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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법제처,감사원

    "행정입법 수정·변경권 국회부여"…법조계 안팎 위헌 논란

    "국회법 개정안, 행정부 고유권한 제한… 권력분립 원칙 위배 소지"
    "시행령의 위법·위헌소지 판단은 사법부의 소관"

    김재홍 기자 nov@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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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에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사실상의 수정·변경권을 부여한 국회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법조계 안팎에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 법안이 법원의 심사권과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일부 진보 학자들과 헌법재판 전문가들은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국회, 국회법 논란 조항 졸속 통과= 국회는 지난달 29일 새벽 열린 본회의에서 이 같은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은 제98조의2 제3항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을 때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바꿔 사실상 국회에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권을 부여한 셈이다.

    청와대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아침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며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각적·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거부권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회법은 자치법에 불과, 외부에 구속력 없어"= 한 고등부장판사는 "구체적인 행정집행에 관한 부분은 행정부가 대통령령 등으로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데 설사 위법·위헌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판단은 사법부가 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먼저 선제적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해 법령 등의 수정·변경 등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동시에 침해하는 것으로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법은 국회 내부의 의사와 조직에 관한 자치법으로, 헌법 제64조1항은 내부법인 국회법과 규칙의 대상을 "의사와 내부 규율'로 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회법은 내부법으로서 외부의 국민이나 다른 기관에 대해 구속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회는 헌법이 허용하는 이상의 권한을 자신의 자치법으로  스스로 확장할 수 없기 때문에 국회법이 국회에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권한을 부여하더라도 이 규정은 행정부를 구속하지 못한다"며 "만약 구속한다면 헌법 제64조1항의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헌법 제107조2항은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권한을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주고 있는데 만약 국회법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제107조2항과도 충돌하게 될뿐만 아니라 법률에 의해 위임 받은 범위내에서 대통령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75조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도 "개정안은 권력분립 원칙을 침해해 헌법 위반"이라며 "법을 정치화시키는, 시대를 거스르는 입법"이라고 밝혔다.

    "국회법은 내부 법… 다른기관에 구속력 행사 못해"
    "법률에 직접 규정하면 될 일… 차후 간섭은 부적절"
    "행정입법도 국회에서 부여… 위헌성 없다" 주장도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행정입법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국회가 법률을 잘못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면 될 것을 행정부에 위임해 시행령으로 맡겨놓고 차후에 시비를 거는 것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 생활에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이라면 법률로 먼저 정해야 하는데 개정안은 국회가 자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행정부에 위임했다가 간섭하는 이상한 구조의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위헌·위법 여부를 포함해 법률이나 행정입법에 대한 해석권은 법원이 가지는 것"이라며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한 의견 표명 등 정치행위나 상위법을 바꿔 행정입법이 따라오게 만드는 정상적인 경로를 무시하고 직접 행정입법의 수정·변경권을 가지려 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수정·변경 요구를 실제로 할 경우 행정부와 다툼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회와 행정부간의 권한쟁의가 상시적으로 벌어져 국력 낭비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소장 헌법학자들 "합헌"= 반면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하위규범인 시행령 등이 상위규범인 법률에 위배된다면 그 자체로 위법성을 갖게 되는데 이를 모두 헌법소원 등 소송절차를 통해 개정하라고 한다면 시간만 오래 걸려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며 "모법에 반하는 위헌적인 내용의 하위규범이 시행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합헌'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도 "삼권분립을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한 헌법연구관도 "시행령 등 행정입법은 국회가 부여한 권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국회가 위임한 취지에 맞게 행정입법이 이뤄졌는지 국회가 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위헌성이 없다고 봤다. 그는 "기존에도 절차가 있긴 했지만 통보에 불과하고 임의적 규정으로 해석돼 제도가 형해화돼 왔다"며 "행정입법은 원칙적으로 국회가 갖고 있는 입법권한을 국회가 모두 행사하기 어려워 행정부에 일부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수정권 행사한 시행령에 위헌성 있으면?=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에 따라 고쳐진 시행령 등에 대해 다시 위법·위헌성 논란이 제기되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소송 과정에서 문제가 되면 법원이, 법령소원으로 문제 제기가 되면 헌재가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된다면 헌재가 심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법원은 헌재처럼 일반적인 규범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판단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전직 헌법재판관은 "행정입법의 잘못을 판단하려면 대법원으로 가야 하는데, 국회가 사실상 입법권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이 없어 위헌 법률에 준해 헌재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조차 헷갈리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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