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살인과 강도·방화 등 강력범죄 발생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폭력범죄는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맞춤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법무연수원(원장 김희관)이 최근 발간한 '2016 범죄백서'에 따르면, 2006년 1064건이던 살인사건은 2010년 1262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12년 1022건, 2015년 958건으로 줄어들어 10년 동안 6.3% 감소했다. 강도사건도 2006년 4694건에서 2012년 2626건, 2014년 1618건, 2015년 1472건으로 같은 기간 68.6%나 줄었다.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긴 하지만 방화사건도 2006년 1685건에서 2015년 1646건으로 2.3% 줄었다. 하지만 2006년 1만4277건이던 성폭력사건은 2010년 처음으로 2만건대를 돌파한 뒤 2012년 2만3365건, 2014년 2만9863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5년에는 3만1063건으로 3만건대로 진입했다. 10년 동안 117.6%나 증가한 것으로, 무려 2.2배나 급증한 셈이다.
범죄백서에 따르면 성폭력범죄는 특히 살인·강도·방화 등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고학력·초범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범죄성향이 있는 상습범이나 우범자 등 위험군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화이트칼라 계층 등도 언제든 성폭력범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2015년 성폭력범죄자 가운데 대학교 이상 고학력자의 비율이 무려 33.6%에 달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살인·강도·방화의 경우 고등학교 학력자가 각각 36%, 49.7%, 40.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초범 비율도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3분의 1이 넘는 37.1%가 초범인 것으로 집계됐다. 살인·강도·방화의 경우 전과 4범 이상의 상습범 비율이 각각 33%, 45.3%, 41.4%으로 제일 많은 것과 다른 양상이다.
범죄백서는 "최근 성폭력범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성폭력범죄는 고학력·초범 비율이 높다는 점 등 다른 강력범죄와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예방책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성폭력범죄 대응 관련 정책은 예방보다는 대부분 사후관리 쪽에 무게가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이용한 전자감독제도나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성충동 약물치료제도, 성폭력사범 전담보호관찰제 등은 모두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2015년 12월 신설돼 5만여명의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등록·관리하고 있는 성범죄자 신상정보관리센터나 성폭력범죄자를 가중처벌하는 각종 특별법 등 중형주의 정책 역시 예방보다는 사후 처벌과 재범 예방에 초점이 맞춰진 대책들이다.
사전 예방 정책으로는 법무부가 실시하고 있는 '젠더폭력방지 법교육' 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는 법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및 도서벽지 주민들의 법교육을 위해 이동식 법교육 버스를 활용한 '찾아가는 로파크'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 문화센터 등과 연계해 '시민로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성폭력 방지를 위해 성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넣으려는 시도도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16년부터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성인권 교과서'를 포함시켜 청소년기에 건전한 성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성폭력 예방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관계자는 "성폭력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연령대별·직업별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이 성폭력의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고 유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폭력범죄는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5년 성폭력범죄 발생지역별 분포를 조사한 결과 대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55.5%로 가장 높았고 중·소도시가 40%, 도시 이외 지역은 4.5%에 그쳤다.
성폭력범죄 발생시간대를 보면 21~24시에 가장 많은 14.9%가 발생했고 이어 18~21시가 12.3%, 15~18시가 10.5% 순이었다.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에서는 피해자가 여전히 여아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남아의 피해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범죄에서 피해자가 남아인 경우는 2011년 7.5%에 그쳤지만 2012년 9.1%, 2013년 10.1%, 2014년 12.2%, 2015년 13.7%로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아동 대상 성폭력범죄의 가해자를 살펴보면 2015년 타인인 경우가 62.5%로 가장 많았지만, 동거친족 10.1%, 지인 8.1%, 이웃 7.6%, 기타친족 3.2% 등으로 면식범의 소행인 경우도 3분의 1에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