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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용자책임
김보라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21-11-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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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하급심 판결을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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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논의 배경

직장에서 어느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를 성희롱한 경우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고, 사용자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하여 예방의무, 발생 시 조치 의무 등을 부담한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는 가해근로자에 대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외에 가해근로자의 사용자(피해근로자의 사용자이기도 하다)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때 사용자는 가해근로자의 사용자로서 가해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고, 피해근로자와의 고용계약에 근거하여 고용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에는 사용자 본인의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종래 우리 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사용자의 사용자책임과 고용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모두 쉽게 인정하지 않다가, 2000년대 들어 하급심 판결을 중심으로 고용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점차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대법원에서도 2000년대 후반부터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사용자의 사용자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들을 선고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용자책임에 대해 과거 대법원은 성희롱 행위를 피용자의 직무와는 무관한, 개인의 일탈 행위라는 관점에서 사용자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 사무집행관련성을 인정하지 않다가, 사무집행관련성의 인정범위를 점차 확대함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에 따른 손해도 사용자의 배상책임 영역으로 포섭되었다. 그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자 뿐 아니라 사용자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이 늘어났고, 가해자의 직장 내 성희롱 행위가 인정되는 사건에서 사용자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 문제의식

이렇듯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도록 변화한 우리 판결의 경향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불법행위법은 그 적용을 받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한 행위지침을 제시하고, 그러한 행위로 나아갈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이미 발생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회복의 문제만큼이나 어떻게 하면 불법행위를 사전에 감소시킬 것인가 하는 예방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예방하여 애초에 직장 내 성희롱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전체로서 더욱 이상적인 상황일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남녀고용평등법의 규율은 성폭력범죄와 같이 가해자를 국가가 직접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긴 조직 내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고 예방하여 피해자가 그 조직 내에서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듯 사용자에게 1차적인 의무를 부과하고 직장 내의 자율적 해결을 목표로 하는 규율 방식은 한 직장의 조직 문화와 조직 내 권력 관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직장 내 성희롱의 불법행위로서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는 사례가 점차 축적되면서 기업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도 소송의 상대방이 될 수 있고,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현재 실무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용자책임이 문제된 다수의 사례에서 사무집행관련성이 인정되고 있고, 사용자의 면책 주장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그에 따라 사용자가 실무 경향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이나 관련 사무감독으로서 어떤 조치를 하고, 어느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한다면 사용자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미리 예측하여 대비하기는 어렵다. 사용자로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충실히 하거나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의무를 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신뢰나 기대가 있을 때, 이러한 의무를 보다 충실하게 이행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전후 법률이 부과하는 사용자의 의무 이행 정도와 상관 없이, 또 예외 없이 사용자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사용자에게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각종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유인은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다.


3. 최근 하급심 판결의 동향

우리 법원에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6년간 선고된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용자책임이 문제된 판결들을 검토한 결과, 사무집행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은 단 1건, 사용자의 면책 항변이 받아들여진 사건은 단 2건에 불과하여 최근 선고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사용자책임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 건수도 늘어나, 최근으로 올수록 선고 판결 수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사무집행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5. 1. 선고 2012나43354(본소), 2012나43361(반소) 판결은 상급자가 늦은 밤에 전화로 행한 언어적 성희롱이 문제된 사안에서 직장 내 성희롱 행위가 이루어진 시간, 장소, 방법, 사용자의 인식 여부 등을 근거로 사무집행관련성을 부정하였다.

사용자의 면책이 인정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8. 19. 선고 2015가합536945 판결은 지도교수가 제자인 대학원생에게 행한 강제추행 및 성희롱 행위가 문제된 사안에서, 지도교수의 불법행위와 사용자인 학교법인의 사무집행과의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사용자의 성폭력 관련 규정 제정, 교내 성폭력 피해 신고센터 및 성폭력 방지 교육, 가해자에 대한 징계절차 운영, 피해자의 피해사실 미신고 등을 근거로 사용자로서는 지도교수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거나,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었으리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을 면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사용자의 면책 항변이 받아들여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7. 4. 27. 선고 2016가단109471 판결은 팀장의 인턴 사원에 대한 성추행 및 성폭력 행위는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성은 인정되나, 성희롱예방규정, 성희롱고충상담센터, 성폭력 방지 교육 등의 운영, 피해자의 신고 즉시 가해자에게 이루어진 인사조치 및 징계처분 등을 이유로 사용자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였다.


4. 검토

직장 내 성희롱은 업무관련성이 인정된 성희롱이므로 사무집행과의 관련성이 인정되기도 쉽다. 그러나 가해자가 상급자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무집행관련성을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용자의 사무는 사용자의 법률상 의무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상급자의 규범적 사무에 성희롱 예방 사무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용자의 책임 영역을 가르는 사법심사 기준으로서의 사무집행관련성 요건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성희롱 행위가 사용자의 사업활동 시간을 벗어나 사업장 외부에서 이루어진 경우로서 사업과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 가해자의 동기가 업무와 무관한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용조건에 관한 결정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등에는 사무집행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사용자책임에서 사용자의 면책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우리 실무의 경향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도 다르지 않으나,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용자의 사무감독상 주의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과의 통일적 해석이나 사용자에게 적극적인 정책 수립의 동기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도 면책가능성을 지금보다 허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사용자책임을 넓게 인정해 온 미국에서 사용자의 면책가능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리가 형성되면서 기업들이 성희롱 예방체계를 수립하고 점검하는 기업문화를 형성해온 것도 참고할만 하다. 구체적으로 사용자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한 기준과 그 취지에 부합하는 성희롱 예방지침, 성희롱 예방 교육의 운영,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조사와 가해자 및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한 사정을 들어 면책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실무는 직장 내 성희롱의 사전 예방과 사후 조치에 관한 사용자의 법률상 의무를 강화하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사용자책임을 비롯한 사용자의 민사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용자의 인식을 개선해 왔다.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의 손해 배상명령을 비롯한 피해자 구제 절차의 개선, 배상 손해액의 확대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발생 가능한 직장 내 성희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선진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그 예방과 조치를 담당하는 사용자가 보다 적극적인 주의를 다할 수 있도록 법이 어떤 유인을 제공할 수 있는지, 사용자책임의 운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김보라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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