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민생개혁 법안 중 하나로 규정하고 9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시도할 방침이다. 이 법안들은 재계 등 이해관계자는 물론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이 많은데도 정부와 여당은 원안을 대부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전망이다.
우려는 커지고 있다. 상법 일부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구성된 공정경제 3법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기업 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 근절,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 확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하나가 한국 경제와 기업 경쟁력의 토대를 건드리는 법안인데다, 기업 구조를 대폭 재편하는 내용이라 외국에서도 우리 국회의 입법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대적인 규제 법안이라는 본질적 특성상 기업 활동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존 법체계나 실무 현실과 정합성이 떨어지는 독소조항이 다수 포함됐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거대 여당은 '답정너(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뜻의 신조어)' 식으로 밀어붙이기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법률 내용이 전문적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을수록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광범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해 연착륙 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편과 한국 경제질서의 새 기준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법률들을 눈과 귀를 닫은 채, 번갯불에 콩 볶 듯하면 안 된다. 의도가 선(善)해도 디테일에서 악(惡)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여권은 공정경제 3법으로 각 경제주체가 공정하고 정당하게 경쟁하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그런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는 말은 거짓이거나 허상에 불과하다. 공정한 룰을 만들려면 만드는 과정도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