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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조정협약의 이행법률 제정 관련 제언
박노형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4-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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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에서 3년간 협상을 통하여 합의된 'UN국제조정화해합의협약(싱가포르조정협약)'이 2019년 8월 7일 싱가포르에서 서명되고 2020년 9월 12일 발효하였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53개 국가가 동 협약에 서명하였고 싱가포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 국가가 비준하였다. 싱가포르조정협약 당사국은 국제상사분쟁의 일방 당사자가 조정에 따른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원 등을 통하여 동 합의를 집행하여야 한다. 싱가포르조정협약은 1958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과 유사하게 국제상사분쟁의 해결에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싱가포르조정협약에 따른 국제상사화해합의는 당사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조정 절차에 따르면서 1958년 뉴욕협약에 따른 중재판정과 같이 싱가포르조정협약 당사국에서 집행될 수 있는 점에서 조정과 중재의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국제경제 비중이 큰 국가들이 싱가포르조정협약의 당사국이 되면 조정은 중재와 함께 국제상사분쟁의 효과적인 해결에 크게 유용하게 될 것이다.



1. 국제분쟁에서 조정의 유용성

조정은 중재와 함께 재판의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덜기 위하여 고안된 '대체적 분쟁해결 수단(ADR)'의 대표적 유형이다. 조정에서 제3자인 조정인이 분쟁당사자들의 협상을 통한 해결을 도와주는 점에서 조정은 '확대된 협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협상이 조정의 중심인 점에서 조정인이나 분쟁당사자와 대리인은 'win-win 협상'의 기본 개념과 원칙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판과 중재와 달리 조정 절차에서는 분쟁당사자들이 주역이 되고 조정인은 조역이 된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싱가포르 국제분쟁해결 아카데미(Singapore International Dispute Resolution Academy)'의 분석에 따르면 분쟁해결제도의 이용자들은 조정의 해결 속도(이용자의 68%)와 비용(이용자의 65%)에서 보다 높게 만족하였다. 소송의 속도(이용자의 45%)와 비용(이용자의 48%) 및 중재의 속도(이용자의 30%)와 비용(이용자의 25%)에 비교하여 조정은 월등히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조정을 통하여 분쟁이 해결되지 못하면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결과를 도출하는 중재나 재판이 활용될 수 있는 점에서 조정은 중재와 재판에 대하여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2. 싱가포르조정협약의 이행법률 제정

싱가포르조정협약의 당사국이 되면 '자신의 절차규칙에 따라 및 동 협약에 규정된 조건'으로 조정된 화해합의를 집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한국이 싱가포르조정협약을 비준하여 당사국이 되려면 국내법에 따른 절차규칙이 필요하다. 마침 법무부는 지난 3월 싱가포르조정협약의 이행을 위한 법률 제정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였다. 동 이행법률의 내용과 형식은 다음과 같이 예상할 수 있다. 첫째, 싱가포르조정협약의 원래 취지인 국제상사분쟁의 조정을 통한 합의의 집행에 관한 내용에 국한하여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법률 제목은 가칭 '싱가포르조정협약 이행법률'이 될 수 있다. 둘째, 싱가포르조정협약의 이행은 물론 동 협약과 함께 채택된 UNCITRAL 조정모델법 및 현재 초안이 마련 중인 UNCITRAL 조정규칙에 규정된 조정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수용하여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법률 제목은 가칭 '상사조정기본법'이 될 수 있는데 상사중재에 적용되는 중재법에 유사할 것이다. 가칭 '상사조정기본법'은 싱가포르조정협약에 따른 국제상사분쟁의 조정을 통한 합의의 집행을 규정함과 동시에 조정 절차의 국제표준을 수용하여 조정의 개념, 조정 절차, 조정인 의무, 조정의 효력 등을 규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내에서 올바른 조정이 확산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가칭 '상사조정기본법'은 현재 법원이 관장하는 민사조정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소위 민간형 조정을 활성화할 수 있다.


3. 국제조정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싱가포르조정협약의 이행을 위한 국내법의 제정에서 문제는 국제조정의 수행에 관련된 정부의 역할이다. '국제조정의 허브'가 된다는 명목으로 정부 주도로 국제조정을 전담하는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검토될 수 있다. 그런데 상사중재를 전담하는 상사중재원의 활동 특히 '국제중재의 허브'가 되겠다고 한 그동안의 성과를 보면 정부의 전적인 지원은 반드시 능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모름지기 국제조정기관은 국제조정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조정 절차에 관한 규칙을 구비하고, 국제경쟁력을 가지는 조정인 명부를 비치하며, 해외의 유사 국제조정기관과 협력과 경쟁을 할 수 있는 등 국제조정이 가능하도록 '촉진하는(facilitate)'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촉진적 역할에는 상시적으로 많은 인력과 재원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법적 절차에 기반하고 법적 구속력을 부과하는 중재와 달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협상을 도와주는 조정의 자율적 성격을 고려할 때 조정의 활용과 경쟁력 제고에 정부의 직접적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중재법은 법무부 장관 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정하는 상사중재를 하는 사단법인에 대한 보조를 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조정협약이 국제상사분쟁의 조정을 통한 합의를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국제상사조정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역할은 더 클 수 있다.


조정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분쟁을 해결하게 도와주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이고 국제상사분쟁은 기본적으로 자유시장질서를 존중하여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반영한 싱가포르조정협약체제에서 한국이 '국제조정의 허브'가 되려고 한다면 국제적 평판과 신뢰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 국내에 자율적 경쟁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국제조정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 정부는 윤리적 기준을 포함한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국제조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시설과 설비 등의 이용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4. 결어

우리 기업이 국제상사분쟁을 조정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싱가포르조정협약의 이행법률 제정 등 국제조정을 위한 국내 인프라의 구축은 의미가 없게 된다.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과 체결하는 계약에 분쟁이 발생하면 조정을 통하여 해결하고 이렇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 중재 등을 통하여 해결하는 조항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기업 오너가 협상과 조정을 올바로 이해하여 기업 활동에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경영인이 국제상사분쟁을 조정을 통하여 해결할 때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존중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변호사 등 법조인의 협상과 조정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분쟁에서 조정을 포함한 어떠한 방식의 해결이 사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것인지 파악하여 올바른 자문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로스쿨에서 협상과 조정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지만 법조인은 협상과 조정 기법을 열심히 익혀야 한다. 우리 법조인의 협상과 조정의 올바른 이해와 우리 기업의 협상과 조정 능력의 제고를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국내 국제조정기관의 자율적 활동이 보장되면 싱가포르조정협약체제에서 한국은 적어도 아시아에서 '국제조정의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노형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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