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5.]
미군 부대 영내에서 한국인 군무원이 미군 여자 병사를 강제추행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조서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고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안이다.
미군 A는 미군 부대 영내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한국인 군무원 B가 추행의 고의로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B를 미국 헌병 당국에 고소를 하였고, 이후 위 사건이 한국 경찰에 이첩되어 한국 검찰에 의하여 기소가 되었다.
검찰이 제출한 강제추행 공소사실의 인정 증거로는 미군 A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전부였고, 미군 A는 이미 미국으로 귀국한 상태였다. 변호인은 미군 A의 진술조서 등 진술증거에 대하여 증거동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군 A는 증인으로 채택되어 외국에서의 송달절차에 따라 증인소환장 송달이 시도되었다. 수 차례 공판기일이 공전된 끝에 증인소환장이 미국에 있는 미군 A에게 송달되었다.
그런데, 미군 A는 한국 법정에서 증인으로 증언하기 위한 조건으로 왕복항공료와 한국에서의 체제비를 한국 정부가 부담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미군 A에 대한 진술을 듣고자 법원이 위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였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314조1)에 의한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검토하였으나 재판부는 위 제31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외국거주는 진술을 하여야 할 사람이 단순히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그 사람을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미 송달까지 된 상황에서 제314조를 적용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1) 형사소송법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이에 변호인은 미군 A가 한국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반대신문을 통하여 그 진술증거를 탄핵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미군 A의 진술증거에 대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유죄를 입증할 증명력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여 미군 A의 진술증거에 대하여 증거 동의를 하고, 반박증거 등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재판을 진행하였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이 오랜 기간 동안 미군 부대 내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하였고, 피해자도 자주 피고인의 푸드 트럭을 이용한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당시 푸드 트럭을 이용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있었던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당시 정황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는 대부분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법원은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을 도입하여 피해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쉽게 배척하지 않고자 하고 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결국 피해자의 유일한 진술에 근거하여 유죄 판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만이 있는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함으로써 무죄를 받은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이고, 위 진술증거에 부동의하여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위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임형민 변호사 (hmyim@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