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1
2. 채권자는 A에 대한 잔여 채무 60의 청구를 포기한다.
예1과 예2의 차이점은 조정에서 채권자가 채무의 일부 변제를 받은 이후 잔여 채무의 일부 면제를 하는 과정에서 피면제자의 내부적 부담부분을 넘는 면제를 했는지 여부로 귀결된다.
2. 민법 제419조: 면제의 절대효
전술한 민법 제419조로 돌아가자.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채무면제는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다른 연대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다."고 면제의 절대적 효력을 정하고 있다. 채권자가 일방 채무자에게 채무를 면제하는 경우 예견 가능한 구상의 연쇄적 악순환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마련한 입법이다. 그런데 위 예와 같이 일부 채무자와 일부 채무 면제를 하는 조정에서는 관련 대법원 판례 또한 참고해야 한다.
3. 관련 대법원 판결 - 대법원 91다37553 및 대법원 2019다216435 판결
대법원 91다37553 판결은 원고(신용보증기금)가 보증인으로부터 구상금채권의 원리금 일부를 지급받고 나머지 보증채무를 면제한 사안에서, 보증인에 대하여 보증채무 일부를 면제하더라도 주채무자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민법 제419조는 임의규정으로 당사자의 의사가 우선하는데 원고가 개별적으로 면제된 채무자, 이를테면 보증인에 대하여만 청구하지 않을 뿐, 채무자 간의 내부부담문제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여 일부 채무만 수령하고 나머지 보증채무를 면제한 경우, 그 면제의 효력은 피고들(주채무자)에게 미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9다216435 판결은 먼저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무의 일부 면제에 상대적 효력만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일부 면제의 경우에도 면제된 부담부분에 한하여 면제의 절대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구체적으로 연대채무자 중 1인이 채무 일부를 면제받는 경우에 그 연대채무자가 지급해야 할 1) 잔존 채무액이 그 부담부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이 감소한 것은 아니므로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에도 영향을 주지 않아 다른 연대채무자는 채무전액을 부담하여야 한다. 반대로 일부 면제에 의한 피면제자의 2) 잔존 채무액이 그 부담부분보다 적은 경우에는 그 차액(부담부분 - 잔존 채무액)만큼 피면제자의 부담부분이 감소하였으므로, 그 차액의 범위에서 면제의 절대적 효력이 발생하여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도 그 차액만큼 감소한다고 판시한다.
4. 사안에의 적용
A. 2019년 대법원 판결 및 민법의 예1 및 예2에의 적용
2019년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조정안 예1 및 예2에 대입해보자. 예1은 피면제자 A의 잔존 채무 60가 부담부분 50을 초과하는 1)의 경우다. 40의 채무면제 및 잔부 변제로는 A의 부담부분 50이 감소한 것은 아니므로 민법 제419조에 따른 면제의 절대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B의 채무에도 영향을 주지 않아 B는 채무 40 전액을 부담하게 된다. 즉 부담부분보다 많이 변제하고 나머지를 면제하는 경우 면제의 절대적 효력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정리할 수 있다.
예2는 어떠한가? 피면제자 A의 잔존 채무 40이 부담부분 50보다 적은 2)의 경우다. 이 경우 그 차액인 10만큼 A의 부담부분이 감소하여 면제의 절대적 효력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B의 채무도 60에서 역시 10만큼 감소한 50이 된다. 즉 부담부분보다 적게 변제하고 나머지를 면제하는 경우 면제의 절대적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피면제자 아닌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무가 감소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조정이나 합의 등 실무에서는 후자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소 높다는 것이다. 채권자가 소송 내외적으로 조정을 시도하는 경우에 연대채무자에게 부담부분을 넘는 변제를 받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연대채무자 개인의 자력 문제일 수도 있고, 연대채무자간 내부적 부담이나 구상 기타 다른 사유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나, 경험적으로 다수의 연대채무자들이 부담부분보다 적은 변제를 한다. 그럼에도 다른 연대채무자들은 그마저도 변제를 거절하거나 행방이 묘연한 경우도 있어서, 채권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후자와 같은 상황에서 조정에 임하게 된다.
B. 1991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 보강 : 조정안 예3
그렇다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예2의 채권자는 민법 제419조와 2019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부담부분과 잔존 채무액의 차액인 10만큼 B에 대한 채권을 손해보아야 하는가. 앞서 살펴본 91년 대법원 판결은 민법 제419조가 (강행규정이 아니고) 임의규정임을 확인하며 채권자가 의사표시로 위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여 어느 한 연대채무자에 대하여서만 채무면제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므로 예 2와 같은 사실관계의 조정을 하는 경우 채권자는 민법 제419조의 면제의 절대효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을 두어, A에 대해서만 채무를 면제해야 한다.
예3
1. A는 채권자에게 채무 40을 변제한다.
2. 채권자는 A에 대한 잔여 채무 60의 청구를 포기한다.
3. 채권자는 위 제2항에도 불구하고 B의 어떤 채무도 면제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 · 김지은 변호사(법무법인 해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