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이 5일 개정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등이 시행됨에 따라 로톡 등 온라인 법률플랫폼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변협이 조사과정 등을 거쳐 징계를 밀어붙일 경우 사상 초유의 대규모 변호사 징계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개정 변호사윤리장전과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따른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변협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약 500여 명, 변협 법질서위반감독센터에 1440여 명(일부 중복)의 온라인 법률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회부 요청 진정이 접수됐다"며 "영리만 추구하는 법률플랫폼 사업자들이 변호사법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 불법적인 온라인 사무장 역할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변호사들을 종속시켜 지휘·통제하려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 역시 2015년 7월 민원인의 질의에 대해 '문제되고 있는 온라인 법률플랫폼들과 같은 사업방식이 변호사법에 위배될 소지가 높고 설령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변호사윤리장전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정식 회신한 바 있다"면서 "변협은 국내 법률시장의 공공성 수호와 건전한 법률시장 유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다시 한번 입장을 명확히 하고, 개정된 변호사윤리장전과 변호사업무광고규정에 따라 온라인 법률플랫폼의 법률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대응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앞서 5월 3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전면 개정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과 변호사윤리장전 개정안을 가결했다. 비변호사의 광고에 관한 제한을 명문화하고, 비변호사가 변호사 소개 및 판결 예측 서비스 등과 관련된 광고를 할 때 회원(변호사)들이 여기에 참여·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 마디로 변호사는 이 같은 변호사 소개 온라인 플랫폼 업체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은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대표 김본환)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발했다.
로앤컴퍼니는 "5일 변협 보도자료에는 너무 많은 사실 왜곡이 있다. 허위 사실 유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로앤컴퍼니는 변호사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고 지난 2014년 서비스를 출시한 이래로 단 한차례도 변호사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로톡은 변호사의 경력과 전문성을 확인하기 위해 광고 문구를 전담으로 확인하는 직원을 여러 명 두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또 변협이 언급하고 있는 법무부 유권해석은 변호사법이 금지하고 있는 '알선' 행위를 하는 법률서비스 중개 사이트에 대한 것으로 온라인 광고플랫폼인 로톡에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로톡 측은 앞서 헌법재판소에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등에 대한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선 상태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 역시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회원 500여 명에 대한 징계 검토에 착수했다. 서울변회는 조사위원회, 상임위원회를 거쳐 변협에 규정 위반 회원에 대한 징계개시 신청을 할 예정이다.
다만,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실제 징계가 이뤄지기까지는 수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단 개별 회원의 규정 위반 현황과 경위를 파악해야 하고, 사상 초유의 사건인 만큼 징계 수위 역시 새로 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서울변회에 접수된 진정의 경우 서울변회 자체 조사 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법률플랫폼에 직접 가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회원도 있어 경위 파악에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첨예한 사건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최소 한 달, 길게는 수 개월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협과 로톡 간 갈등을 진화하려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시도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장관은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변호사 시장이 자칫 법률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합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변협이 지적하는 몇 가지 부분을 로톡 측에 점검과 개선을 강구할 수 있는지, (변협의 문제제기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법무과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로톡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은 누차 말씀 드렸다"면서 "전문적인 영역에서 자칫 플랫폼에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등의 공익성이라는 측면에서 변협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소위 플랫폼이란 신산업 성장의 총아로 변호사 시장에서만 예외로 취급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변협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로톡 서비스가 합법으로 판단되니 양측이 서로 양보해 타협할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틀만에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 등에 대한 징계 조사에 나서면서 박 장관의 조정 시도가 무위로 돌아갈 상황인 셈이다.
박 장관은 6일 취재진과 만나 "(변협이) 징계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조사를 한다는 것"이라며 "조사 기간이 꽤 걸리는 만큼 어떤 접점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수정·한수현 기자 soojung·sh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