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지난 1월 26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같은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비슷한 법률이 2020년 6월 3일 공포되어 올해 2월 1부터 시행되고 있다. 일본의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이하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항을 바꾸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의 주요 내용
가. 기본이념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 제공자가 그 투명성과 공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자주적·적극적으로 행하고, 국가의 관여나 규제는 필요 최소한에 그치는 것을 그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다(같은 법 제3조). 즉,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은 규제의 큰 틀을 법률로 정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은 사업자의 자주적인 노력에 맡기는 정부와 민간의 '공동규제'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나. 규제대상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은 '특정 디지털 플랫폼 제공자'를 그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정부안 기준, 이하 같다)이 '플랫폼 중개사업자'를 그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관련 규제가 모든 사업자가 아닌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업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동일하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같은 법률의 적용을 받는 '플랫폼 중개사업자'를 하나로 정의하면서 그 해당요건(국내 기준 총 매출액 100억 원 이상 또는 총 판매금액 1000억 원 이상)을 정하고 있는 반면,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은 '디지털 플랫폼 제공자'와 '특정 디지털 플랫폼 제공자(이하 '특정 플랫폼 제공자')'를 구분하여 전자는 플랫폼을 단독으로 또는 공동으로 제공하는 사업자로 폭넓게 정의하고, 후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업자로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같은 법 제2조 제5호, 제4조).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의 규제대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주로 금액적 요소(총 매출액 등)에 주목하고 있다면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은 금액적 요소뿐 아니라 이용자 수 등 다른 여러 요소도 고려하여 그 규제대상 사업자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같은 법 제4조 제1항). 현재 일본에서 적용되는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 제4조 제1항의 사업 구분 및 규모를 정하는 정령(政令, 우리나라의 대통령령에 해당)'에 따르면 상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몰의 경우에 일본 국내 매출액이 3000억 엔 이상인 사업자,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의 경우에 일본 국내 매출액이 2000억 엔 이상인 사업자가 규제대상인 특정 플랫폼 제공자에 해당한다. 규모적인 요건을 보더라도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그 규제대상이 제한적이다. 나아가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 제4조 제3항은 법률의 기본이념 등을 고려하여 특정 플랫폼 제공자의 지정이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다. 규제의 내용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은 특정 플랫폼 제공자에게 이용자(참고로,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를 플랫폼을 상품 등을 제공할 목적으로 이용하는 '상품 등 제공이용자'와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이용자'로 구분하고 있다)에 대하여 플랫폼을 제공하는 조건(이하 '제공조건')을 공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산업성령(우리나라의 부령에 해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고도 정하고 있다(같은 법 제5조 제1항). 또한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에서는 이용자의 유형에 따라 어떠한 제공조건을 공개하여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같은 법 제5조 제2항).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상품 등 제공이용자에 대해서는 ① 플랫폼 제공을 거절하는 기준 ②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지정하는 상품, 권리의 구입, 역무의 유상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과 이유 ③ 플랫폼 내 일반이용자의 검색 정보 및 검색순위의 표시에 사용된 주요 사항 ④ 특정 플랫폼 제공자가 상품 등 제공 데이터를 취득·사용하는 경우에 그 내용 및 그 취득·사용의 조건 ⑤ 상품 등 제공이용자가 특정 플랫폼 제공자가 보유하는 상품 등 제공 데이터를 취득하거나 특정 플랫폼 제공자로 하여금 해당 상품 등 제공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경우 해당 상품 등 제공 데이터의 내용 및 그 취득·제공 방법과 조건 ⑥ 상품 등 제공이용자가 특정 플랫폼 제공자에 대해 민원 상담이나 협의를 요청하기 위한 방법 ⑦ 그 밖에 제공조건 중 특히 공개가 필요하다고 경제산업성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공개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5조 제2항 제1호). 일반이용자에 대해서는 위 ③에 해당하는 사항 및 특정 플랫폼 제공자가 상품 등 구입 데이터를 취득·사용하는 경우에 그 내용 및 그 취득·사용의 조건, 그 밖에 제공조건 중 특히 공개가 필요하다고 경제산업성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공개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5조 제2항 제2호). 특정 플랫폼 제공자가 위와 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에는 시정권고 대상이 되고 위 시정권고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시정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같은 법 제6조 제1항, 제4항). 위 시정명령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해당 플랫폼 제공자에 대해서 10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벌칙 규정도 존재한다(같은 법 제23조).
위 내용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에게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와 사이에 중개거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중개거래계약의 기간, 변경, 갱신 및 해지 등에 관한 사항 등을 기재하여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같은 법률안 제6조 제1항).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은 특정 플랫폼 제공자의 자주적인 노력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특정 플랫폼 제공자가 상품 등 제공이용자와의 거래에 있어서 상호이해의 촉진을 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같은 법 제조 제1항), 경제산업대신이 위 필요한 조치에 관하여 그 적절하고 유효한 실시를 돕기 위해 필요한 방침을 정해야 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다(같은 법 제1조 제2항).
이외에 특정 플랫폼 제공자는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매년 경제산업성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정 플랫폼의 사업개요, 특정 플랫폼에 관한 고충 처리 및 분쟁의 해결에 관한 사항 등을 기재한 보고서를 경제산업대신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경제산업대신은 위와 같이 제출된 보고서에 대하여 방침 등에 기초하여 특정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에 관한 평가를 진행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9조 제2항).
라.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관련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면서 금지되는 개별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같은 법률안 제9조 제1항 등)과는 달리 별도로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경제산업대신이 특정 플랫폼 제공자에 관하여 특정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처해하는 행위가 있고, 그 사실이 사적독점의 금지 및 공정거래의 확보에 관한 법률(일본의 공정거래법에 해당) 제19조(사업자는 불공정한 거래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에 위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위 법률 규정에 따라 적당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같은 법 제13조). 다만, 해당 행위가 다수의 상품 등 제공이용자에 대해서 이루어지거나 해당 행위에 따라 상품 등 제공이용자가 입은 불이익의 정도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외에 특정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저해하는 중대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경제산업대신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 위 조치 요구를 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13조 단서).
3. 결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해서는 입법 추진 당시부터 다른 외국(EU, 일본 등)의 관련 법령 등과 비교하여 과도한 규제라는 우려가 있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는 플랫폼 이용사업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일본 플랫폼 공정화법이 사업자의 자주적인 노력과 필요 최소한의 규제를 강조하는 이유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부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사업인 플랫폼 사업의 획기적인 발전과 각 사업자들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박상오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