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05.04. ]
I.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회사를 실제로 운영할 의사 없이 단순 회사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하여 이용하고자 주식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의 납입 없이 총 10회에 걸쳐 상호, 본점, 1주의 금액 등이 기재된 허위의 회사설립등기 신청서를 법원 등기관에게 제출하였고,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등기관으로 하여금 상업등기 전산정보처리시스템 법인등기부에 위 신청서의 기재내용을 입력 및 비치하여 행사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동 행사죄로 기소되었습니다.
II.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에서는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설립등기를 한 주식회사가 회사로서의 실체가 없다거나 상법상 부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및 이에 따라 회사를 법인등기부에 등재한 것이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고 행사한 것으로서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와 그 행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비록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였으나 발기인 등이 상법 등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회사설립등기를 한 경우에는, 회사설립등기와 그 기재 내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정증서원본 등 불실기재죄에서 말하는 불실의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의 논거로는, ① 상법은 회사의 설립에 관해 이른바 준칙주의를 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회사설립등기를 마친 경우, 발기인의 주관적 의도나 목적과는 무관하게 회사의 설립을 인정하고 있는 점, ② 등기관 또한 위와 같은 형식적 요건의 준수 여부만을 심사할 뿐 회사설립의 의도나 목적 등 주관적 사정을 심사할 수 없고, ③ 회사설립등기는 발기인 등의 주관적 의도나 목적을 공시하는 것도 아닌 점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III.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상법상 회사 설립 요건을 모두 갖추어 설립등기한 경우에는 회사의 설립이 인정되고, 이와 같은 과정에서 발기인 등의 주관적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회사의 설립이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여, 상법상 회사설립에 관한 준칙주의를 재차 확인하였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등기관은 회사설립의 실제 의도나 목적을 심사할 권한이나 방법이 없고, 그 회사설립의 의도나 목적 등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회사설립에 관해 상법, 상업등기법과 상업등기규칙 등에서 정하는 요건과 절차가 갖추어졌는지 여부를 달리 평가할 수 없다고 하여, 회사설립등기와 관련한 등기관의 심사범위 또한 명확히 하였습니다.
백미라 변호사 (mrbaek@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