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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병직 편집인 칼럼

    차병직 편집인 칼럼 리스트

    [차병직 편집인 칼럼] 최소의 요구, 최대의 기대

    최소의 요구, 최대의 기대

      몇 년 전의 일이다. 신입 변호사들이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일제히 받은 이메일 내용을 화제 삼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군가 연구 목적으로 돌린 설문조사 형식의 메일이었는데, “판사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제시된 항목은 열 개 남짓으로 꽤 많았다. 법률 지식은 기본이었다. 그것도 정확하고 풍부할 것을 요구했다. 정의감이나 강직성이 뒤따랐다. 청렴성도 빼놓을 수 없었을 터이다. 법률 이외의 지식과 폭넓은 세계관도 적혀 있었다.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좋은 판결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역사관에다 국가관도 포함되었는데, 가끔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재판도 등장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성실성도 당연해 보였던 것은 재판을 마냥 미루어 당

    차병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진실과 거짓, 옮음과 그름

    진실과 거짓, 옮음과 그름

      2005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해럴드 핀터는 1958년 자신의 노트에 쓴 한 구절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재와 실재하지 않는 것, 진실과 거짓은 명확한 구분이 없다. 어떤 사물이 반드시 진실이거나 거짓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진실인 동시에 거짓일 수도 있다.”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내포된 심오한 진리를 말하는 듯하다. 고양된 높이의 정신 수준에 있는 현자가 지혜의 금언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실은 특별한 전문적 공부나 훈련을 거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도 삶의 경험으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보면 수긍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일 터이다.순간 당혹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세상 모든 일에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없다는 말인가? 옳고 그름이 없다면 도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반대의 방식

    반대의 방식

      물체의 고유한 속성으로 운동 상태의 변화에 저항하는 관성의 크기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질량이다. 장소나 상태에 따라 변하지 않는 무게 같은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바뀔 수 있다는 예측을 제시했다. 원자력이라는 거대한 에너지가 현실화하는 출발점이었다. 원자력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원자가 쪼개질수록 거기서 비롯하는 에너지의 힘과 양은 엄청났다. 막대한 에너지가 인류를 가난과 궁핍으로부터 해방시킬 전망이 펼쳐졌다. 영향력이 클수록 반대 또한 심한 법이어서, 무기로 사용될 때의 파괴력보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과 핵폐기물 처리의 어려움이 본질의 결함으로 제기되었다.원자력 찬반 논쟁의 뜨거움은 사형제 존폐론 이상이지만, 의외로 해답은 간명하다.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사실과 사건

    사실과 사건

      지난주 발표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세 사람의 공적은 양자 얽힘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양자물리학은 원자보다 작은 미립자의 세계를 대상으로 삼는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직감과 어긋나는 일이 일어난다. 법률가의 눈에는 비논리적인 현상이 일반화한 듯한 혼란의 현장이다.양자는 극소의 물리량으로, 에너지 단위이자 패턴이다. 양자 얽힘이란 한 쌍의 양자에서 한쪽의 상태가 결정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른 쪽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말한다. 양자 얽힘은 양자 중첩이 전제되는데, 양자에 양립이 불가능한 두 개 이상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일컫는다. 디지털 체계에서 하나의 값은 0 아니면 1이다. 반면 양자는 0이기도 하고 1이기도 한 중첩 상태로 있다. 관찰하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노동의 이해

    노동의 이해

          노동은 고귀하다는 표현이 경구처럼 떠도는 것은 노동을 천하게 여긴다는 증거일 수 있다. 고대 서양에서는 육체 노동이 시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노예 같은 하층 계급이 필요했다. 보통의 시민이 활동을 통해 사례를 받았다면, 노예는 노동으로 임금을 얻는 시대였다.노동에 가치를 부여한 것은 현실이 아니라 사상이었다.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먹으리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이나 “육체적 노동은 인간을 고상하게 만든다”는 유대교의 금언은 도덕적 의미를 탄생시켰다. 노동은 생계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게으름은 바로 죄악이나 다름없다는 관념을 주입시켰다. 그러나 노동은 여전히 정신적 활동에 비해 낮게 평가되었다. 근대의 문턱에서 노동은 새로운 의미를 획득했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보복과 면책 사이

    보복과 면책 사이

      아장브로포카퇴르,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자를 검거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이 범행을 유인하는 함정수사다. 수사기관의 행위가 교사에 해당하느냐가 논란의 대상이 될 정도로 절차의 도덕성과 정당성이 논쟁의 핵심으로 떠오르지만, 행위자를 정범으로 처벌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함정수사로 체포된 자는 수사기관의 비열함을 탓하며 항의한다.범죄의 실체보다 수사의 동기나 경위를 더 다투는 점에서는 보복 수사도 비슷하다.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뒤 지난 정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 고성이 오간다. “보복 수사를 중단하라”는 야당의 목소리가 먼저 들리면, 여당에서는 으레 “정치보복은 없다”로 응수한다. 함정수사가 형법 용어라면, 보복 수사는 정치시사 유행어다. 보복 수사 역시 비겁해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인문학의 유산

    인문학의 유산

      인문학은 어느 새 익숙한 말이 되었다. 진지해 보이려면 인문학 서적 몇 권쯤은 읽어야 할 것 같다. 언제나 인문학을 떠들면서, 인문학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여긴다. 그러면서 정작 인문학이 무엇이며, 왜 인문학이라 부르는지 잘 모른다. 사전은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한다. 조금 다르게 설명하면,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응하여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학이 아니고 인문학인가? 인간을 중심으로 삼되 문자를 도구로 한 문학 또는 문예로 표현하는 방식에서 유래한다.신학이 모든 것을 압도했던 중세 스콜라주의는 신 중심의 세계 구축을 위해 궤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한 경향에 반발하여 보다 우아하고 간결한 인간의 문장을 회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공공연한 비밀

    공공연한 비밀

      작년 통계는 아직 기다리기로 하고, 2020년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만 보면 모두 7만90건인데 그 중 본안 사건은 4만6231건이다. 재판에 참여하는 대법관 12인의 1인당 배당 건수는 3853건으로 한 달에 321건씩 처리했다. 대법관 4인이 한 개의 부를 구성하여 매달 두 차례 합의를 하는데, 한 사람이 160건씩 들고 들어간 셈이다. 정시에 출근하여 8시간 동안 1초도 허비하지 않고 합의를 시도할 경우, 대법관 1인당 한 건 처리에 허용되는 시간은 45초다. 사건번호 부르고 결론만 말하기에도 숨이 가쁘다.대법원에 상고한 사건의 평균 재판 시간이 45초라면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된다. 사건에 따라 경중이 있긴 하지만, 대법관 4인이 한 건 합의해 결론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펜에는 성도 차별도 없어야

    펜에는 성도 차별도 없어야

      “여자들을 스케치하고 싶지는 않아?”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미켈란젤로의 대답에, 질문을 했던 로마의 귀족 레오 발리오니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세상 사람의 절반을 그 한마디로 포기하는군.” 어빙 스톤의 소설 <르네상스인 미켈란젤로>의 한 장면이다.    80억 현존 인간의 성비는 누가 뭐래도 5:5다. 남아 선호 때문에 부분적 불균형이 생겨도, 여성의 평균 수명이 길어 전체적 균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비암호화 RNA의 기능이든 섭리의 작용이든, 여성과 남성은 수에서부터 우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은 인간 자신이다. 동수로 주어진 양성의 역할 배분이 인류 역사였고, 그 양상이 문화였다. 역사와 문화는 정치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진보도 보수도 아닌

    진보도 보수도 아닌

      시간은 변화의 조건이다. 시간은 양적 개념이 아니라거나, 시간의 흐름은 화살의 궤적처럼 선형적이지 않다거나, 시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물리학자들의 현학적 목소리는 현실의 보통사람들에게 무의미하다. 무엇인가 변화가 생겼을 때 거기에는 시간의 경과가 작용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안팎으로 변화를 겪는다. 변화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인간 존재를 포함한 삼라만상이다.    변화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상존하는 현상이라면, 사회라는 하나의 계(系)에서 이루어지는 점진적이며 다발적인 변화에 거는 기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방향성에 대한 기대다. 어차피 일어날 변화라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에게 이익이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법률신문 공동 편집인)
    [차병직 편집인 칼럼] 전쟁과 신문의 기원

    전쟁과 신문의 기원

      한국전쟁의 원인은 김일성의 야욕이라고 단정하기도 하지만, 그 기원을 1931년 만주사변에서 찾는 주장도 유력하다. 기원이야 어떻든 분단국가 사이에 벌어진 내전은 참혹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공격을 개시한 북한군은 순식간에 서울을 함락하고 대구까지 밀고 내려갔다. 미군이 중심이 된 유엔군이 개입하고서야 전기를 마련했다. 9월 중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북진했고, 압록강에 다다른 11월 초에는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 확신했다. 그때 중국군이 혹독한 추위의 겨울과 함께 반격했다. 장진호 계곡에 진출해 있던 미군은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사의 철수 작전이 펼쳐졌다. 12월 1일에는 평양을 탈출하기로 결정했고, 1만 톤의 물자는 고스란히 중국군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북쪽의 전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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