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된 '입법영향분석'을 제21대 국회에서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통해 입법 목적 및 의도에 부합하는 법을 만들고, 입법품질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와 법무법인 대륙아주(대표변호사 이규철), 한국입법포럼(대표 최대권)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제20대 국회 평가와 제21대 국회 전망'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는 제20대 국회의 공과를 돌아보고 제21대 국회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신뢰받는 국회,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과 이를 위한 국회법 마련 방안 등이 논의됐다.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가 좌장을 맡은 주제발표에서는 이우영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국회법의 개정 방향'을, 김준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이 '입법영향분석제도 도입'을,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가 '제20대 국회 평가와 제21대 국회의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김준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은 주제발표에서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고, 입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입법영향분석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법영향분석'이란 법률안이나 현행 법률이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해당 법률안의 입법 전·후에 체계적으로 예측하고 분석·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행정규제기본법은 정부가 마련하는 법률안, 법령안 등을 대상으로 규제의 편익과 비용, 효과를 분석하는 '규제영향분석'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입법영향분석보다는 좁은 내용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김 실장은 "국회가 법률 변화를 통해 사회경제적 요구에 대응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입법의 양적 증대와 더불어 하위법령 위임건수가 증가하는 등 법령이 크게 복잡해져 입법의 품질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입법영향분석은 입법자가 고려·검토해야할 여러 단계의 자료 수집과 분석뿐 아니라 대안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도와준다"며 "이를 통해 여러 입법 선택지(options) 가운데 최선의 입법 방안을 찾는 과정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을 위해서는 해당 의원, 위원회, 국회의장 등의 사전 동의나 요구가 필요해 시행 근거를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제20대 국회의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국회법' 제79조의4를 신설하거나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을 통해 담당기관을 국회입법조사처로 정하고 사후적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견제적 민주주의의 확충과 의사결정의 효과성 증대를 위해 입법 등 의안 처리과정에서 국민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단순히 국가권력 사이의 협력을 의미하는 협치가 아닌, 주권자 국민의 참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대협치를 추구해야 민주공화정신에 부합한다"며 "현대 민주공화주의가 제안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방법론인 심의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단순한 정치참여로의 회귀나 직접민주주의와의 등치가 아니라 공공선의 도출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며 "심의민주주의의 주요한 수단인 △공론조사 △공론회의 △시민회의 △시민배심 등 공론과정의 다양한 활용이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와 같이 사실상 국회의원의 이익충돌문제가 내재된 사안이자 정쟁적 대립이 매우 심각한 사안의 경우 국민공론과정을 활용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제20대 국회에서 도입한 국민동의청원제를 통해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입법권 견제·견인이 적극적으로 가능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김인진(56·사법연수원 22기) 대륙아주 변호사와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가 토론했다.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에 앞서 윤형석(28·변호사시험 6회) 대륙아주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개회식에는 최대권 한국입법포럼 대표와 김하중 국회입법조사처장, 이규철(56·22기)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박주민(47·35기) 의원, 김정재 의원이 참석했다.
최대권 한국입법포럼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은 민의 대변과 국정 운영의 구심점으로서의 숙의이고 대화와 타협"이라며 "제21대 국회는 대화와 협치를 통해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안전과 심화된 경제적 위기 상황을 돌파해 국난극복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축사를 통해 "제20대 국회를 향해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입법 성과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제21대 국회에서는 국회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개헌 초기에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입법 시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