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각하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75명은 이날 1심 판결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함께 소송을 진행했던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10명도 이어서 항소장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과 닛산화학,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합13718)에서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과 그에 관한 양해문서 등의 문언, 청구권 협정의 체결 경위나 체결 당시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 청구권 협정의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며 "청구권 협정 제2조는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청구권 협정을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고, 이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헌법상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국내법적으로는 법률의 지위에 있는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 협정에 의해 그 소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된다"며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갖는 개인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배치돼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은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때 대법원은 핵심 쟁점이었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소멸됐는지 여부에 대해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소멸하지 않았다"고 최종 결론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