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7.]
지속적인 저작권 침해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복제물을 직접 업로드하여 제공하지 않고 불법 복제물들이 게시되어 있는 웹페이지의 링크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이하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라 함)는 여전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행하여지는 링크행위를 저작재산권 침해는 물론 저작재산권 침해의 방조행위로도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위 판례를 변경하여 저작권 침해물에 대한 링크행위를 저작재산권 침해의 방조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링크’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나 웹사이트 등의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 또는 경로(Uniform Resource Indentifier, URI)를 나타낸 것으로서, 저작권 침해물을 직접 제공하지 않고 저작권 침해물에 접근할 수 있는 링크만을 제공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에서 정의하는 ‘복제’, ‘공중송신’, ‘전송’에 해당하지 않아 저작재산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다만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링크행위가 저작재산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저작재산권 침해를 용이하게 해준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저작재산권 침해의 방조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하여 저작권 침해물이 게시된 웹페이지 등(이하 ‘침해 게시물 등’이라 함)에 직접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링크 행위만으로는 저작재산권 침해의 방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저작권 침해물에 대한 링크행위가 저작재산권(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1)
[각주1] 2017년 하급심에서 이미 링크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내려지기는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7. 3. 30. 선고 2016나2087313 판결), 상고심에서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아 기존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지는 않았습니다.
① 링크 대상이 저작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러한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한 자는, 정범(저작재산권 침해자)의 행위가 저작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저작재산권 침해를 강화·증대할 의사로 링크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②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링크로 인하여 위 링크가 없었다면 불법 복제물을 발견할 수 없었던 불특정 다수인까지 그 링크를 통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쉽게 저작권 침해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링크행위로 인하여 불특정 다수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권 침해물을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실행행위가 용이하게 되고 공중송신권이라는 법익의 침해가 강화·증대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링크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판결은 링크행위의 저작권 침해 방조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방조범의 고의 요건과 인과관계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전제 하에,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였더라도 링크 행위자가 링크 대상이 침해 게시물 등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방조가 성립하지 않고,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영리적·계속적으로 제공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방조범의 고의 또는 링크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있거나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방조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방조범 성립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저작권 침해물이 직접 업로드되는 침해사이트는 대부분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과 처벌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고려할 때,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 대하여 침해와 관련된 어떤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저작권 침해물을 링크하는 행위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간접침해 책임을 인정하거나(미국), 공중전달권, 공중이용제공권의 직접침해를 인정하고 있으며(EU), 일본은 2020년에 개정된 저작권법에 링크 대상이 저작권 침해물인 것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저작권 침해물의 링크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자에 대하여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규정을 신설하여2)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 대한 규제를 법제화하였습니다.
[각주2] 형사처벌 규정은 고의인 경우에만 적용됨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침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해외 침해사이트에 대한 링크 정보를 게시하는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자에 대하여 형사처벌 및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이 가능하게 되어, 콘텐츠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구제가 좀 더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호준 변호사 (hjshin@lawlog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