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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리스트

    댓글이란 무엇인가

    댓글이란 무엇인가

    지난 추석 세간에 회자된 김영민 서울대 교수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는 명절이면 흔히 제기되는 친척들의 불편한 질문에 대한 대처방안이다. 칼럼은 "결혼이란 무엇인가", "후손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 그들을 당황시킴으로써 상황을 타개하라는 처방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정체성을 따지는 질문은 대개 위기 상황에서나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라고 설명한다.  나도 갑자기 묻고 싶다. 최근 드루킹 사건도 있었듯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그것, “댓글이란 무엇인가?” 작금의 현실에선 다소 정치적 색채가 있는 물음이긴 하지만 오늘 나는 경쟁업체의 일그러진 상도덕 혹은 몇몇 블랙 컨슈머의 적개심 때문에 양산되는 악성 댓글에 대해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공익변호사의 면죄부

    공익변호사의 면죄부

    일을 처음 배운 곳은 법률구조 사무실이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 뒤 직접 사무실을 열었을 때나 선배 사무실에 들어온 지금이나 공익사건(법에는 법률구조, 소송구조, 국선변호인, 국선보조인 등의 용어가 나오고, 미드의 영향인지 ‘로펌’에서는 ‘프로보노’를 좋아하지만, 요즘 법조계에서 가장 흔히 쓰는 표현은 ‘공익사건’이므로 이를 따랐다)은 넘쳐났다.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많이 변호한 이유에 관하여, 주변에서는 내가 착한 마음씨를 가졌기 때문이라고들 했고, 나 스스로도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다.  공익사건이라고는 하지만 변호사에게 무료는 드물고, 상담이든 소송이든 보수가 있다. 민사소송법상 소송구조의 경우, 소송구조변호사는 패소한 경우에도 법원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승소한 경우에는 법원으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법조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기자실 한 쪽 구석의 간이침대에 잠시 눈을 붙이면 외풍은 왜 그리 심하던지. 몇 분도 못 버티고 무릎담요를 목에 감은 채 뜨거운 차를 마시던 날들이 떠오른다. 이런 저런 상념을 쫓다보니 이미 겨울. 얼마 전 소설(小雪)이 지났고 서울에도 역대 최대치인 첫눈도 내렸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장 속에 보관하던 미니 히터와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도 꺼내고 싶은 때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며칠 전 보내 온 보라색의 2019년 다이어리를 보니 올해가 한 달 남짓 남았다는 사실에 마음도 급해진다. 이렇듯 연말이 찾아오면 유독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교수신문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다. 2017년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꼽혔는데 이는 “사악함을 깨고 바름을 드러낸다”는 뜻으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저울의 기울기

    저울의 기울기

    첫 임지는 훈훈했다. 선배 법조인들의 방은 나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 처음 법정에 가니, 상대방 대리인은 “왼쪽에 앉으세요. 원고가 왼쪽, 피고가 오른쪽예요”라고 알려줬다. 원고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요구하는 사람. 주로 가난한 개인이고 사업자라도 영세하다. 피고는 요구를 받는 사람. 부자나 기업이 많다. 내 지정석은 왼쪽이다. 나날이 배움이 커지고,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피고는 훌륭한 선배변호사에게 일을 맡겼는데, 원고는 어쩌다가 상대방 대리인의 지도를 받는 초짜에게 인생을 의지하게 되었을까.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배우니 시간은 흘러갔다. 법정경험이 3년을 지나고 자신감이 붙을 무렵, 나는 한국 법조의 심장부인 서초동 법원을 주로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피로와 피곤의 사회

    피로와 피곤의 사회

    삼십대 중반을 넘긴 필자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이긴 하나 가까운 데서 동년배의 ‘본인상(本人喪)을 접하면 말문이 막힌다. 얼마 전 모 검사의 부고(訃告) 또한 마찬가지였다. 삼십 대의 그 누구보다 성실한 검사로 알려진 그에 대해 지인들은 훌륭한 인격과 남달랐던 리더십 등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유품에서 발견된 낡은 수첩 속의 ‘마음가짐’에 대한 메모는 숙연함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며칠 전 내게 전해진 법조계 지인의 부고 소식, 역시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돌연사였다. 다시 마음이 먹먹해졌다. 피로와 피곤의 사회, 그리고 번아웃(Burn-out). 어쩌면 법조계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들이자 미덕처럼 여겨진다. 주당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후 크고 작은 로펌과 많은 변호사들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너의 눈에서 숨은 티 찾기

    너의 눈에서 숨은 티 찾기

    어릴 때부터 옳고 그름 따지는 걸 좋아했다. 일상 대화중에도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어 곤란하게 만드는 걸 즐겼다. 정의의 화신이 되어 악한 상대방을 부끄럽게 만들고 법정에서 분연히 일어나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변호사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지루한 수험생활과 힘든 연수를 거쳐 영화에서 보던, 꿈에도 그리던 변호인이 되었다. 그런데 웬걸, 현실은 달랐다. 멋지게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엎드려 비는 게 일상이었다. 법정에서는 불쌍한 표정으로 증인 1명만 받아 주십사 읍소한다. 옆에 의뢰인이 말실수할까 계속 불안하다. 구치소에 갔다. 담배 팔러 온 거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교도관에게 불쾌감은 숨긴 채 웃음과 애교로 통과한다. 접견실에서 만난 피고인은, 법정에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됐다.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 각 구단 1년 농사의 성패를 가늠할 10월이 돌아온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좋아하는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맥이 빠지고 내년 봄만 기다리는 마음이 그저 헛헛하다. 이렇듯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분야가 하나 추가됐다는 것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 팀의 성적이 좋거나 리그 우승을 하는 경우 건강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단순히 이른바 ‘팬심’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팀성적의 좋고 나쁨이 인생의 중요한 지표가 되는 듯하다. 약 23cm의 둘레, 145그램의 무게, 그리고 108개의 실밥으로 만들어진 하얀 공 한 개에 수십 명의 선수와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재판장님 실수하셨는데예”

    “재판장님 실수하셨는데예”

    죄명 : 폭처법위반(공동상해). 죄명은 무시무시하지만 시작은 미미했다. 집에서 큰 반려견을 키우는 청년이 있었는데, 동네 할머니들이 개 주인에게 "그렇게 크고 무서운 개를 키우면 어떡하냐"고 훈계한 것이 발단이다. 결국 할머니들 중 2분이 '시비 중 사람을 밀어서 개 주인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혐의로 법정에 섰다. 나는 할머니들의 변호인이 되었다. 9회 공판기일에 마침내 결심이 되었다. 우리는 승리를 예감했다. 그런데 선고기일에 가보니, 전날 검사가 죄명을 '상해'에서 '모욕'으로 바꾼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욕하면서 밀어 다치게 한 걸 욕한 걸로 바꿨으니 피고인에게 유리한 처분”이라고 했다. 나는 뭔가 이상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의했다. 재판장은 일단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퓨마, 아니 '뽀롱이'를 위하여

    퓨마, 아니 '뽀롱이'를 위하여

    얼마 전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퓨마 한 마리가 사살됐다. 2010년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8살의 퓨마, 아니 ‘뽀롱이(대다수 언론이 쓰고 있는 '호롱이'는 잘못된 이름이다)’는 일생을 울타리 안에서만 살았고, 출입구 관리 소홀이라는 사람의 실수로 의도치 않은 외출을 했다가 결국 새끼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동물원 측의 포획 실패와 성공, 뽀롱이의 재탈출에 이어 사살이라는 슬픈 결말에 이르기까지 퓨마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메우며 같은 날 열리던 남북정상회담 뉴스를 무색케 했다. 뿐만 아니라 뽀롱이가 교육용으로 박제될 것이라는 소식에 “죽어서도 가둘 셈이냐”는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결국 뽀롱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패소예감 - flood of emotion

    패소예감 - flood of emotion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했다. 사건의 종류는 다양했다. 기가 막힌 것은 모두 ‘당연히 이길 사건’이었는데 ‘전부패소’를 했다는 사실. 한 번 지는 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부턴 마음이 흔들렸다. 직원의 실수가 떠올랐다. 계속 보채면서도 내 요청에는 비협조적이었던 의뢰인이 원망스러웠다. 재판부가 선입견에 빠져 불공정하게 재판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재판과정을 머릿속으로 복기할수록 후회와 원망과 증오가 커졌다.  법원 가는 길 위에서 또 패소 소식을 들었다. 다리에 맥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쌍불’을 면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결국 재판에 출석은 했지만 멍하게 있다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하고 겨우 돌아왔다. 이제는 더 원망할 대상도 없다. 어떤 사건을 맡든 나는 다 실패할 것이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누가 나를 남쪽으로 실어다 주겠는가

    누가 나를 남쪽으로 실어다 주겠는가

    휴직 후 일상에 적응해 나가면서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에 대한 동지애가 깊어져간다. 서너 시간이나마 깨지 않고 잠을 자던 때가 언제였는지 아련하고, 하루 종일 손목이 시큰하다. 아마 이심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있을 텐데 존경의 마음으로 건투를 빈다.  전례 없던 무서운 더위가 꺾이고 가을의 기분 좋은 서늘함이 느껴지는 요즘, 피로에 더해진 우울함을 덜고자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싶지만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를 생각하면 금세 단념하게 된다. 눈을 딱 감고 아이의 두 돌은 지나야 이른바 ‘육아 헬(Hell)’이 끝난다는데 재판과 상담, 서면에 치어 아이의 성장의 작은 순간도 놓치기 십상인 워킹맘, 워킹대디들에게 2년이란 그저 금싸라기 같은 순간들일 뿐이다. 법조인들의 육아도 아시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사랑합니다 도둑님

    사랑합니다 도둑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 학부모모임에서는 자녀의 성적이 부모의 서열이 된다고 하는데, 의뢰인의 레벨은 곧 변호사의 레벨로 간주되기도 한다. 기업 고객으로부터 얻은 투자정보로 큰 돈을 벌거나 정부 고객에게 추천을 받아 힘 있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발탁된 변호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법조 새내기 시절 어느 자리에서 포부를 밝히는 순서가 있었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는 “큰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싶어서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말했고, 대형로펌에 들어간 친구는 “전문성을 쌓고 싶다”고 밝혔다. 뭔가 다른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낀 나는 “작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힘든 사람들에게 휴식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이

    박종명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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