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피의자 옆 등 지근 거리에 앉아 진술 내용 등을 조언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08년 1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권이 법적으로 보장됐지만 조력 범위가 너무 국한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뿐만 아니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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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열린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권 강화에 관한 공청회'에서 좌장을 맡은 박찬운(54·사법연수원 16기·사진 오른쪽 세번째)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사회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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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와 금태섭(49·사법연수원 24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권 강화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대한변협 산하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참여권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해 온 개정입법 방향을 발표했다.
대검찰청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에 따르면 변호인들은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더라도 피의자와 떨어진 뒤쪽에 앉아야 한다. 검사나 수사관의 신문 도중에 개입해 의뢰인인 피의자에게 답변을 조언할 수도 없다. 쉬는 시간에 잠깐잠깐씩 법률적 조언을 귀띔하거나 검사나 수사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역할 정도 밖에 할 수 없게 돼 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참여'라기 보다 '참관'에 가깝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대한변협은 공청회에서 검찰 등 수사기관이 해당 지침을 수정해 변호인이 피의자 옆에 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뒤쪽에 앉게 하더라도 곧바로 대화가 가능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변호인이 신문 과정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변호인이 검사나 수사관의 신문 내용을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F 위원인 천주현(41·38기) 변호사는 "피의자가 바로 옆에 앉은 변호사로부터 조력을 받는 것과 뒤쪽에 멀리 앉아 있는 변호사를 찾아 조력을 요청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의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며 "나아가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언을 받아 잘못된 진술을 번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의 참여를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배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이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이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확장 해석해 변호인이 신문에 참여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변협은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하고, 사전 배제를 금지하고 신문 도중 배제로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위원은 "현행규정은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미리 배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변호사가 원할 때 수사기관은 의무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고 변호인이 의도적으로 신문을 방해하는 등 수사를 현저하게 방해할 때에만 신문 도중 퇴거(배제)를 요구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온 김상민(38·35기)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할 때 현행 형사소송법은 상당히 선진적인 내용으로 개정된 상태"라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관련 법령만으로도 변호인 참여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무제한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