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 3월 휴대폰을 이용한 간편 인터넷 대출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50만원을 빌려 매주 16만원을 이자로 납입하면서 전체 8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자 납입이 한 주 늦어지자 휴대폰으로 욕설·협박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그는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소속 변호사인 B씨를 A씨의 채무자 대리인으로 선임해줬고, B변호사는 곧바로 대부업자에게 연락해 불법추심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C씨도 비슷한 경우이다. 그는 한 달 뒤 갚는 조건으로 사채업자로부터 12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선이자 473만원을 떼고 나니 손에 쥔 돈은 727만원에 불과했다. 10여년 전에도 같은 사채업자에게 비슷한 방법으로 돈을 빌렸다가 빌린 돈 보다 150만원을 더 갚은 경험이 있는 C씨는 공단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공단은 소속 변호사 D씨를 C씨의 채무자 대리인으로 선임해줬다. D변호사는 지난 5월 C씨를 도와 초과변제한 523만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 10명 중 7명 이상이 폭언·협박에 시달리고, 3명 이상은 법정 상한을 넘긴 고리이자에 신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김진수)에 따르면 최근 6개월(3~8월) 동안 공단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사건은 492건에 달한다. 공단은 35%에 해당하는 173건에서 소속 변호사를 피해자인 채무자의 대리인으로 선임해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9건은 피해 회복을 위한 소송구조까지 진행 중이다. 피해자가 채무자 대리인 선임을 원치 않고 상담을 종결한 사건은 133건이다. 나머지는 기각·이송·취하(126건) 됐거나, 미제(60건)로 남아있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 10명중 7명
폭언·협박 시달려
소속 변호사, 채무자 대리인으로
법률구조 나서
공단이 채무자 대리인 선임을 통해 무료 법률구조를 진행하고 있는 173건 중 미등록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피해자가 133건으로 76.8%에 달한다. 이 가운데 131명(76%)은 불법추심행위(집·직장 방문, 가족·지인에게 연락, 폭언 등)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율이 법정 상한선(연 24%)을 넘긴 '초과금리 피해자'는 63명(36%)으로 조사됐다. 피해 금액별로는 △100만원 이하 74건(43%) △100~500만원 53건(31%) △500~1000만원 23건(13%) △1000만원 초과 23건(13%) 순이다.
이동렬(49·사법연수원 31기·사진) 공단 구조국장은 "생활고로 인한 대출도 있지만, 생활이 어렵지 않은 직장인과 주부들이 배우자 몰래 소액 단기대출을 했다가 고금리를 감당 못해 전전긍긍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사채업자들은 피해자들이 주변에 알려질까봐 두려워하는 심정을 악용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이나 법률구조공단에 적극 신고해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활용하면, 불법 사금융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채무자 대리인이 선임된 사건에서는 불법추심 피해에서 벗어나는 효과가 뚜렷하다"며 "공단은 서민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법률복지 중추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6개월 접수
피해사건 492건 중 173건 맡아
9건 소송구조 진행,
133건 상담종결, 126건 기각 등
2014년 처음 도입된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빚 독촉에 시달리는 금융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복지 제도 가운데 하나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를 대리해 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채권자를 직접 상대하며, 필요할 경우 소송까지 대리해 주는 제도다. 법률구조 비용은 정부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지원하므로 무료다.
미등록 대부업 피해자는 누구나 공단에 채무자 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고, 등록 대부업자에게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기준중위소득 125% 이하인 피해자만 신청할 수 있다. 소송지원 대상은 미등록·등록 대부업 여부에 관계 없이 기준 중위소등 125% 이하인 피해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