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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설사 주민이 허위 사실에 근거해 지자체의 사업 등을 비판하더라도 이를 명예훼손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한층 더 보장한 판결이라는 평가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전남 고흥군을 모욕하고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4도15290).
재판부는 "형법이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를 처벌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평가인 외부적 명예로 개인적 법익"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기본권의 수범자일뿐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며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그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며 "따라서 국가나 지자체는 국민에 대한 관계에서 형벌의 수단을 통해 보호되는 외부적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0년 3월 고흥군청 홈페이지(www.goheung.go.kr) 자유게시판에 '고흥나들목 고흥분담금 재협상하시라'라는 제목하에 "고흥군은 수차례 고흥나들목 추가 설치에 따르는 타당성 조사를 하였다고 하나 거짓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등의 글을 2011년 8월까지 5회에 걸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김씨의 주장과 달리 고흥군은 나들목 추가 설치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었다.
앞서 1,2심은 지자체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김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