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국민은행
top-image
logo
2023.06.04 (일)
지면보기
한국법조인대관
뉴스레터
축소모형(미니어쳐)도 창작성이 인정되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인터넷 기자
2021-11-05 11:52

[2021.10.25.]



1. 코로나 시대 더욱 중요해진 저작권

코로나19와 함께 집콕 생활을 이어가는 어른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로 레고나 미니어쳐와 같은 장난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뉴스보도가 있다. 이들은 ‘키덜트’(Kids + Adult)라고 불리면서 다소 특이한 취미를 가진 어른으로 인식되었지만, 이미 애니메이션 본편으로 인한 매출보다 해당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캐릭터를 활용한 소위 굿즈(Goods) 시장의 매출이 큰 시장으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는 점에서, 캐릭터 사업과 미니어쳐와 레고와 같은 브릭모형, 축소모델 시장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자 영역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에 비교적 최근인 2018년 내려진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사건은 ‘건물 축소모형’에 창작성 및 저작권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사안으로서, 축소모형의 저작물성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2. 사안 소개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은 이미 존재하는 역사적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이 저작물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사건 원고는 숭례문, 광화문 등의 건축물에 대한 평면설계도를 우드락에 구현하여, 이를 뜯어 접거나 꽂는 방법으로 조립할 수 있는 3차원 입체퍼즐 제조 및 판매자였다.


한편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유통, 개발, 사업팀장 등이 설립한 회사로, 피고 회사가 숭례문 등의 건축물에 대한 평면설계도를 우드락에 구현하는 등 원고와 같은 방법으로 3차원 입체 퍼즐을 제조 판매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회사가 축소모형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 및 제품 폐기등을 청구하였다.



3. 각 재판부의 판단

가. 1심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1심 재판부(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2. 12. 선고 2012가합32560 판결)는 피고의 손을 들었다. 1심 재판부는‘원고와 피고 회사의 입체 퍼즐은 예술성보다는 특별한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하고 서로 간에 유사한 부분은 동일하거나 같은 시대의 유사한 건축양식이 반영된 역사적 건조물을 우드락 퍼즐의 조립이라는 방식적 한계 속에서 최대한 실제와 유사하도록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기능적 저작물의 최종 입체물은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어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원고의 3차원 입체퍼즐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기존에 존재하는 건축물을 단순히 축소하는 것이라면, 누가 만들어도 비슷하게 만들 수밖에 없고, 따라서 별도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을 추정된다. 그리고 피고 회사도 그와 같은 견지에서 주장했으리라고 본다.


나. 2심(항소심)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2016. 5. 12. 선고 2015나2015274 판결)는 판단을 달리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3차원 입체퍼즐이 단순히 광화문의 외관을 축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당한 수준의 변경이 있었다는 점에서 창작성이 인정되고, 저작물성 역시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원고의 광화문 모형은 전체 높이와 측면을 표현함에 있어 측면을 줄여 높이를 강조하였다.


② 원고의 광화문 모형은 실제 광화문의 ‘성벽 대 지붕’의 높이 비율과 달리 그 비율을 정하면서, 지붕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을 실물보다 크게 하여 지붕 부분을 실물에 비하여 훨씬 과장하였다. 형상과 모양에 있어서도 실제 광화문 지붕이 완만한 곡선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과 달리, 처마의 중간 부분을 접어 상측 부분과 하측 부분의 경사도를 다르게 하고, 처마의 상측 부분의 경사도를 실제 광화문의 경사도에 비하여 측면 및 정면에서 모두 급격하게 표현하여 지붕에 입체감을 부여하였다. 또한, 지붕의 색채를 실물과 달리 빛 바랜 보라색으로 표현하였다.


③ 원고 광화문 모형에서 2층 누각의 창문을 2차원 평면의 이미지로 단순화하고, 처마 밑의 구조물을 생략하거나 2차원 평면으로 단순화하였으며, 그 이미지를 여러 형태로 다양하게 조합된 도형으로 표현하였다.


④ 원고 광화문 모형에서 문지기의 크기를 실제 광화문보다 크게 하고, 중문(중문)의 너비를 줄여 길쭉하게 표현하였다.


③ 광화문의 2면만 표현한 모형 외에 4면 모두 모형이 추가로 있는데, 4면 모형의 경우 여기에 지붕 내부에 별도의 프레임을 통한 어처구니의 표현 등 광화문 모형의 특유한 부분까지 더하여 보면, 저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실제 광화문을 모형의 형태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건축물의 축소에 그치지 않고 상당한 수준의 변경을 하였으므로 그 표현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 3심(상고심)

그럼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어떻게 판단했을까?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이 확립한 창작성에 대한 법리는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등 참조).


즉, 소개되는 사건에서와 같이 기존에 존재하는 건축물을 단순히 축소한 것이 아니라, 축소하면서 여러 비율이나 색체, 배치등에 대한 별도의 고려가 있다면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은 항소심의 판결을 인정하고 피고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4. 나가며

최근 서점에 가면 다양한 미니어쳐와 우드락 퍼즐 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레고로 대표되는 블록완구 계에서도 다양한 건축물이 블록으로 모델링되어 조립세트로 출시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의 대표적인 집콕 여가활동으로 사랑받고 있는 조립완구 세트나 미니어쳐 세트들이 성인들의 취미로도 각광받고 있는 만큼, 모델링하는 창작자와 디자이너들의 창작성은 보호될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즉 저작권의 보호를 통해 문화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저작권의 가장 핵심요소는 창작성이라고 할 것이므로, 미니어쳐와 레고 등 블록완구 모델링을 시도하는 창작자는 기존 건축물을 모델로 미니어쳐를 만들더라도 기존 다른 작가들의 미니어쳐와는 차별화된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이런 차별화된 요소를 보호하기 위한 고민 역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조원익 변호사 (wicho@lawlogos.com)

리걸 에듀
1/3
legal-edu-img
온라인 과정
전사원이 알아야 할 계약서 작성 상식
고윤기 변호사
bannerbanner
신문 구독 문의
광고 문의(신문 및 인터넷)
기타 업무별 연락처 안내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8.24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배석준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02호
발행일자
1999.12.1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전제,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