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들의 '반수(半修)'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서울대를 제외한 서울 소재 상위권 로스쿨일수록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들의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비율(입학생 대비)은 2017년 21.3%에서 2018년 28.7%로 7.4%p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이 비율이 무려 32.3%까지 치솟았다. 로스쿨 입학생 3명 가운데 1명은 다시 LEET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시립대는 올해 55명의 신입생을 뽑았는데 LEET시험에 재응시한 학생 수가 무려 43명에 달해 LEET 재응시 비율이 78.2%에 이른다. LEET에 재응시하는 이른바 '반수생' 비율은 서울 주요대학들이 높았다. 연세대와 한양대는 반수생 비율이 각가 50%에 달했고, 경희대도 49.2%를 기록했다. 이화여대는 42.7%, 성균관대는 41.5%였다. 지방·수도권 로스쿨 중에서는 충북대가 50.6%로 가장 높았으며, 아주대가 44%, 인하대도 37.7%에 달했다.
서울대 제외한
서울소재 상위권 로스쿨 일수록 더 심해
반면 동아대(1.2%), 영남대(9.9%)는 재학생의 LEET 재응시 비율이 낮았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에는 지난 3년간 LEET에 재응시한 재학생이 단 1명도 없었다.
반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은 다양하지만 '로스쿨 갈아타기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성균관대 로스쿨생인 A씨는 "LEET는 공부량을 늘린다고 점수가 크게 오르는 시험이 아니고, 지능지수(IQ) 테스트처럼 독해·수리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시험"이라며 "큰 준비 없이도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만큼 상위권 로스쿨로의 이동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다들 한번씩 도전해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로스쿨생인 B씨도 "언어·추리·논술로 구성된 LEET는 기초만 닦아놓으면 점수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시험 당일 컨디션이 좋고, 운만 따라준다면 별다른 준비없이 고득점 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상위권 로스쿨 진학을 꿈꾸며 LEET에 재응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학점 관리에 실패한 학생들이 다른 로스쿨로 적(籍)을 옮겨 새로 출발하기 위해 재응시하는 사례도 많다"면서 "졸업 후 이른바 '검·클·빅(검사, 재판연구원인 로클럭, 빅펌으로 불리는 대형로펌 등 로스쿨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좋은 학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로스쿨 1학년 1학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아예 다른 로스쿨에 새로 입학해 다시 시작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원인 분석 다양
“로스쿨 갈아타기 현상” 해석 지배적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신입생 면접을 보던 중 우리 학교 입학 전까지 경력 공백이 눈에 띄길래 '이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머뭇거리다가 '다른 로스쿨에 잠시 다녔다'고 고백하더라"며 "원래 다니던 로스쿨도 좋은 곳인데 왜 옮기려 하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학점을 잘 못받아서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변호사시험 통과 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데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취업한파가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취업난때문에 재학생들의 불안이 커졌고, 그 불안을 학벌 등으로 만회하려는 심리가 고착되고 있다는 말이다.
김명기 로스쿨협의회 사무국장은 "재학생들의 LEET 재응시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반수에 성공해 로스쿨을 옮기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너무 저조하고, 취업문도 좁아지다보니 학생들이 불안한 마음에 반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사고시와 같이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화 되고, 변호사 자격 자체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이러한 현상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