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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석천의 시놉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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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석천의 시놉티콘] 두 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무서움

    두 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무서움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첫 번째 사진(아래)의 배경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의 미국 뉴욕이다.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져 내린 현장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 있다. 점퍼 차림으로 시멘트 잔해 위에 올라선 그는 소방관의 어깨에 손을 얹고 확성기를 든다. “우리는 수천 명을 잃고 슬퍼하고 있지만 훌륭한 시민들과 함께 굳건히 버텨내고 있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사진(아래)이 촬영된 곳은 2005년 8월 말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상공이다. 부시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초토화된 뉴올리언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1년 후 우리는

    1년 후 우리는

      2023년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 가을날 우린 무엇을 하고 있을까. 꺾이지 않는 물가를 걱정하고 있을까. 쉴 새 없이 북에서 동해로 날아오는 미사일들에 가슴 졸이고 있을까. 여전히 앙앙불락하는 여야의 모습에 혀를 차고 있을까.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누구누구가 어떻게 이합집산할지 궁금해하고 있을까. 아마도 우리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 내 월급만 오르지 않는지 한탄할 것이고, 나는 언제쯤 직장을 그만두게 될지 초조해할 것이고, 아이의 진학과 취업이 왜 마음대로 안 되는지 답답해할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면 시중에 떠도는 정치인 얘기, 연예인 얘기, 주식 얘기로 화기애애하게 술잔을 기울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 더 있다. 1년 후 우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당신의 오른손이 어느 날 브로콜리가 된다면

    당신의 오른손이 어느 날 브로콜리가 된다면

      “누구를 미워하고 괴로워하고 으응, 그런 나쁜 것들을 맘속에 오래 넣고 있다 보면 사람이 버틸 수가 없어져.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지.”어느 날 복싱선수인 남자친구의 오른손이 브로콜리가 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박광석 할아버지는 “그 친구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라며 손이 왜 브로콜리가 됐는지 알려준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남자친구는 그제야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미워하지도 않으면서 상대를 곤죽으로 만들기 위해선 미움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고.소설 ‘브로콜리 펀치’의 플롯이다. 황당무계하게 다가오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어딘가 현실 속에 존재할 것만 같다. 90년대생 작가(이유리)는 왜 손이 브로콜리로 변하는 상상을 했을까. 2030세대 독자들은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판사라면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판사라면

      “나는 사람도,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좋더군요.” 일본 여성 배우 키키 키린이 남긴 말이다. <걸어도 걸어도>,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2018년 가을 75세에 작고한 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 어머니/할머니로 등장했다. 늘 가족과 부대끼면서도 그 울타리 너머에 있는 ‘인간’을 보여주곤 했다.키키 자신의 말 그대로 그의 삶 역시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18세에 배우 생활을 시작. 21세에 결혼을 하고 25세 이혼. 30세에 록 뮤지션과 재혼. 2년 만에남편의 느닷없는 이혼 청구에 맞서 승소. 40여년 간의 별거생활. 34세 때 경매에 예명을 내놓고 키키 키린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공보관 오석준 vs 판사 오석준 vs 대법관 오석준

    공보관 오석준 vs 판사 오석준 vs 대법관 오석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법부엔 질풍노도가 밀어닥쳤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명박 정부에 눈엣가시였다. 이용훈 코트(대법원)가 진보 성향으로 기울었다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대법관 제청부터 주요 사건 판결까지 사사건건 충돌이 이어졌다. 당시 대법원 공보관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이가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이하 경칭 생략)다. 가장 큰 파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이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지면서 불길은 법원으로 옮겨 붙었다. 2009년 2월 신영철 대법관이 임명되자 그가 원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신 원장이 촛불집회 재판에 관여했다.” 대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논쟁은 죽고 잡담만 남았다

    논쟁은 죽고 잡담만 남았다

      벌써 10년이다. 2012년 논설위원 발령을 받고 가장 좋았던 것은 매일 열리는 사설(社說) 회의였다. 다음날 신문의 사설을 정하는 이 회의에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논쟁이 전개됐다. ‘오늘의 이슈’들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놓고 팩트와 논리로 중무장한 전투가 이어졌다. 20년 넘게 전문성을 갈고 닦은 베테랑들이어서 한마디 한마디가 촌철살인이었다. 회의 준비를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날 선 물음에 베이지 않을까’ 늘 조마조마했다. 오전 10시 반쯤 시작되는 회의는 12시가 다 되어도 끝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오늘은 이 주제로 사설을 써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사설을 어떻게 씁니까?” “아니, 못쓰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서로 얼굴을 붉히며 강 대 강으로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바보야, 문제는 센스야!

    바보야, 문제는 센스야!

      “고향이 충청도 쪽이세요?”  “아, 어떻게 아셨어요? 외갓집이 충청도인데….”어색한 문답이 오간 뒤 침묵이 이어졌다. 얼마 전, 운동을 가르쳐주는 강사 앞에서 준비 자세를 취하던 중이었다. ‘왜 갑자기 고향을 묻는 거지?’ 내 순수한 눈망울에 그의 쓴웃음이 스쳐갔다. “아니, 제 얘기는 동작이 왜 이렇게 굼뜨냐는 거예요!”그렇다. 나는 센스 없는 사람이다. 센스 있는 사람은 상대방이 껌을 씹다 버리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티슈를 내민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음,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이런 내가 동병상련을 느끼는 직업인이 있으니, 바로 정치인이다. 그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 별반 다르지가 않다. 그래도 민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면 달라야 하는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우영우의 이상한 물음 “법이면 다 될까요?”

    우영우의 이상한 물음 “법이면 다 될까요?”

      오늘은 TV 드라마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요즘처럼 법조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던 듯합니다. 검찰 조직부터 대형로펌,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배신과 음모의 플롯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한쪽엔 거악(巨惡)이, 다른 한쪽엔 정의의 사도가 있지요. 저는 이 일련의 드라마들이 한국 사회의 어떤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보십시오. 법이 스펙터클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을.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사법농단, 조국 사태에 이어 문재인정부 수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총칼 들고 싸우는 전쟁이 아닌 이상 누군가를 통쾌하게 무너뜨리는 수단으로 수사와 재판만한 것이 없습니다. 법률가들은-적어도 대중의 눈에는-콜로세움의 검투사가 돼 있습니다.이런 흐름에서 ‘이상한 변호사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5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5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4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란 글이 수년 전 유행한 적이 있다. 노래방에 가지 마라. 멘토놀이 하지 마라. 가족한테 올인하지 마라….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만큼 사회도 변했다. 이제 50대이거나 50대를 앞둔, 나를 포함한 아저씨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1.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며 울컥하거나 동병상련을 토로하지 마라. 당신은 이선균이 아니다. 그냥 이사님, 부장님, 팀장님이다. 그럴 시간 있으면 남들을 얼마나 배려해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라. 2. 말하기 좋아하는 걸 소통이라 착각하지 마라. 특히, 회식자리에서 묻지도 않은 말들을 시시콜콜 늘어놓지 마라. 부동산, 주식, 인간관계, 자식 자랑, 연애시절, 취미, 특기… 당신의 모든 것? '안물안궁'(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백래시(backlash)’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백래시(backlash)’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지난 반세기 동안 로 대 웨이드 판결(1973)은 여성들의 자유와 평등을 지켜왔다 … 정부는 여성의 몸이나 삶의 경로를 지배할 수 없었다. 여성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었다….”   스티븐 브라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폐기’ 판결문에서 대법관 세 명의 반대의견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49년 만에 뒤집힌 판결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절망과 분노가 현재완료형에 이어지는 과거형 시제에 묻어납니다. “우린 로 판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더 나쁜 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미국 잡지 뉴요커는 단언합니다. “과거엔 단지 안전하지 않은 낙태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모든 낙태가 범죄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권석천의 시놉티콘] 우린 왜 ‘여론’을 추앙할까

    우린 왜 ‘여론’을 추앙할까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대신해서 똑같은 말을 할 것이라는 생각과 감정을 일컬어 여론이라고 말하지… 그래서 여론을 말할 때 사람의 말은 조잡해지고 공격적이 되고 감정적이 되는 거야.”대담집 <침묵하는 지성>에서 일본의 철학연구가 우치다 타츠루는 이른바 ‘여론’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여론이 조잡해지고 공격적이 되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일정 수를 넘으면 누구도 자신에게 그 말에 대한 검증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지.” 한마디로 ‘여론’이라는 말 앞에서는 쉽게 무책임해져서 한없이 가볍게 발언한다는 것이다.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도 이 언저리에 있다. 많은 이들이 두 개, 세 개로 쪼개진 여론에 몸을 기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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