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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라운지 커버스토리] 따뜻함 속 강한 ‘카리스마’… 함석천 법관대표회의 의장
박수연 기자
2021-12-06 13:02
법관대표회의는 ‘정책 심의·견제 기구’ 역할 해야
지난 4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당선자가 발표되자 법원 안팎에서는 '이변'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명수 코트 출범 후 법원 내 정식 기구로 발돋움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최기상 초대 의장 등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도해왔는데, 중도 성향 인사가 의장에 선출됐기 때문이다. 함석천(52·사법연수원 25기·사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이야기다. 본보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제5기 의장을 맡고 있는 함 부장판사를 지난 달 19일 그의 근무지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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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난 함석천(52·사법연수원 25기)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평생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시 육상대표로 선발돼 1981년 광주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 400m 계주 경기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마치 부속품이 된 것 같은 충격에 휩싸이면서다.

 초등학교 때 육상대표로

은메달 쥐고 울컥하기도

 

"교내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한 뒤 서울시내 달리기 대회에서 3등을 차지하면서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내내 달리기만 했습니다. 수업은커녕 5학년 겨울방학 내내 기초체련을 마치고 한 학기 동안 서울 은평구에서 동대문구까지 먼 거리를 오가며 운동만 했어요. 결국 은메달을 수상했지만, 해단식에서 손에 쥔 메달을 보니 울컥하더라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이것 하나 때문에 친구도 못 만나고 공부도 못하고 뛰기만 했나 싶었어요. 그때 내가 시스템 속의 한 부속품처럼 되어버렸구나 싶었어요.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어렴풋이나마 사람을 기계 부속처럼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앞으로 기회가 닿는대로 이러한 시스템을 바꿔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법조인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넉넉치 않았던 가정형편은 더욱 공부에 몰두하는 계기가 됐다.  

 

고교 진학 후 사회시스템에 고민하며

 법조인 꿈꿔


"줄곧 월세로만 살아왔어요. 아버지 월급만으로는 생계에 지장이 있어 어머니께서 분식집과 치킨집을 운영하기도 하셨죠. 아버지는 성실하고 끈기 있는 분이셨어요. 충남대 법대를 다니다 군에 입대하셨는데, 직업 군인의 길을 선택하시면서 결국 법대를 졸업하지 못하셨죠. 결혼하고 곧장 베트남전에 장교로 참전하셨던 아버지는 훈련 중 터진 수류탄 파편에 큰 부상을 당하셨어요. 집에 사망통지서까지 왔다고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셨지만 복부에 큰 외상을 남겼고, 그때 후유증이 남았던 탓인지 제가 대학교에 진학하던 해에 쓰러지셔서 1년 반가량 병원에 계시다가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저는 원래 경제학과를 지원하려고 했는데, 고3 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법대로 진로를 바꿨어요. 어머니의 표현으로는 '아버지가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무척 좋아하셨다'고 해요. 제 전공에 대해서는 한 말씀도 안 하셨는데, 묵묵히 지켜보고 계셨던거죠. 본인이 법대를 마치지 못했으니 아들에 대한이 바람이 컸으리라 생각해요. 아버지는 지금 대전현충원에 계십니다. 아버지께서 보훈대상자여서 저와 제 동생은 대학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대학 졸업 후로도 어려운 생활은 이어졌지만, 그래도 보훈 가족으로 집 분양도 받게 됐고 결국 사법시험에도 합격하게 됐어요."

  

부친은 월남戰 참전장교 

보훈혜택으로 대학 졸업 

 

여가시간에 자연스럽게 기타를 잡는 함 의장은 오랫동안 밴드 활동을 해왔다. 연말 공연을 통해 봉사에 나선 적도 여러 번이다. 밴드 '다락(多樂, The Rock)'은 제법 실력있는 밴드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사법부에는

 자문기관, 연구·집행기구 만 있어

 

"서울고법 배석판사 시절 선배인 김진석 부장판사에게 기타를 쳐보자는 제안을 받아 지금까지 10년 넘게 기타를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밴드 활동을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배웠어요. 멤버들이 각자 자기 소리만 내려고 하면 관객은 괴로워집니다. 자기 악기 볼륨만 올리다보면 소리만 커지는거죠. 선곡부터 편곡까지 양보할 줄 알아야 하고, 다른 멤버들을 배려하고 그 목소리를 듣고 내가 소리를 낮출 수 있어야 관객이 웃으며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사실 제 재판 심리 진행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잘 알고 있고,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재판 심리 때에도 밴드 활동을 하면서 배운 메시지를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처음에 곡을 시작하면 잘 안 맞습니다. 그래도 조용히 각자 연습해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죠. 저에게는 재판 심리 과정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재판 심리에도 고치고 더 들어야 할 지점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고, 여전히 좋은 심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법원행정처에 정책 심의기구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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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였기 때문일까. 함 의장은 올해 4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출범 당시부터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도했던 전국법관대표회의에 함 부장이 의장으로 선출되자 법원 안팎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는 말이 나왔다.

정부·국회에 목소리 낼 수 있는 기구로 

 작동이 소망  

 

"저를 추천해 주신 분이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변화의 자리에 나를 생각해 주시는 동료가 있다는 생각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오재성 전임 의장은 합리적 토론으로 형성된 법관들의 총의를 모아 사법행정 담당자와 대화·조언·견제함으로써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건강한 사법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하셨고 적극 공감합니다. 저는 여기에 구체화된 두 가지 역할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정책 심의기구'와 '견제기구'입니다. 현재 사법부에는 자문기구와 연구기관, 집행기구는 있지만 정책 심의기구가 없습니다. 자문과 연구를 통해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 있지만 현재 법원조직법 규정에 의해서는 그 정책이 법관의 총의가 모인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법원행정처에 정책 부서를 두기도 했지만, 정책 제안과 심의 기능을 법원행정처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그 이름 그대로 법관들의 의사를 모아 사법부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하고, 심의하는 기구가 됐으면 합니다. 또 저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정치적 중립이나 부당한 간섭, 예산과 관련해 정부나 국회에 대해 법관들의 집단의사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기구라고 생각합니다. 법관이 행정 담당자가 되어 갑과 을의 지위에서 사법행정에 대해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을 설득하다보면 이상한 거래가 성사될 위험이 존재하게 됩니다. 지난 수년간 사법부는 그 위험의 결과를 목도해왔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어요. 하지만 부당한 재판 간섭 중단이나 막대한 예산 감축에 대한 우려 표명과 같이 사법부에서 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그 의사를 대변할 기구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저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부 내 견제 기구로서 작동할 뿐만 아니라,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구성되고 움직이는 정부와 국회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견제 기구로 작동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다수결로 바꿀 수 없는 진리를 추구하는 일은 결국 사법부가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법부 구성원 사이 동료의식이 

예전과 같지 않아


그가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으로서 놓치지 않았던 한가지는 바로 '경청'이다. 의장으로서 밝혔던 '법관 사이의 동료의식, 연대의식, 공감의식을 살리자'는 소견의 시작은 '경청'이었다.


힘들 때 지켜주고 응원해 주는 

연대·공감의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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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구성원들의 동료 의식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지만, 외부 압력에 대처하면서 의연하게 직무를 수행하려면 힘들 때 지켜봐주고, 응원해주고, 고충을 들어주는 동료 판사들의 연대의식과 공감의식이 필요합니다. 그 시작이 법관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전과 달리 지금은 행정처에 판사들이 없어져 어딘가 이야기를 할 곳이 사라졌습니다. 대법원장에게 말하기도 어렵고요. 지금 법관들이 말을 할 수 있는 곳은 전국법관대표회의 뿐입니다. 일각에서는 보다 큼직한 사법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외부의 시각을 깨닫고 반성을 하기도 했어요. 의장이 되고 난 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정치권과 사법행정기구에서 정한 사항에 대해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난이나 법원행정처 또는 대법원장과 암수동체가 아니냐라는 비난도 있었어요. 그래서 올 한해 법관들의 마음을 얻어야겠다, 외부가 아니고 내부의 마음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분 한분 연락하며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았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단 한명의 법관이라도 그 목소리가 법관 사회에 잘 퍼질 수 있도록, 그리고 법관들 사이에 그런 믿음이 생기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많은 판사님들이 전화나 메일을 주시기도 하고, 같은 법원에 계시는 분들과는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다양하게 경청합니다. 사실 저보다 정말 바쁘게 움직여주신 분들이 운영진입니다. 지금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률에 근거가 없어서 예산이나 인력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운영진으로 계신 판사님들이 각자의 시간을 쪼개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법원 가족들 위해 

봉사하며 지내고 싶어


정계로 진출한 최기상 초대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처럼 혹 정치에 뜻이 있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의장이 된 후 여러 판사님들을 만나 뵙고 운영진들과 함께 일하며 공감의식을 쌓은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동료 법관과 법원 가족들을 위해 애써야 할 일이 있다면 봉사하면서 지내고 싶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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