생마사(牛生馬死)

    우생마사(牛生馬死)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특이했던 광고 문구처럼 '참 중요한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그러한 경우 아주 가끔-너무 사용하면 좀 고루한 느낌이 들까봐-사자성어를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네 글자이지만 그 힘은 놀랍다. 말하고 싶은 것을 강렬하게 전달해 줄 수 있다. 우화나 일화까지 곁들여 있기 때문에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의 탈무드, 이솝우화보다도 우리 동양문화권의 사자성어가 훨씬 훌륭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정말 오래되었을 사자성어도 걸그룹 노래처럼 유행을 탄다. 유명인들이 사자성어를 안성맞춤으로 사용하면-너무 식상하게 자주 사용되는 것이어서는 안 되고, 너무 직설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드러나서도 안 되며, 스님들의 선문답정도는 아니어도 청중

    구길모 교수(충남대 로스쿨)
    나는 자랑스러운 변호사다

    나는 자랑스러운 변호사다

    베테랑 외과의사도 자신의 가족은 수술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의사 본인이 떨려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가족도 자신을 수술하도록 맡길 것 같지 않다. 특히 부부간의 경우에는 그럴 것이다. 집에 오면 싱거운 소리나 해대고, 주말이면 소파에 퍼져서 프로야구 중계나 보며, 술에 취하면 코를 골며 자는 평범한 인간으로 느껴지는 남편에게 자신의 배를 가르도록 맡길 부인이 몇이나 될까? 변호사도 가족의 사건을 맡게 되면 몇 배로 힘이 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만일 남편이나 아내의 사건을 맡게 되면 아마도 부부싸움이 몇 배로 늘어날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집에 가면 아내와 직장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필자가 변호사로서 어떤 일을

    구길모 교수(충남대 로스쿨)
    교육백년지대계

    교육백년지대계

    이 아플 때 가는 치과, 배고플 때 혼자서도 편히 가는 식당, 이런 것들은 항상 고민되는 난제 중의 하나다. 편하고, 솜씨 좋고, 믿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참 발견하기 어렵다. 미장원이나 이발소도 그런 곳들 중 하나이다. 단골집이 생기면 정말 편하다. 말 안 해도 알아서 나의 스타일대로 잘라주니 좋고, 너무 얘기를 많이 시켜 피곤하게 하거나, 혹은 너무 얘기가 없어서 공포영화에서처럼 갑자기 가위로 찔러버릴 듯 싸늘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아서도 좋다. 필자는 최근에 이런 좋은 미장원을 알게 되었고, 이제 머리가 많이 길었다는 것만 판단하면 된다. 어딜 가야할지 고민은 없어졌다. 이발을 하는 중에는 단골이 된 '동네 대형급' 미장원 사장과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곤 한다. '내가 파마하면 어울릴까요?',

    구길모 교수(충남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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