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가져간 남성이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곧바로 휴대폰을 돌려주진 않았지만 돌려주려 한 정황 등이 인정돼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방혜미 판사는 최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1고정1077).
A씨는 2020년 7월 오후 10시께 서울의 한 어린이집 인근 공원에서 피해자 B씨가 분실한 시가 90여만 원 상당의 휴대폰을 습득하고도 반환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방 판사는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유실물 등 점유이탈물을 영득하는 행위에 의해 완성되는 범죄이고,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며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이러한 확신을 갖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 판사는 "A씨는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휴대폰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가져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B씨도 법정에서 A씨로부터 전화가 와서 '휴대폰을 갖고 있으니 돌려주겠다'는 통화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록 A씨가 휴대폰을 습득한 후 B씨에게 곧바로 돌려주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A씨가 B씨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술에 만취해 쓰러져 이를 바로 돌려주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관에게 발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에게 휴대폰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