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만으로도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한 국민건강보험법을 놓고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8일 서울 재동 헌재 청사 대심판정에서 A의료법인이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1항 등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8헌바433) 등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검찰은 2017년 A법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이 비의료인에 의해 설립됐다며 A법인 이사장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건강보험공단은 이 병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1항은 '공단은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또는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법인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처분 취소와 함께 지급보류된 요양급여비용과 이자 지급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그리고 재판 계속 중 법원에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줄 것을 신청했다.
1심은 A법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기각했지만 2018년 지급보류 처분을 취소하라며 A법인에 승소 판결했다. A법인은 1심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그런데 2심은 이후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1항이 위헌이라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A법인의 헌법소원과 별도로 2019년 7월 헌재에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A법인 측 대리인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의료법 위반 사실이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로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다"며 "지급보류 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강보험공단 측 대리인은 "지급보류 조항은 요양기관에 의견제출 기회를 제공하고, 의료법 위반 사실에 대해 불기소처분이 있거나 무죄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공단이 요양급여비용에 이자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라며 "요양기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정이 아니라 오히려 요양기관에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재산권 등 기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날 논의 내용을 포함해 심리를 거쳐 국민건강보험법상 지급보류 조항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