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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행정심판, ‘권익위→법제처’로 이관
이승윤 기자
2020-08-20 08:59
“법령심사 함께 종합적 권리구제” “행정심판의 독립성 훼손 우려”

국민권익위원회 기능을 반부패·청렴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행정심판 기능은 법제처로 이관하기 위한 정부입법이 다시 추진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지만, '여대야소' 구도인 21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법조계와 행정법 학계에서는 '행정심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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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부패' 기능 중심으로 권익위 조직 재편 = 정부는 지난 6월 25일 부패방지권익위법, 행정심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 개정안은 권익위의 명칭을 '부패방지국민권익위'로 바꾸는 동시에 위원회의 기능을 부패방지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행정심판위원회 운영 기능은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행정심판법 개정안은 권익위 산하 중앙행심위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는 한편 현재 권익위 부위원장이 맡고 있는 중앙행심위원장을 법제처장이 맡도록 바꾸는 내용이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 기존 국가청렴위와 국민고충처리위, 국무총리 산하 행정심판위를 통합해 권익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법제처가 국무총리 산하 행정심판위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10여년 만에 행정심판 기능이 권익위에서 분리돼 다시 법제처로 돌아가는 셈이다.


행정심판 과정 불리한 법령 개선 등

 입법에 반영


앞서 20대 국회 때인 2018년 정부는 같은 내용의 입법을 추진했지만, '법제처가 법령 입안 기능과 심판하는 기능을 동시에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야당의 반대로 소관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현재 '여대야소'인 국회 지형상 21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전현희(56·사법연수원 28기) 신임 권익위원장도 지난 6월 취임 일성으로 "권익위가 정부의 반부패정책을 총괄하는 명실상부한 반부패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람직한 법치 행정 견인하는

 계기 삼을 수 있어

 

◇ "법령심사·해석·정비와 연계… 종합적 권리구제" = 행정심판 기능의 법제처 이관을 두고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정부 내에서 법령에 관한 최종적인 유권해석 기관인 법제처가 행정심판 기능을 맡게 되면 법제처의 주요 기능인 법령심사·해석·정비와 연계해 선제적·종합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중권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행정심판의 본질은 2차적·사후적 행정절차로서 '행정처분을 다시 검토해달라'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개인의 권리구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행정심판은 '행정의 자기통제' 기능에 더욱 비중을 둬야 한다"며 "과거처럼 법령심사·해석 등을 총괄하고 있는 법제처로 행정심판 기능을 이관하는 방안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권익위는 부패방지와 고충처리, 행정심판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기능이 함께 모여 있는 '한 지붕 세 가족' 상태인데, 국민들의 애로를 적극적으로 법 제도에 반영하는 역할에서 본다면 행정심판 기능을 권익위에 둘 경우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이명박정부 시절의 잘못된 선택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섭(61·16기) 전북대 로스쿨 교수도 "행정심판 과정에서 불합리한 법령 등 제도개선 사항이 있다면 법제처는 법령심사·정비를 통해 바로 입법에 반영할 수 있는 반면, 권익위에서는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고문변호사' 차원의 역할을 뛰어넘어 종전처럼 법제처의 위상을 높이면서 바람직한 법치행정을 견인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 제정 기능과 집행·판단 기능은 

각각 분리 돼야

 

◇ "행정심판 공정성·독립성 해칠 우려도" = 반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민 권리구제를 위해 행정처분의 위법성 뿐만 아니라 부당성까지 심사할 수 있는 준사법절차인 행정심판 기능을 독립시키기는커녕, 특정 정부부처 산하로 되돌릴 경우 행정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행정심판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법 제정 기능과 집행·판단 기능은 삼권분립 측면에서 분리돼야 한다"며 "만약 행정부 내에서 법 제정·판단 기능이 결합될 경우 오히려 행정심판 기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을 잘못해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을 내릴 경우 행정심판을 통해 이를 시정해야 하는데, 법령심사를 담당하는 법제처가 행정심판 기능까지 맡게 되면 법제처 스스로 '시행령·시행규칙을 잘못 만들었다'고 선언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두 개 기능이 결합하면 

행정심판 기능 제약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쿨 교수는 "지금도 법제처가 '청와대 중심으로 공정하지 못한 법 해석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행정심판 기능이 법제처로 이관될 경우 행심위 회의에 참여하는 외부 비상임위원을 입맛대로 골라 심판결과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위원회 이름을 바꾸고 행심위만 법제처로 보낸다고 해서 권익위의 부패방지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법제처에 행심위가 있었으니 다시 보내면 된다'는 발상은 말도 안 된다"며 행심위를 '국무총리 산하 독립위원회'로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권익위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권익위 내부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해 행정심판 사건 처리기간이 늘어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권익위가 2018년부터 행정심판 기능의 법제처 이관을 위해 변호사 등 우수인력을 행정심판국에서 다른 실·국으로 보내는 등 행심위를 사실상 방치해 직원 사기가 바닥을 쳤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 권익구제' 차원에서 행정심판은 고충처리 제도와 비슷한 측면이 있어 법제처보다는 오히려 권익위에 두는 것이 타당하다"며 "법 개정 취지가 부패방지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면 부패방지 기능만 분리하고 고충처리·행정심판 기능을 한데 묶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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