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항구 도시지만
2차 대전의 아픔이 서려
하지만 아름답게만 보이는 이 항구도시에도 아픔이 서려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하고 전쟁 내내 그단스크를 점령했다. 이 광정에서 도시는 심각하게 파괴됐고 1945년 폴란드에 반환되고 나서야 재건사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되살아난 구시가지가 골든게이트에서 시작해서 그린게이트에서 끝나는 '드우기거리'이다. 드우기는 폴란드어로 ‘긴’이라는 뜻이다. 이 거리는 그단스크 중심의 도심을 동서로 가르며 약 500미터가량 이어지는 넓은 도보전용 거리인데, 양쪽에는 알록달록 채색된 중세 건물로 가득하다.
놀라운 것은 구시가지의 모든 건물이 2차 세계대전 후 쑥대밭이 돼버린 것을 1950년대부터 다시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그 많은 건물들의 도면이 온전히 남아 있지도 않았을 텐데 오랜 기간 꼼꼼히 복원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복원이라는 작업이 마냥 과거 번성했던 한 시기의 모습을 흉내내는데 그쳤다면 그 도시는 영화 세트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단스크는 도심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흔적을 철저히 지워내고 민족정신을 바로 세우는데 성공했다. 건축물 뿐만 아니라 거리의 이름까지도 독일에서 유래한 것은 철저히 배제하고 서두르지 않으면서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는 작업을 한 결과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단스크의 건축물들을 둘러보면 다시 만든 것임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을만큼 자연스럽다.
독일 침공으로 파괴된 건물 복원하며
상흔도 지워
그단스크 구시가지의 초입에는 '골든게이트' 즉 황금의 문이라고 불리는 1612~1614년 사이에 건설된 르네상스식 건축물이 있다. 골든게이트는 금색 장식으로 꾸며져 있고, 왕이 입성해 걷던 길의 입구를 상징하기에 황금의 문이라는 것인데 개선문과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이 문을 통해 그단스크의 구시가지인 드우기거리로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중세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그단스크 구시가지가 예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스윽 풍경만 둘러봐도 정말 아름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골든게이트를 지나 드우기 거리로 들어오면 먼저 높이 솟아 있는 시청사 건물이 눈에 띈다. 1346년 시공돼 15세기까지 오랜시간을 걸쳐 완공됐다는 높이 83m의 뾰족한 고딕 양식 첨탑이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하다. 시청사 내부는 현재 역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그단스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드우기 거리의 중간쯤에는 그단스크의 상징 중 하나인 넵튠 분수가 있다. 분수 중앙에는 17세기에 청동으로 만든 넵튠 동상이 있는데, 넵튠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말하며 그단스크의 수호성인으로 불리고 있다. 넵튠 동상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파괴를 막기 위해 도시의 다른 보물들과 함께 숨겨졌다가 전쟁이 끝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한다.
드우기거리 끝에는 '그린게이트', 즉 녹색 문이 있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시청사를 모델로 해 16세기 후반 폴란드 왕의 공식 거주지로 건설됐다고 하는데 현재는 국립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전 폴란드 대통령 레흐 바웬사의 그단스크 집무실도 여기에 있었다고 한다. 초입의 '황금의 문'과 다르게 여러 개의 아치로 된 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린게이트 지나면 드우기 거리와 어느 섬을 잇는 다리가 나타난다. 녹색 문이 들어서기 바로 전에 건설된 다리로, 그 다리의 이름도 '녹색교'이다. 녹색교는 처음에는 다리 높이보다 큰 배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들어 올릴 수 있는 도개교형식으로 설계됐다고 전해지나 수 차례의 보수공사로 현재는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녹색교 위에서 바라 본
구시가지 풍경에 탄성이…
초기에는 다리를 구성하는 돌들이 녹색빛을 띄었다고 하는데, 그린게이트와 마찬가지로 녹색교에서도 더이상 녹색 돌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녹색교는 그단스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이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모트와바강의 모습이 도시를 대표하는 명장면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태원 변호사 (법무법인 남부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