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에서는 분쟁해결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학생에게 트라우마를 겪게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반드시 법적 절차로 끌고갈 필요가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10년 교단 경력을 가진 '베테랑 교사 출신' 나현경(37·변호사시험 7회·사진) 법무법인 오현 변호사의 말이다.
공주교대를 졸업한 나 변호사가 2006년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곳은 초등학교였다. 6년 반 동안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교폭력, 학교안전사고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고 겪으면서 나 변호사는 이러한 일들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그는 교단을 떠나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다시 교육현장으로 돌아갔다.
"로스쿨에서 3년 간 배운 법지식을 '학교라는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어요. 제가 로스쿨을 다니던 사이에 학교폭력 업무가 체계화되고, 담당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학교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4년후 그동안 단위학교에서 이루어지던 학교폭력 처분이 2020. 3.부터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로 전부 이관되었고, 때마침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10여년의 교직 생활을 끝내고 서울시 교육청 법무팀 및 행정심판팀에서 본격적으로 법조인으로서의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1년 2개월 간 일하면서 나 변호사는 수많은 학교폭력 사건을 접했다. 지난 5월 법무법인 오현으로 자리를 옮겨 학교폭력 관련 송무사건 등을 주로 다루게 된 그는 10여년 교직생활 때의 경험이 의뢰인들에게 적절한 대응방안을 제시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직생활 10년 경험 바탕
적절한 대응방안 도출
"교직생활을 하는동안 교사는 하루에도 학교폭력으로 분류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 수십회씩은 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학교 일선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교사의 적절한 중재와 훈육을 통해 해결되고, 학생들도 화해나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이 학교 안에서 해결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교육청에서 근무하면서 한 번 신고접수가 되어 도마 위로 올라온 학교폭력 사건은 아무리 사소한 문제나 행위일지라도 당사자에게 어떠한 조치라도 내려지고, 한 번 받은 조치는 일견 부당해보여도 번복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피해학생의 경우에도 일련의 법적조치를 위한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더 큰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도 있었고요. 사건을 맡을 때도 학교폭력을 무조건 법적으로만 해결하는게 궁극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를 한번 더 고민하게 됩니다."
기존에는 학교폭력 사건은 단위학교별로 '학교폭력 자치위원회'를 열어 처리했다. 하지만 똑같은 사례임에도 학교마다 처분이 달라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3월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지역교육지원청이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처분을 내리고 있다. 나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심의위원회부터 시작하는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 사건은 행정청이 가진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주기 때문에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가더라도 처음 행정청의 처분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심의위가 가장 중요한 절차입니다. 이때 당사자는 변호사와 함께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준비하고 진술서 작성이나 심의위 출석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이 최근에 많이 이슈화되면서 변호사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변호사는 교사 경험을 살려 앞으로도 학교폭력 사건 등에서 전문성을 더 높게 쌓아가는 한편 활동 폭을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어떤 분쟁이나 다툼이 발생하더라도 교사들이 그걸 법적으로 어떤 잘못이 있고,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떠한 처분을 받을 수 있는지를 잘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어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지를 법적,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강의를 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현행법이나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개선입법을 촉구하는 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