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등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우리 사법부 판단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협정완결론' 등을 근거로 반발하면서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국제인권법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한중법학회(회장 최승환)와 대한국제법학회(회장 이성덕)는 24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일본과 중국의 국제법률분쟁 해결방식'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 위안부 연구센터장은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국제법 활용방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일본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동원된 반인도적 범죄피해를 두고 위자료 청구소송 등이 제기되자 피해국에 국가책임을 추궁하는 등 국제법 활용방식을 동원해 대응하고 있다"며 "일본이 국제법적 논거와 활용방식을 이용해 국가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한국은 인권·정의·평화와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한 국제인권법을 바탕으로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피해자들이 불법식민지책임을 회피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조약이라는 법규범으로부터 보호받지도 못했고, 지속적인 인권침해도 받았다"며 "일각에서는 일본의 제소 공세와 압박 등을 우려하며 '사법부자제설'을 강조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잇따른 판결은 피해자의 기본적 인권 구제를 위한 법의 본질적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확정 판결을 통해 국제인권법에 입각한 개인청구권의 법리를 명확히 표명해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피해에 대한 개인청구권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와 원폭 피해를 포함한 모든 식민지 피해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결되었다는 주장을 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외교부가 강제징용피해에 대한 대법원 판결까지 포괄해 총체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김영원 전 네덜란드 대사는 신중론을 폈다.
김 전 대사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 2012년 주권면제론이 절차적인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강행규범과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강제징용 피해보상 소송·위안부 피해 소송 등에서) 주권면제를 적용하지 않고 일본 정부를 피고로 하는 재판이 성립될 경우 주권면제에 관한 국제법 위반으로 비난 받을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로 촉발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등이 장기화되는 것은 한일관계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협정 해석을 위한 중재위 구성 등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은 동북아 국제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국제법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원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이 '일본의 영토분쟁과 국제법적 대응'을, 류예리 경상대학교 박사가 '국제환경 문제에 대한 중국의 국제법적 입장과 미세먼지 책임'을, 서창배 부경대 교수가 '국제통상분쟁에서 중국의 국제법 활용방식'을 주제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