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4.]
부 또는 모가 친권을 남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친권이 상실 또는 일시정지될 수 있고(민법 제924조 제1항),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친권자가 친권을 행사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부적당한 사유가 있어 자녀의 복리를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구체적 범위를 정하여 친권이 일부제한될 수 있다(민법 제924조의2).
한편, 미성년자에게 친권자가 없거나 친권자가 친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친권이 상실되거나 일시정지 또는 일부제한된 경우에도 양육비 지급의무와 같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그 밖의 권리와 의무는 변경되지 않으므로(민법 제925조의3), 친권이 상실되거나 친권 중 양육권만을 제한받은 부모는 여전히 미성년 자녀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부담한다.
위 법 규정만을 보면 미성년후견인이 친권을 제한을 받은 부모를 상대로 한 양육비 청구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위와 같은 미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피후견인의 부모로부터 원활하게 확보하는 것이 현행 법률상 쉽지 않은 현실이다. 현행 민법은 미성년후견인의 양육비 청구에 대한 명문 규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민법 제837조는 「가정법원은 자(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부·모·자(子) 및 검사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자(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거나 다른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3)은 ‘민법 제837조(동조가 준용되는 경우 포함)에 따른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과 그 변경’을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정하고 있으며, 가사소송규칙 제99조 제11항은 「자(子)의 양육에 관한 처분과 변경 및 친권자의 지정과 변경에 관한 심판은 부모중 일방이 다른 일방을 상대방으로 하여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위와 같이 민법 제924조의2에 따라 친권 중 양육권의 제한으로 선임된 미성년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피후견인인 미성년자의 양육권에 관한 권한만을 가질 뿐 재산적 법률행위에 관한 대리권이나 재산관리권은 갖지 않으므로 피후견인의 비양육친에 대한 부양청구권을 대리할 수도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외조부 미성년후견인이 친권의 일부를 제한받은 사건본인의 부가 사건본인의 모가 사망한 이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하자 사건본인 부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심판청구 사건에서 위와 같은 미성년후견인도 민법 제837조를 유추적용하여 비양육친을 상대로 가사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3)에 따른 양육비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9스621).
그 이유로는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혼인 공동생활 가운데 성장할 수 없는 경우 자녀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양육비의 적시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위와 같이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혼인공동생활 가운데 성장할 수 없고 친권으로부터 양육권이 분리되는 상황의 유사성,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미성년후견인의 비양육친에 대한 양육비청구를 긍정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부합하고,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인 점 등을 종합하면 민법 제924조의2에 따라 친권 중 양육권의 제한으로 선임된 미성년후견인도 민법 제837조를 유추적용하여 비양육친을 상대로 가사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3)에 따른 양육비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민법 제924조의2에 따라 친권 중 양육권의 제한으로 선임된 미성년후견인이 비양육친에 대하여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부합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청구권자로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자를 청구권자로 인정하는 것이 유추해석의 범위 내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위 대법원 판례도 인정하고 있듯이 현행 법률상 미성년후견인의 장래 양육비 확보 방안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는 현실이고 이는 개정민법에 따른 변화를 미처 반영하지 못한 입법의 공백이기 때문이다. 후속 입법을 통한 조속한 해결이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
임형민 변호사 (hmyim@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