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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나를 선임하는 보수로 12억원을 지급한다면 변호를 맡아야 할까.’ 이런 순진한 고민을 내가 했다. 사법연수원 수료를 앞두고 법원에서 시보를 할 때 필수적으로 국선변호를 2건 맡게 되는데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왜 하필이면 12억원인지는 잘 모른다. 아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정말 큰돈의 단위였던 것 같다. 시보 교육을 담당한 판사와 동기는 나의 고민을 듣고 웃으며 맡아야 한다고 대답해주었다. 국선변호인으로서 그때 내가 변호한 피고인은 직장 동료인 여성들이 이용하는 화장실 변기 안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촬영하고 결과물을 인터넷에 유포한 삼십대의 남성이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기록 중 사진은 흐릿했고 피해자들의 신체 부위만 드러날 뿐 인적사항을 식별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국선변호인 P

    국선변호인 P

    영화 ‘7번방의 선물’에 등장하는 6살 지능의 용구의 국선변호인은 교도소 수감자들의 탄원서를 재판정에 전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도 용구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변호하지 않았다. 영화는 사회적 약자를 변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선변호인제도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폭로하는 듯하다. 하퍼리의 앵무새죽이기는 국선변호인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 국선변호인 핀치는 흑인 톰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생을 걸었다. 법정에서 인종의 편견과 싸우고 톰을 끌어안으려 했던 백인 여성 메이엘라의 거짓을 밝히는 데 혼신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유죄였다. 그러나 1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흑인의 권익이 신장된 때에, 핀치는 자기집 식모 흑인 캘퍼티아의 손자 지보가 과속으로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마음 이론(Theory of Mind)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얼마 전 업무 차 외교부 청사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평소에 광화문 거리에서 천천히 걷기를 좋아하는데 나에게는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을 마주하고 경복궁을 바라보는 방향이 익숙하다. 그날 정부종합청사의 외교부 별관에서 지도 어플을 보며 광화문 광장 방향으로 걷는데 나의 시야에 들어온 풍경은 너무도 낯설어 마치 처음 가본 장소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서 있는 위치와 마주한 방향에 따라 얼마나 바라보는 풍경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새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수급정상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회의 주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었다. 법률시장 규모, 국내총생산 및 인구수 대비 변호사 공급 과잉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위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북핵과 동시이행의 문제

    북핵과 동시이행의 문제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재개시도 그리고 다시 남북정상회담. 한반도는 북핵해결을 위해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북핵해결 로드맵에서 한반도비핵화, 완전한 핵폐기, 체제보장 등 용어상의 독해가 절박하게 요청되는 때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핵폐기 이행방법으로 보인다. 미국은 먼저 핵을 폐기하면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반면 북한은 체제를 보장해주면 핵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한다. 핵폐기 후 붕괴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핵폐기와 체제보장을 교환하는 방법을 높고 트럼프 미정부와 북한은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북핵문제를 볼 때면 동시이행의 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부동산 매수자가 계약금과 중도금 그리고 잔금을 지급하면, 매도인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인도를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습작(習作), 죽음에 대하여

    습작(習作), 죽음에 대하여

    호주의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가 104번째 생일 선물로 원한 것은 ‘편안한 죽음’이었고, 가족의 배웅 속에서 안락사가 법으로 허용되는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 10일, 그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우리는 신체가 건강한 사람에게, 그가 설령 백세의 노인일지라도, 스스로 생을 마감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건강을 현저하게 잃은 고령의 환자에게조차 권리의 인정에 인색해왔다. 10년 전 식물인간이 된 김할머니는 인공호흡기로 연명했고 할머니의 가족들은 치료의 중단을 위해 투쟁해야 했다. 대법원은 식물인간 상태인 고령의 김할머니를 인공호흡기로 치료하는 것에 대해,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상태의 단순한 현상 유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평양지방법원을 꿈꾸며

    평양지방법원을 꿈꾸며

    4월 27일 판문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역사적인 날이다. 오랜기간 이별했던 가족이 상봉하는 기쁨처럼 남북정상은 서로를 포옹했다.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분단의 경계선을 오고 가는 모습을 보며 통일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보았다. 만남을 지켜보며 곧 다가올 통일시대에 넓어지는 변호사의 역할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평양시민으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은 나는 새벽녘 부산역에서 KTX를 타고 평양역에 도착할 것이다. 점심은 평양냉면을 먹고 싶다. 지하철을 타고 평양 법정 앞에 도착한 나는 평양에 거주하는 의뢰인과 마주하며 제출한 준비서면과 함께 향후 소송대응방안을 설명해 줄 것이다. 의뢰인은 남한기업에 취업했는데 부당해고 통보를 받고 이를 다투려 한다. 법정에 도착한 나는 평양지방법원 소속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나의 의뢰인

    나의 의뢰인

    그녀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운다는 걸 알고 나는 당황했다. 아차, 놓쳤구나 싶었다. 아름다운 날씨의 봄, 금요일 오후 가정법원 조정실에서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아 조정위원이 다섯 살 딸아이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의뢰인이 소송을 통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란 도무지 쉽지가 않다. 가장 뛰어난 화법은 경청이라는데, 듣는 게 참 어렵다. 내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말과 말 사이의 간격을 참아야 하며, 더욱이 마음을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과묵한 의뢰인이라면, 적절한 질문과 호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경험과 이해가 필요한 일인가. 나에게는 늘 어렵다. 이번에는 그녀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삼십대 초반인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아! 빌라도

    아! 빌라도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암송하고 있는 사도신경의 내용을 보면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초대 교부들은 예수의 죽음이 빌라도의 오판 때문으로 본 듯하다. 총독 빌라도는 재판 중 예수에게 3차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그는 유대민중들의 거듭된 사형요구에 민란이 두려워 사형선고를 했다. 소크라테스는 어떤가. 잘못된 사상으로 청년들의 영혼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배심재판에 회부된 후 독배를 들었다. 두 재판은 재판의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주고 있다. 교회는 빌라도가 재판관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저버린 행동을 정죄했으나, 지동설을 받아들인 갈릴레오를 신성모독죄로 법정에 세우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이처럼 재판의 역사는 재판관의 독립된 판단이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대리인

    대리인

    “내 일처럼 해주세요.” 의뢰인에게서 참 많이 듣는 말인데, 들을 때마다 이상하다. 웃으면서 “제 일이 맞는데요, 제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라고 답변하곤 한다. 환자의 몸에 생긴 병증을 치료하면서 내 몸이 아니니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의사가 있을까. 재판기록을 넘기며 내가 겪은 일이 아니니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판사가 있을까.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남 일인데 그 때문에 저녁이 있는 삶과 주말을 반납하며 워라벨 따위 호사로 여길 리 없다. ‘내 일처럼’이라는 의뢰인의 당부가 늘 어색하던 중, 내가 대리인에 불과하단 걸 깨달았다. 주장이 이유 없어 승소할 여지가 보이지 않을 때 제소 자체를 반려해야 할 직업적 양심과 책임이 있는 것처럼, 다투어봄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의뢰인 도그마

    의뢰인 도그마

    재판정을 들어설 때면 가끔 '까뮈의 이방인'을 떠올리곤 한다. 뫼로소는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동료들을 향해 칼을 겨눈 아랍인들에게 총알을 쏘아보냈다. 그의 살인은 정당방위였음에도 변호인은 재판정에서 뫼로소의 말은 전달하지 않았다. 또 변호인의 변론은 외국어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방인을 죽였던 그는 법정에서 이방인이 된 것이다. 까뮈는 소설을 통해 법률가들이 만든 이방인의 세계를 고발했다. 변호사의 첫발을 내딛은 신참들은 대개 의뢰인들을 이방인 취급하지 않아야겠다는 신념에 그들과 한 마음이, 한 뜻이 되려 한다. 법정에서는 의뢰인의 말을 그대로 토해내고, 상대방 측의 주장은 모두 터무니없는 거짓이라 강변한다. 법정 밖 상대방 변호사와 만나기라도 하면 상대방의 잘못을 낱낱이 폭로하며 서로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최고의 변호

    최고의 변호

    “지금 저기 방청석에는 피고인의 아내분이 계십니다. 아내분, 재판장님께서 보실 수 있도록 손 한번 들어주시겠어요?” 꽤 규모가 큰 항소심 법정 안, 저 멀리 방청석에서 한 여성이 시원하게 손을 번쩍 들었다. 나이 지긋한 재판장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변호사 개업 이후 민사 사건을 위주로 진행해왔다. 작년 여름쯤 의뢰인이 나를 찾아왔을 때, 사건을 맡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첫 상담에서 처벌 전력이 있는지 의례적으로 묻는 나에게 그는 강도 살인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형 집행 종료를 1년 앞두고 가석방되었다고 했다. 담담하고 차분했다. 정월 초하루, 해돋이를 보러 떠난 속초 여행지에서의 업무방해 혐의였다. 다친 사람은 없었고 파손된 기물도 없었다. 그리고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솔로몬 재판'의 교훈

    '솔로몬 재판'의 교훈

    모든 법조인은 지혜의 대명사 솔로몬을 동경한다. 그를 돋보이게 한 장면은 아기의 생모를 찾아준 재판이다. 그는 재판 중 칼로 아기를 반으로 나누어 서로 자기 아기라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각각 나누어 주라고 했다. 한 여인은 눈물로 아기를 죽이지 말라고 호소하고 다른 여인은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친모는 바로 눈물을 흘린 여인이었다. 솔로몬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심증형성을 통해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심증형성과정에서 독창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에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솔로몬의 재판 속에서 다른 한가지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다름 아닌 솔로몬의 재판을 받은 여성의 신분은 창기들이었다. 그녀들은 솔로몬의 재판을 받기 전 다른 판사들에게도 판단을 요청했지만 뚜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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