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66·사법연수원 13기) 전 헌법재판소장은 10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교수초빙 기념 특강에서 '한국정치와 헌법재판'을 주제로 강의했다.
박 전 소장은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29개국 중 7위(2016년 기준)로 매우 높은 반면 사회갈등 관리지수는 27위로 최하위 수준"이라며 "우리 사회의 갈등 상황과 정도는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을 만큼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계층과 노사, 이념 등 사회적 갈등 원인을 정치적·민주적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사법부를 통해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사법의 정치화'가 되고 국민의 오해가 사법기관의 신뢰 문제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헌재가 사법작용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하에서 일정 부분 정치의 역할을 떠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소송이 제기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헌재가 법령의 위헌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추상적 규범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소장은 또 "법조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법원 뿐만 아니라 검찰, 변호사 등 법조계 전체가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 구성원 개개인의 각성이 필요하다"며 "개인의 성찰과 반성을 토대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이라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롤링의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문을 인용하며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부산 출신인 박 전 소장은 제물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3년 부산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구고검 차장,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울산지검장, 대검 공안부장, 대구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1년 2월 헌법재판관이 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명에 따라 2013년 4월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헌재소장에 올랐다.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소신에 따라 지난 9월부터 서울시립대 로스쿨에서 초빙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