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30.]
작년 동산,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담보와 배임죄에 대하여 중요한 판례들이 있었습니다. 해당 판례들을 소개하고, 현재 동산, 부동산의 이중매매 등과 관련한 배임죄 이슈를 정리해드리려 합니다.
1.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의 주체
매도인이 부동산을 이중매매하는 것이 언제나 배임행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배임죄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즉 부동산 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등기협력의무 등으로 인해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는 언제든지 해약금해제(민법 제565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배임죄의 주체가 되지 않습니다. 선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시점, 더 이상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시점에 매도인은 배임죄의 주체가 됩니다. (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1873 판결)
2.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의 착수, 기수 시기
배임죄의 주체 성립시기와 마찬가지 이유로, 매도인이 후매수인과 매매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계약금만 받은 시점에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 후매수인과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후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시점이 배임죄의 착수 시기로 평가됩니다.(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691 판결) 그리고 후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에 배임죄는 기수에 이릅니다.(대법원 1984. 11. 27. 선고 83도1946 판결)
3. 부동산의 이중담보와 배임죄
한편, 부동산의 이중담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저당권설정계약을 맺은 후에, 제3자에게 먼저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 등을 말합니다. 그런데 부동산 이중매매와 다르게 이중담보의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작년에 나왔습니다. 기존의 판례는 배임죄를 인정하고 있었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견해를 변경했습니다.(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그 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저당권설정계약을 통해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며,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라고 판시했습니다. 즉 앞서 설명드린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4. 동산의 이중매매, 이중담보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에게 선매수인에 대한 등기협력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배임죄의 주체성을 인정했지만, 동산의 이중매매의 경우 대법원은 매도인이 선매수인에 대한 별도의 재산 보호, 관리 협력의무가 있다고 보지 않아 배임죄의 주체성을 부정했습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한편 동산의 이중양도담보, 즉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양도담보설정계약을 맺고, 그 소유의 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 기존의 판례들은 배임죄를 인정했었는데, 이것 또한 작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변경되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부동산의 이중저당과 마찬가지로 채무자의 담보물의 담보가치 유지·보전 의무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배임죄의 주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이상으로 동산, 부동산의 이중매매, 이중담보와 관련한 배임죄 이슈를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제외하고는 부동산의 이중저당, 동산의 이중매매와 이중양도담보 모두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판례들은 민사적인 거래에 형사적 제재를 완화시키려는 최근 경향과 일맥상통한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부동산이 국민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이중매매 방지 수단의 부재라는 거래현실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해윤 변호사 (hyjung@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