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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군 사법개혁의 ‘중심’… 이동호 고등군사법원장
이승윤 기자
2019-06-03 10:39
군사법원 창설 후 첫 대법정서 콘서트… 軍·民 소통의 場으로
군(軍) 조직의 정점에 있는 '장군(將軍)'. 군에 갔다온 사람이라면 '스타(별)'가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는지 안다. 그런 높은 직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몸을 낮춰 장병들과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장군이 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인 이동호(53·군법 11회) 준장이다.
고등군사법원은 31개 보통군사법원의 1심 재판에 대한 항소·항고사건 등을 담당하는 군내 유일의 항소심 재판기관이자 최고 군사법기관이다. '군사법정'이라고 하면 다들 권위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 법원장은 그런 선입견을 유쾌하게 깨뜨린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지난달 15일 군 사법개혁 작업과 함께 '행복 바이러스' 전파에 여념이 없는 그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법원장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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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53·군법 11회) 고등군사법원장의 어릴 적 기억은 한강 인근 흑석동 판자촌에서 시작된다. 부모님은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육군 상사 출신인 부친은 30대에 전역한 뒤 손수레를 끌고 고철이나 폐지를 주워 팔았다. 모친은 옷을 수선하거나 다방에서 세탁물을 받아 추운 겨울 얼어붙은 한강물을 깨고 빨래를 해 생계에 보탰다. 그는 "군에서 힘없는 부사관이나 병사들,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보면 부모님의 옛날 모습이 연상돼 남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병사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유달리 챙기는 이유다.

 

부모님의 성실함 덕분에 집안 형편은 나날이 좋아졌다. 학창 시절 이 법원장은 줄곧 반장을 도맡았는데, 중학교 1학년 때는 큰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반장이다보니 방과 후에 매일 남아 급우들에게 청소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친구가 '너는 왜 청소 안 하냐'고 하면서 결국 싸우게 됐습니다. 그때 '내가 친구들에게 잘 해야 하는데,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 했구나'라며 반성했습니다. 그때부터는 전교 인기투표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게 목표가 됐죠.(웃음)"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군 법무관으로 진로 변경

 

고3 시절, 법대와 상대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 담임선생님이 법대 진학을 권유했다. '엉덩이가 무거워 고시공부하기 좋은 타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선생님 말씀은 적중했다. 성균관대 법대에 진학한 그는 법학이 너무 재미있었다. 법률과 판례 공부는 물론 친구들과의 스터디도 즐거웠다. 자연스럽게 사법시험 준비로 이어졌지만, 번번이 2차에서 떨어졌다. 그러다 '1년 뒤 입대하라'는 영장이 나왔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1,2차 시험을 한 번에 합격해야 했다. 하지만 그건 어려운 도전이었다. 그러던 중 사법시험 2차에서 낙방한 사람은 군법무관 임용시험에서 1차 시험을 면제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차 시험만 보면 되니 좋은 기회가 남은 셈이었다. 그렇게 그는 1994년 제11회 군법무관시험에 합격했다. 시험 동기 40명 중 30여 명이 그처럼 군 입대 시기와 맞물려 들어온 케이스였다.

 

이 법원장은 육군 고등검찰관과 육군본부 인권과장·법제과장, 고등군사법원 부장판사, 제1야전군사령부 법무참모, 육군 고등검찰부장, 국방부 법무담당관 등 법무병과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김대중정부 때인 2000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팀장으로 파견돼 일했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고 했다. 고(故) 장준하 선생처럼 우리 역사에서 존경받는 인물들의 죽음을 비롯해 군내 의문사까지 3년 동안 수많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쳤던 그는 "군 의문사 사건은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흘러 증인이나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진상 규명이 어려운 사건도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군인들 중 의문사를 덮어야 한다는 사람은 없겠지만, 누군가 책임을 지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덮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사건은 반드시 파헤쳐야 합니다."

 

DJ정부 때

‘의문사 진상규명위’ 팀장으로 활동

 

2014년 1군사령부 법무참모 시절에는 '22사단 GOP 총기난사사건'을 겪기도 했다. 그는 사건의 범인인 임모 병장의 검거부터 수사와 재판 등 전 과정을 지켜봤다. 총기를 난사해 상관과 동료 등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해 기소된 임 병장은 2016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5명이나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군에서는 장례를 치를 때까지는 관심을 갖는 반면 이후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는 피해자나 유족들이 방치돼 있었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특히 부검에 참여하는 것은 부모들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죠. 그러다보니 피해자와 유족 입장에서 재판 진행이나 국가배상 등을 도와주는 역할을 법조인들이 맡아서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군법무관들에게 맡기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었다. 군검사로서 맡아야 하는 것인지, 변호사로서 맡아야 하는 것인지 애매한데다 단기 군법무관들 대부분은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인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군내 사망 사고 유족들을 위한 '군 범죄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다. 변호인들은 유족 측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동시에 사인 규명과 순직 여부, 보상 등 모든 과정에서 법률지원을 맡는다. 이 제도는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군범죄피해자 국선변호인제도’

마련에도 한몫

 

이 법원장은 지난해 1월 육군 법무병과의 수장인 육군본부 법무실장에 오르면서 장군으로 진급한데 이어, 12월 고등군사법원장으로 취임했다. 고등군사법원장 임기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 2년으로, 육군 법무실장을 거쳐 고등군사법원장을 맡는 게 관례다. 육·해·공군 법무병과를 통틀어 장성급은 육군 법무실장과 고등군사법원장 두 자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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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 취임 이후 5개월 간 근무한 소감을 묻자 "현재 재판 중인 사건 중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등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사건이 많은데, 군인들이 정치적으로 활용돼 안타깝다"는 답이 돌아왔다. "헌법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준수한다'가 아닌 '준수된다'는 의미는, 군인이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 군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군인은 명예로 사는데, 위법한 명령에 따른 것이지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법원장은 올 2월 군사법원 창설 이후 처음으로 대법정에서 콘서트를 연 데 이어 4월에는 법의 날을 기념해 군사법정 개방 행사를 했다.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조치다. "준비 과정에서 마음 고생도 많았습니다. 망설인 적도 있었죠. 법정을 공개하면 안 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더라구요. 청소하시는 직원들을 비롯해 병사들과 일반인을 초대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국방부는 현재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군사법원과 군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군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는 대신 평시 군사재판 항소심 관할을 민간법원인 서울고법으로 이관하는 한편 일반장교를 군사법원 재판관으로 임명하는 심판관 제도와 군사법원이 내린 형량을 지휘관 임의로 깎아주는 관할관 확인조치권(지휘관 감경권) 제도를 평시에 한해 완전 폐지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이다. 각 군별로 운영되고 있는 31개 보통군사법원도 국방부 소속 5개 지역군사법원으로 재편하고, 군검찰을 각 군 참모총장 직속 검찰단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군사법개혁 핵심은 군사법원·군검찰 독립성 확보

평시 군사재판 항소심, 민간법원으로 이관도 추진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는 어쩌면 마지막 고등군사법원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은 항소심이 마지막인 만큼 '항소심을 민간법원에서 받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시대의 흐름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 법원장은 "지금이 군 사법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의외로 개혁 작업이 쉽지 않다"고 고충도 토로했다. 관련 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부대장의 지휘권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지금은 군검찰부가 사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돼 있다보니 부대장이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승인권까지 갖고 있는데, 이것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지휘관이 군 사법제도를 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많이 변해 그런 지휘관은 거의 없어졌어요. 특히 지휘관 감경권의 경우 시혜적인 차원에서 벌금형을 깎아주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죠. 사실상 사문화됐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개정안 국회통과 땐

마지막 고등군사법원장 기록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들여다보니 '선비는 배워서 남 준다는 생각으로'라는 문구가 써 있다. '주위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우리가 지구에 여행을 왔는데, 그 여행은 행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득 '나만 행복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야죠. 그러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의식주가 해결돼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배움을 통해 성장해야 하고, 자유로움도 필요합니다."


주위와 함께 행복하려고 8년전 작은 봉사단체 설립

 매달 1만원 기부금 모아 국내외 소외된 이웃 지원

 

이 같은 배려심은 '나 뿐만 아니라 남들도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인생 철학으로 이어졌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8년 전 사회적 책무를 느끼는 지인들과 작은 봉사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매달 1만원씩 기부해 국내외 소외된 이웃들을 돕고 있다. 현재 300~400여 명의 법조인과 공무원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1만원이 굉장히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회에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당장 '100만원을 내라'고 하면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1인당 1만원씩만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은 해외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 건립이나 학비 보조 등 기부·재능봉사 활동을 해왔다. 국내에서는 주말을 이용해 장애인이나 소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태국에서는 '사마리탄 센터'라는 창녀촌 여성들의 재활을 도와주는 단체를 지원하고 있어요. 자녀들이 있어 쉽게 몸파는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여성들에게 집과 음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직업교육을 시켜주는 등 사회에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우리에겐 별 것 아닌 적은 기부금이더라도 그들에게는 의식주 해결 등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입은 옷은 장병들이 입혀준 것”

항상 생각

 

이 법원장은 또 "병사들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병사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 장군이라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전역하는 병사들이나 청소하는 근로자들이 법원장실에서 자신의 삼정검(三精劍)을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도 하고 있다. 삼정검은 육·해·공군 장군 진급자에게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칼이다.


"법원장이라는 직책의 '옷'을 제가 지금 입고 있지만, 그 옷은 개인적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세탁소의 '옷걸이'처럼 그 옷을 장병들로부터 위임받아 잠시 걸치고 있을 뿐입니다. 튼튼한 옷걸이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 옷이 자신인양 착각하거나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이 옷을 맡겨준 장병들의 뜻을 받들어 정의로운 조국과 강한 군을 만들기 위해 더욱더 헌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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