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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상속권 상실에 관한 민법개정안의 검토
이순규 기자
2021-06-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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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정부는 올해 6월 18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필자는 법무부에서 그 도입을 위한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따라서 이 제도의 도입은 적극 지지한다. 그러나 그 후 법무부에서 마련하여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 대하여는 다소 우려되는 바가 있어, 국회에서의 심의과정에서 보완될 것을 기대하여 이 글을 쓴다.


2. 개정안의 주된 내용
가.
피상속인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한 경우에 생전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고, 또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이를 할 수도 있다. 그 행위는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포함)를 중대하게 위반하는 경우,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을 학대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이다(제1004조의2 제1항, 제2항).

나.
피상속인의 배우자 또는 민법 1000조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도 그러한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상실청구를 할 수 있다(1004조의2 제3항).

다.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1004조의2 제4항).

라.
상속개시 후에 상속권 상실의 선고가 확정된 경우 그 선고를 받은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하지만, 해당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 취득한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1004조의2 제5항).

마.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의 청구를 받은 경우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거나 그 밖에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1004조의2 제6항).

바.
피상속인이 상속권 상실 사유에 대하여 상속인이 될 사람을 용서한 경우에는 상속권 상실의 선고를 청구하지 못하고, 같은 사유로 이미 상속권 상실이 선고된 경우에는 그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이 용서는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서면으로 하거나 제1068조에 따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하여야 한다(1004조의3).

사.
현행 대습상속 사유에서 상속결격을 제외한다(1001조). 따라서 상속권 상실도 대습상속 사유가 되지 못한다.


3. 개정 추진의 이유

유류분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는 대부분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피상속인의 의사에 기하여 상속인이 상속을 받을 수 없게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1977년 유류분 제도를 도입하였으면서도, 상속결격 외에 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른 상속권 상실제도는 도입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피상속인과 아무런 왕래가 없었던 부모 등이 피상속인의 상속권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하여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법무부 가족법개정위원회에서는 2011년 피상속인의 의사에 기한 상속권 상실제도를 마련하였으나, 입법이 추진되지 않았는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피상속인 이외의 사람도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4. 개정안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검토

위 개정안의 모체가 된 법무부 개정안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있다(김상용·박인환, 상속권상실선고에 관한 법무부 개정안의 문제점, 중앙법학 23집 1호, 2021년). 즉 위 개정안은 법원의 재판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민법의 상속인 폐제 규정을 들여온 것이지만, 이를 들여오지 않더라도 상속결격에 관한 민법의 개정과 유류분상실제도의 도입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즉 부양의무의 불이행은 상속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나머지 상속권 상실 사유는 나머지 사유는 유류분상실사유로 규정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비판은 반드시 적절하지 않다. 위 비판론은, 상당수의 외국 입법례가 부양의무의 위반이나 가족법상의 의무위반을 상속결격사유 또는 유류분상실사유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조항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 실무상 어려움이 있다는 논의가 보이지 않으므로 이를 상속결격사유로 규정해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상속권 상실 사유가 추상적이어서 이를 둘러싼 분쟁이 생길 것임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법원의 재판을 거치게 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참고로 독일 민법은 상속결격도 상속취득의 취소를 명하는 재판이 있어야만 효력을 발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2340~2342조).


5. 개정안의 문제점

그러나 개정안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개정안은 상속결격을 대습상속의 사유에서 제외하였는데, 이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법무부 개정위원회에서는 상속권 상실도 대습상속 사유에 포함시키되, 상속권이 상실된 사람의 배우자가 대습상속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배우자는 대습상속인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하였다. 사실 배우자가 대습상속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입법례로서, 학자들 사이에는 이를 없애야 한다는 비판론이 많았다. 그런데 개정안은 아예 상속결격을 대습상속 사유에서 제외하였다. 이는 상속인에게 상속권을 상실시키면서도 그 배우자나 자녀에게 대습상속을 인정할 경우 상속결격이나 상속권상실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령 피상속인으로서는 아들에게 상속결격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손자에게는 상속을 시킬 의사가 있는 경우를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고, 또 그것이 보통일 것이다. 외국 입법례에서도 상속결격을 대습상속 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예가 많다. 프랑스는 종전에는 상속결격을 대습상속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그에 대하여는 비판이 많았다. 그리하여 2001년 민법 개정에 의하여 상속결격도 대습상속 사유로 인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상속결격을 대습상속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상속결격자의 직계비속이 상속을 받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즉 상속결격자에게 공동상속인이 있다면 그 공동상속인만이 상속을 받게 되지만, 상속결격자에게 공동상속인이 없다면, 상속결격자의 직계비속은 대습상속 아닌 본위상속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상속결격의 경우에 대습상속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둘째, 개정안은 민법 1000조에 규정된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상속권상실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나, 이는 분쟁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가령 상속권을 상실할 사람과 공동상속을 하게 되는 사람은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의사가 없는데도, 직접 이해관계 없는 후순위 상속인이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개정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상속권을 상실할 사람의 공동상속인이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고, 공동상속인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상속권 상실 선고의 확정에 의해 상속인이 될 사람이 이를 청구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셋째, 개정안은 상속권 상실의 경우에 한하여 피상속인의 용서를 규정하였으나, 상속결격의 경우에 관하여는 따로 용서를 규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종래 상속결격에 대하여도 용서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으므로, 이 기회에 상속결격에 대하여도 용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법무부 개정위원회의 개정안은 그러한 취지였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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