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국정감사에 거는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이전 국회와 다를 바 없는 구태가 이어졌다.
우리 편인 기관장은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국정 '찬사', 정치적 목적을 바닥에 깔고 불필요하게 반복 추궁하는 국정 '수사', 뜻대로 안 되면 고성을 지르거나 상대에 대한 비난만 거듭하는 국정 '난사'가 주를 이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두고 정쟁을 벌이느라 시간을 허비했던 제20대 국회 마지막 국감과 달라진 게 없었다.
이번 국감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상황이 블랙홀이 됐다. 여야는 두 사람의 불협화음을 질책하기보다 편을 갈라 부추겼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와 검찰 게이트라는 상반된 프레임으로 각각 규정하고, 국감장을 청문회장으로 쓰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국감이 정쟁으로 얼룩진 진흙탕이 되면서 피감기관들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었다. 주요 정책 관련 쟁점은 스치듯 지나갔고 실무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70년 만에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이 내년부터 시행되고 디지털 사법체계 구축 등 굵직굵직한 미래 의제가 산적한 상황이지만,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국정감사에서 어느 하나 점검하지 못했다.
피감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도 느슨했다. 국감장에서 자료제출 요구를 뭉개거나 답변을 회피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여야가 함께 압박했어야 했다. 여야는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할 검찰총장을 오히려 정치판의 한복판에 세웠다.
의원들의 권한과 역량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잘못 사용해서다. 법무부를 향해 억지 논리를 펴던 한 야당 의원은 대법원을 상대로는 깜짝 놀랄 만큼 논리적이고 날카로운 질의를 던졌다. 윤 총장과 충돌했던 여당 의원은 영장실질심사 등 사법시스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제도 개선과 예산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정책질의를 했다.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본보가 매년 실시하는 국감 우수의원 평가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당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정쟁 국감'은 올해로 막을 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