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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탁금지법에서 희망을 보다

    청탁금지법에서 희망을 보다

    "사람은 사랑의 대상일 뿐 믿음의 대상이 아니므로 선한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어제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에 대한 각종 논란을 보면서 떠오른 말이다. 예년에 비해 추석 택배 물류량이 크게 급증했다는 기사, 50만원 이상의 고액상품권 판매 비중 증가율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뉴스 등 마지막으로 합법적인 고가 선물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보다는 이 법의 긍정적 영향력에 대한 희망을 느낀다. 국가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기업들은 수개월 넘게 컴플라이언스팀이나 법무팀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 마련, 임직원 설명회 등 노력을 기울였고, 로펌들도 전담팀을 만들어 기업 수요에 부응했다. 이 와중에 법학교수 중심의 학회와 경제학 교수 중심의 학회가 공동주

    지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산지)
    판판검검변변(判判檢檢辯辯)

    판판검검변변(判判檢檢辯辯)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공자님 말씀을 꺼내볼까 한다.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오래도록 신분계급제를 정당화하는 논리, 즉 "각자가 지켜야 하는 자리가 있고, 여러분의 자리는 바로 꼬리칸!"이라는 식으로 왜곡되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말의 맥락을 곱씹어보면 통용된 의미와는 다른 뉘앙스가 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말씀은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묻자 나온, 공자의 답변이다. 손님에 불과한 공자가 한 나라의 지배자에게 '군주인 당신이 군주답게 똑바로 하면 됩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군주에게 그에 걸맞는 권한과 재량이 부여되었을 것이 전제가 된다. 공자가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현대로 왔다면 같은 질문에 아

    조원익 변호사
    거창하지 않게 공익활동 시작하기

    거창하지 않게 공익활동 시작하기

    일주일 후면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 명절이니 만큼 실향민, 이주민, 난민 등 고향에 다시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3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처음 맞는 명절이다 보니 아버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아 벌써부터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버지는 1936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홀로 남하한 실향민이셨다. 미국 군의관의 도움으로 고등교육까지 받으시고 부족함 없이 사셨지만, 이산가족으로서의 슬픔은 평생 따라다녔다. 명절이면 임진각을 찾아 북한 땅을 바라보며 혹시라도 살아 있을 지도 모를 가족들 이름을 부르셨다.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아버지의 슬픔에 공감을 잘해 드리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실향민 자손으로서의 정

    지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산지)
    소송수행자 제도

    소송수행자 제도

    지방자치단체의 송무는 대부분 소송수행자 제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소송수행자 개념은 변호사 대리를 원칙으로 하는 소송법에서는 예외로 취급되지만 실상은 변호사 대리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제도로 지자체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지자체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자체 소송수행자는 통상 청구대상을 관장하는 팀의 팀장과 담당 주무관이 소송수행자로 지정된다(중요사건인 경우 변호사 자격이 있는 공무원이 소송수행자로 지정되기도 한다). 이는 과거 지자체에 송무전문 법률가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법무팀이 소송뿐만 아니라 자치법규 제정 및 지방의회 협력업무, 처분의 적법성 사전검토, 각종 고시와 공고 등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등 모든 송무를 직접 다룰 수 없는 사정도 있어 소송수행자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

    조원익 변호사
    사무장님의 계좌

    사무장님의 계좌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화요일 오후, 상담시간에 맞추어 A가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6주 전에 이미 변호사를 선임하였고, 상담을 받기 위해 어렵게 시간을 내어 경기도 외곽에서 강남까지 찾아온 상황이었다. 이미 변호사를 선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찾아온 이유가 궁금하였다. 한 달 반이 넘도록 선임한 변호사의 목소리조차 한 번도 듣지 못하고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찾아왔다는 대답이었다. 변호사를 만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였다니, 쉽게 믿기 어려워 사실인지 A에게 재차 확인하였다. 사건을 위임한 변호사가 누구인지 찾아보았다. 경기도 모 법무법인 소속, 연세가 칠순에 가까운 B 변호사였다. 어떻게 B 변호사를 알게 되었는지

    이상민 변호사 (서울회)
    계약서 검토에 대한 단상

    계약서 검토에 대한 단상

    사내변호사는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가장 흔히 처리하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계약서 검토다. 간단히 처리하자면 어색한 문구만 수정하고 검토 의견이랍시고 현업팀에 제공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하자면 거래구조를 파악하고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위험을 모두 파악해서 적절한 대안도 제시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검토의견을 현업팀에 주면 스스로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현업팀에서 고맙다는 소리라도 들을 때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무리 꼼꼼히 검토를 하고 정교한 문구를 고안해도 분쟁 가능성이 없는 완벽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계약서라는 문서 자체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두 당사자 사이의 권리와 의무를

    이응석 변호사 ((주)휴온스)
    크라우칭 스타트

    크라우칭 스타트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최고 인기 종목이었던 육상 남자 100m 결승. 5명의 선수가 출발선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그 중 4번 레인 미국 대표 '토머스 버크' 선수의 자세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높이 치켜든 우스꽝스러운 자세. 이전에는 보지 못하였던 생소한 모습이었다. 단거리 경주에서 신체의 불안정성과 순발력을 이용하여 빠른 출발을 하는 방법인 '크라우칭 스타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순간이었다. 근래 우리 법조계는 전에 없던 불확실성과 변화의 시대에 표류하고 있다. 경제불황과 연일 터져나오는 법조비리 뉴스, '변호사 2만 명을 넘어 3만 명 시대를 바라본다'는 상징적 숫자. 상인이 아닌 한 사람의 법조인으로서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신

    이상민 변호사 (서울회)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으로 사는가

    지인과의 통화 중에, 대학으로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변호사로서의 소명, 현실적 고충 등 여러 요인이 새로운 출구를 고민하게 만든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실의 시대 - 윤리, 진실, 책임, 희망의 상실 - 속에서 삶의 모든 영역에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너무 거대한 나머지 국민들은 부평초처럼 떠돌 뿐이다. 검사장도 일순간에 몰락하는 법조계 역시 소수를 제외하면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독일은 이미 1910년대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시대정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심각한 고민의 시기를 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 중 하나가 막스 베버(Max We

    이승준 교수(충북대 로스쿨)
    입금자 코드 : ‘슨넥’

    입금자 코드 : ‘슨넥’

    100채 오피스텔 변호사님, 50억원 수임료 변호사님, 구속된 130억 '슨넥' 검사장님 선배님들. 도대체 왜들 이러셨습니까. 국민들과 법조계 선후배들에게 부끄럽고 창피하지 않으신지요? 일일이 열거하기도 부끄럽고 민망한 최근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 창피해서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선배님들은 공인이셨습니다. 부장판사로, 검사장으로 법조계를 이끌었던 선배님들은 후배 법조인들에게 목표이고 희망이었기 때문입니다. 공인으로서 그에 맞는 책임을 지고 행동하셔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미 대전 법조비리사건, 의정부 법조비리사건 등의 여파로 '전관예우'라는 단어가 일반명사화되고 더 이상 땅에 떨어질 사법신뢰조차 없는 상황에서, 선배님들은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셨는지요. 법조에 대한

    이상민 변호사 (서울회)
    폐도령(廢刀令)이 주는 교훈

    폐도령(廢刀令)이 주는 교훈

    오늘은 이웃나라인 일본의 역사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오랫동안 사농공상의 신분제 사회였다. 다만 우리나라와의 달리 일본에서 사농공상의 사(士)는 선비가 아닌 무사, 즉 사무라이를 일컫는 말이었다. 오랜 내전을 종식시킨 일본의 군사 정권인 에도 막부는 정권의 안정을 위해 사무라이들에게 정권에 대한 충성을 대가로 많은 특권을 부여했다. 이러한 특권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칼을 찰 수 있는 권리였다. 칼은 사무라이들의 상징이자 자부심으로 통했다. 사무라이들은 장도와 단검을 허리 옆구리에 차고 다니며 불손한 평민들을 길거리에서 베어버리곤 했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사농공상의 신분제 사회는 19세기 중반 메이지 유신과 함께 무너졌다. 군사 정권인 막부를 대신하여

    이응석 변호사 ((주)휴온스)
    ‘백O 고시체’

    ‘백O 고시체’

    '악필,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백O 고시체'. 수험생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고시체 광고이다. 필기 속도가 느리거나 악필 수험생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몰래 '백O 고시체' 교본을 사오면 옆에서 "이제 한글 배우네" 하면서 놀려대던 기억이 선하다. 필자의 연수원 뒷자리는 유명한 왼손잡이 악필 A의 자리였다. 사람들은 항상 A를 두고 "A는 이 글씨로 시험에 합격했으니 정말 대단하다. 성적에 가점을 줘야 한다"고 농담하곤 했다. 그런데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5회 변호사시험 졸업생이 배출된 이 시점에도 'OO 고시체' 교본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모의고사니 연수원 시험이니 해서 수기로 작성했던 문서가 어림잡아 A4용지 2000장은 넘지 않을까 싶다.

    이상민변호사 (서울회)
    H 변호사와 C 변호사 그 후

    H 변호사와 C 변호사 그 후

    늦봄을 강타한 법조게이트 이후, 법조계는 평온을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대법원은 법관의 외부통화 녹음 등 전관의 접촉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계획을 밝혔으며, 검찰은 현직 검사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고위급 판사·검사의 개업금지, 고액 형사 수임료의 신고 의무화 등 강력한 대책들을 공표했다. 그런데 이런 대책들이 실효성이 있을까? 법조비리 척결을 공언하면서도 매번 재발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처방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아니면 법조계가 알면서도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브로커의 '와리'마저 정당한 대가로 묵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법조비리가 재발될 때마다 누가 가장 피해자일까? 꼬리를 잘라내는 검찰일까, 궁핍한 상황이던 특정 개인의 일탈이라고 치부하는 법원일까?

    이승준 교수(충북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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