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초대 처장이 21일 취임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우여곡절 끝에 돛을 펼쳤다. 하지만 정권 보위용 권력기관이라는 의심의 눈초리와 위헌성 시비 속에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처장만 있고, 수사실무를 담당할 차장과 수사처 검사, 수사관 등은 아직 뽑지도 못한 걸음마 단계인데도 여야는 서로 편을 갈라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신설 기관을 흔들어대고 있다.
25일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뜬금 없이 공수처가 주요 쟁점의 하나로 떠올랐다. 여권 인사와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 다수가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할지 여부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다. 여당은 박 후보자를 상대로 "조직 구성 여부와 관계 없이 공수처법 시행과 함께 사건이 공수처로 넘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거듭 채근했다. 야당은 "조직도 못 갖춘 공수처로 사건을 넘기면 사건을 뭉갤 우려가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공수처가 어떤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가이드라인을 관철시키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자,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큰 반(反) 법치주의적 행태이다.
여야는 앞서 김 처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때에도 '공수처 1호 사건'을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사건으로 해야 한다느니,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을 우선 해야 한다느니 하며 압박했다.
공수처에 대한 정치권의 이 같은 인식은 공수처라는 수사기관의 존립 이유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여타의 정치적 고려 없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공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한 부패 척결이 공수처의 유일한 존립 이유이기 때문이다.
김 처장이 지난 21일 취임 일성으로 "여당 편도 아니고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드는 정치적 중립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김 처장이 노와 키를 단단히 움켜쥐고,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이라는 초심을 지켜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